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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 - 피망으로 이룬 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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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초대전>
피망으로 이룬 조형 - 이영희



박영택 | 경기대교수, 미술평론


사실 피망은 사과나 모과처럼 흔하게 그려지는 정물화의 소재는 아니다. 피망의 생김새에서 인간의 몸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저마다 조금씩 다른 피망의 존재를 인지하면서 군집 속에 개별적인 존재들로 이루어진 인간 사회도 연상해본다. 그것은 생명이자 시간이기도 하다. 또는 작가만의 고유한 기호나 표식처럼 피망을 정해 자신의 미술에 대한 사유의 자락을 펼쳐보이기도 하고 다양한 미술적 변주를 실험하는 단서, 대상으로 다루기도 한다. 해서 피망의 형태는 작가 그림에 반복해서, 무수한 변형을 이루면서 등장한다. 비로소 ‘이영희의 피망’이 된 것이다. 그것은 오브제이자 기호나 상징으로 출현한다.




그런데 그 피망의 형상을 재현하는 틀이 조금은 색다르다. 작가는 혼합재료를 통해 피망의 실루엣을 저부조로 올려놓았다. 그것은 평면에 사물을 묘사하는 붓질을 대신해 직접 손/몸으로 대상을 빚고 만들어내는 일, 떠내는 일이다. 작가의 작업은 그리기와 만들기를 병행하고 이를 뒤섞는가 하면 새로운 재료체험을 통해 그 재료의 물성을 강조한다.



핸디코드로 부조화된 화면은 피망을 온전히 보여주다가 부분적인 소멸을, 더러는 부재한 피망의 흔적을 드러내면서 펼쳐진다. 시간의 흐름과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생명체의 은유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동일해 보이던 피망의 상은 사라지고 다양한 형태가 다가온다. 충만한 형태도 있고 오그라들거나 사리지기 직접에 멈춘 듯한 그런 형상도 있다. 다채로운 삶과 소멸, 죽음의 순간들이 이미지화되어 있다. 그것은 모든 생명체의 존재 조건과 상황성을 풍경처럼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서구 정물화가 지닌 오랜 전통, 바니타스적인 의미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을 본다. 그래서 다분히 종교적인 뉘앙스가 진동한다.



그런가하면 어떤 피망의 형태는 음각이 되었고 그 안에 자리한 표현적인 붓질과 색채의 층들이 지나간 흔적을 창처럼 비춰 보여주고 그 위에 뜻없는 영문자가 레터링되어 있다. 구체적인 내용을 지시하거나 명기하지 못하고 그저 부유하고 사라지는 이 덧없는 문자는 특정한 존재를 적절히 지시하지 못하는 상황, 모호한 개체의 정체성, 동시에 그 어떤 것으로 저마다의 정체성을 부여하고 있는 것들을 연상시키는 동시에 반복되어 늘어선 피망이란 존재에 얼핏 존재감을 살려주기도 한다.
이전 작업보다 물질을 다루고 연출하는 묘미가 두드러지는 한편 피망의 이미지 변주가 세련되고 감각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피망이란 존재, 대상에 대한 과도한 의미의 부여 대신 피망의 형상을 빌어 시각적인 볼거리, 매력적인 물질체험을 농익게 보여주는 쪽으로 자연스레 나가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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