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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놀로그-그 여자, 그 남자의 허심탄회한 고백


김희랑 |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구체적인 대화일수록 진실하다. 자기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는 건 용기가 필요하고 때 론 자존심을 상하는 일일수도 있다. 더군다나 가식과 허울로 가득 찬 요새 같은 시대에는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유지하지만 누구와도 진정한 소통을 나누지 못하는 것이 현대인의 자화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뭐든 처음이 어렵지 일단 이야기를 꺼내놓고 나면 일종의 카타르시스와 같은 개운함과 위로를 얻을 수 있다. 또한 다 털어놓고 이야기 한 후에 우리는 진정으로 소통하고 이해하고 감싸 안을 수 있다.

고독한 군중(群衆)으로 칭해지는 현대인은 무대 위에 홀로 남은 광대와도 같은 존재다. 외형적으로는 물질적 풍요 속에서 행복하게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으로는 존재의 궁핍함과 상실감의 포로가 되어 하루하루를 고단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로 인해 항상 허기와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욕망의 갈증을 느낀다. 또한 쉴새없이 빠르게 변화해 가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과 삶의 의미나 방향성을 상실한 채 가치관의 혼란을 겪으며 살아간다. 행복의 조건은 상대적인 것이 아니라 절대적인 것이어야 함에도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돈과 외모, 학벌, 배경, 아파트 평수, 자가용의 크기 등 물질적인 것이 행복의 조건이 되어버린 세상이어서 나보다 돈이 많고 잘 나가고 좋은 조건의 사람을 보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나보다 못한 사람을 보면서 위안을 얻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는 자신의 주어진 환경에 만족하며 물질적인 것보다는 정신적인 것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마음이 부자인 현명한 사람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번 전시는 오늘의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의 갈등, 소외, 상실감, 위기감, 그리고 꿈과 추억, 행복과 자유 등 나와 너와 우리를 둘러싼 세상과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우리들이 느끼는 감정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해보는 자리이다. 즉 작가로서 혹은 여자로서 혹은 남자로서 혹은 인간으로서 살아오면서 보고 듣고 겪고 느낀 바를 진솔하게 기록한 삶의 독백이다. 따라서 참여작가 대부분은 심각한 내용이나 대명제를 주제로 택하기 보다는 소소하고 개별적인 내용, 즉 지극히 개인적인 일상사와 주변의 이야기들을 작업의 단서로 삼고 있다. 개성과 솔직한 감성을 바탕으로 세상을 반영하고 일상을 조형화한 작품들을 보면 작가의 일기를 엿보는 것 같지만 결국은 살아오면서 언젠가 우리가 마주치고 경험했던 나의 이야기이고 우리 사회의 이야기이다.

독백은 스스로를 이해하기 위한 자기내면에 귀 기울이는 행위로서 내면적이고 심리적인 상태의 언어이다. 또한 독백은 자신에 관한 진실한 고백으로서, 강한 주장이 담겨져 있거나 논리적인 대화는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만이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것 같고 자신만이 제일 불행한 것처럼 생각하지만 행복은 상대적인 비교에서 오는 감정일 뿐이고 삶의 질이나 감정은 큰 틀에서 보면 대동소이하다. 진한 사람의 향기가 느껴지는 화가들의 삶에 대한 진지한 고백을 통해 나와 타인과 우리사회를 둘러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또한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통해 자신을 반성하거나 혹은 위안을 얻고,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사회의 어두운 곳에 관심을 갖고 타인의 고된 삶이나 아픔을 위로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저축하는 시간이 되길 기대해 본다.



작가설명

최재영은 어린아이들의 놀이기구로서 인간들을 위한 도구이자 수단인 인형을 통해 역설적으로 인간들의 욕망과 위선, 허구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무표정하고 슬픈 듯, 공허한 듯한 오묘한 감정이 엿보이는 인형의 눈빛은 자신의 존재이유와 삶의 방향성을 잃고 살아가는 인간을 조롱하는 것 같지만, 어쩌면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작가는 밝은 색채와 인형이 갖는 고유한 특성인 순수성을 통해 사람들의 잃어버린 꿈과 순수성, 휴머니티를 되찾고자 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임남진은 불교의 감로탱화 형식으로 우리시대의 역사와 가치관, 세태(世態)를 실감나게 담아내는 풍속도를 주로 그린다. 삶의 모든 국면에는 어두움과 밝음, 좌절과 희망이 동시에 존재하듯이 그녀의 그림에는 인간들의 죄업(罪業)과 어리석음과 함께 업씻김을 통해 구원에 이르고자하는 기원이 담겨있다. 책가도(冊架圖) 형식의 다른 작품들은 그녀의 작업실, 화구, 술잔, 라면, 컴퓨터 등 작가의 내면의 정경(情景)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생활공간과 사물을 통해 자신의 꾸밈없는 삶의 단편과 내면세계를 보여준다.

