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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상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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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광호전

  • 전시기간

    2009-07-01 ~ 2009-08-07

  • 참여작가

    나광호

  • 전시 장소

    갤러리AG

  • 문의처

    02-3289-4399

  • 상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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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약품(주) Gallery AG 신진작가 공모전III
나광호 시각_촉각 展


주최
안국약품(주), 한국큐레이터 협회
장소 GALLERY AG (서울시 영등포구 대림2동 993-75번지 안국약품 1층 )
일시 2009년 07월 01일(수) ~ 08월 07일(금)
(관람시간) 10:00am~06:00pm / 일요일 휴관
◆ Opening Reception : 07 10 (Fri) pm 06 :00






나광호의 시각_촉각


박 천 남 | 미술비평, 성곡미술관 학예실장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고속, 초고속은 이제 옛말이 되어버렸다. 광속이라는 말도 왠지 진부하다. 이러한 변화는 문화의 너비를 광역화하며, 이런저런 생활의 편리함을 선사하기도 하지만 때론 막연한 불안감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세상의 빠른 변화는 문득 지난 시절을 돌아보게 한다. 지난 수 년 동안 느림이라든가 과거, 추억, 폐허, 회고, 회귀, 7080 등과 같은 단어가 여기저기 등장한 것도 이와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시각과 함께 촉각, 혹은 시각적 촉각성, 직·간접적인 촉각성을 강조한 예술작품이 많아진 것도 거슬러 올라가자면, 어머님의 양수와 함께했던, 아무 걱정이 없던 자궁 속 태아시절을 그리워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사실’보다는 ‘이미지’가 보다 큰 설득력을 획득하는, '읽기'보다 '보기'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각의 시대, 이미지 시대다. 예술은 보는 것을 넘어 피부로 느끼는 것, 혹은 그 이상의 직접적인 '가촉성'을 주문받기도 한다. 시각예술에 대한 변화된 기대와 함께 역할의 중요성이 새삼 강조되는 이유이다. 최첨단 과학시대에 들어 시각예술의 수공적 속성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노동으로서의 제작행위, 전통적인 형식을 따르는 작품제작 방식이 감소하고 있다. 회화의 경우, 물감과 붓으로 이른바,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그림을 ‘만드는’ 방식을 채택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붓과 캔버스 대신 비디오와 혼합매체, 그리고 첨단 재료 등을 사용한 신개념의 평면 작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과학의 발달과 함께 세상의 속도가 경쟁적으로 빨라질수록 예술은 본래의 순수성, 자율성을 지켜나가면서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다해야 한다는 볼멘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젊은 작가 나광호는 머리와 입으로 만들어내는 그림이 아닌, 회화적 노동, 손의 힘, 즉 ‘그린다’는 회화 장르의 고유 속성을 버리지 않고 있다. 회화에 있어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시각적인 호소력과 함께 그림의 시각적인, 간접적인 촉각성을 동시에 강조하고 있다. 시장이 미술을 견인하면서 국내 미술이 경쟁적으로 시장 지향의 조형언어 창안과 조탁에 몰두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나광호는 아직 청년작가 특유의 우직함을 보인다.




나광호의 회화 속에 등장하는 이런저런 이미지와 낙서들은 대부분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그린 것들을 무작위로 채집, 배치한 것들이다.

초등학교에서 방과후 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나광호의 작업은 자신이 진행해온 수업의 회화적, 시각적 복기(復棋)로 이해할 수 있다. 물론 개인적인 관심과 경험을 적극 반영한 나광호 만의 이미지와 낙서도 화면 속에 분명 결합되어 있다. 나광호는 자신의 작업에서 다양한 시공간에서, 각기 다른 경험과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 여러 존재들을 시각적으로 나열하거나 임의의 질서로 콜라주하고 있다. 화면 속 일부 인물은 학교 공개수업에 참여했던 학부모들로, 학생들이 이해한 어머님의 모습이다.

나광호는 이러한 이미지와 낙서들을, 이젤을 사용하지 않고, 작업실 바닥에 뉘어 놓은 화면 위에 올려 놓는다. 나름의 방식으로, 회화적으로 번안한 이런저런 이미지와 낙서들 위에 레진이라든가, 아크릴 물감 등의 안료를 듬뿍 더한다. 안료가 굳기 전에 서둘러 캔버스를 세우거나 좌우로 기울이면서 화면의 표정 변화를 기다리고 지켜본다. 그리는 시간보다 마르는 시간이 더 많이 걸리는 이유이다.

이러한 독특한 나광호의 작업방식은 그의 그림이 다양한 메시지와 시각적 촉각성을 동시에, 혹은 순차적으로,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동인으로 작용한다. 여러 학생들과 함께 담아낸 이미지와 낙서들은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단일 화면 속에 하나의 세상으로 통합되며 새롭게 다시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나광호는 익숙한 것, 배움에 의한, 학습에 의한 시각적 결과보다는 아이들의 순수함과 그들이 순수하게 표현한 것들에 마음이 끌렸고 그것들이 좋아서 학생들의 그림과 낙서를 작업의 모티프로 선택하였다. 3학년 이상의 학생들 그림은 대상으로 하지 않는 것도 학습에 의한 순수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나광호 그림에 자리 잡고 있는 여러 낙서 중, 시선을 