전현숙은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솔직하지만 살짝 수줍음을 간직한 몸짓으로 풀어낸다. 그림 속 주인공인 ‘그 여자’는 자화상으로서 자신이 겪어온 사랑과 상처, 꿈과 욕망....등 생의 깊은 속살에 관한 내밀한 독백을 통해 세상 밖과 은밀한 소통을 시도한다. 자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물건들과 부귀영화의 상징인 모란꽃을 배 한켠에 싣고 사랑하는 사람과 떠나는 여행 혹은 물놀이 그림에는 인생의 풍파를 겪은 후 터득한 중년여성의 삶에 대한 관조와 유연성이 엿보인다.

박수만은 인물상들을 연결하여 의식주를 의미하는 옷, 밥, 집이라는 문자를 형상화하였다. 머리와 몸통, 다리만으로 표현된 알몸의 인물들은 단지 목젖이나 젖가슴 혹은 인물의 크기로 성별과 연령층을 짐작할 수 있을 뿐, 직업도 나이도 부(富)나 지식의 정도, 그 무엇도 알 수 없다. 따라서 인간 본래의 모습으로서 알몸은 순수성과 평등, 보편성을 상징한다. 최소 생계수단이자 인간의 본능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의식주와 서로 관계를 맺고 있는 인간의 무리, 배경에 놓인 일상의 물건들을 통해 작가는 인간세상의 진솔한 모습을 드러내고, 인류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순수성의 회복을 보여주고자 한다.



회화적 시각에서 출발하여 인지와 허상에 관한 문제를 다루는 정운학의 조각은 벽에 부착하는 방식으로 설치하고 채색을 가미하는 등 평면과 입체 그 중간에 위치한다. 작품 <날과 날들>, <쉼> 역시 평면의 아크릴 판을 구겨서 옷의 형태를 만들고 페인팅 하였는데, 옷은 펼치면 평면이고 입으면 입체가 되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가 추구하는 바에 적합한 소재이다. 옷은 무언의 상징으로서 개인과 사회의 정체성을 표현해 주는 수단이 되고, 사람의 숨결과 향기, 성향과 분위기 등 사람과 가장 직접적이고 밀접하게 관계하는 일상적인 소재이다. 작가는 바로 벗어놓은 사람의 숨결과 활동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는 옷을 통해 그 사람의 심리상태나 동적인 활동의 역사까지 담아내고자 한다.

주라영은 한 곳을 향해 맹목적으로 질주하는 수많은 인간군상을 통해 삶의 가치와 방향성을 상실한 현대인의 불안감과 정신적 위기감을 표출한다. 작품 는 무서운 속도로 변화해 가는 사회 속에서 ‘남들이 하는 것을 따라해야지 적어도 뒤쳐지지 않는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을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삶의 가치관과 자기정체성에 관한 질문을 던지며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게 한다.

박상화는 대상의 생성과 변화, 소멸의 과정을 통해 범우주적인 순환의 원리를 시각화하는데 관심을 갖는다. 특히 ‘변화의 과정’에 주목한 작품 은 반복적이고 단조로운 생활패턴의 표상인 일상의 공간이 자유로운 상상력이 가미된 꿈꾸는 방으로 탈바꿈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작가는 주변 사물의 예상치 못한 시각적 변화를 보여줌으로써 무료한 일상에서 변화와 발전을 꿈꾸는 현대인들에게 자극과 활력을 주고, 나아가 사람들이 자신을 가두고 있는 알에서 깨어나 새로운 삶을 향해 도전해 나가길 기대한다.

박윤숙의 작품은 서민들의 애환이 담긴 한편의 인생극장과 같다. 그녀는 중년의 고독과 위기, 워킹 맘의 육아문제, 시간강사의 비애, 기러기 아빠의 외로움 등 우리사회의 다소 어둡고 무거운 부분을 다루지만 특유의 재치와 해학적 표현으로 그들의 이야기는 절망이 아닌 희망의 여운을 남긴다. 또한 박윤숙의 작품에는 고달픈 삶과 힘겨운 인생의 무게를 지닌 이웃의 등을 두드려주는 위로와 비록 해결해 주지는 못할지라도 함께 들어주고 함께 울다 웃어줄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이 담겨있다.




전시개요
○ 전시 명칭 : 모놀로그
○ 전시 기간 : 2008. 8. 29 - 10. 12
○ 개 막 식 : 2008. 8. 29(금), 오후5시
○ 참여 작가 : 최재영, 임남진, 전현숙, 박수만, 정운학, 주라영, 박상화, 박윤숙
○ 전시 장소 : 광주시립미술관 금남로분관
○ 기 획 자 : 김희랑(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광주시립미술관 금남로분관
광주 동구 금남로 2가 7-1 (501-022)
Tel 062.222.3574
www.artmuse.gwangju.go.kr
관람시간 9:00-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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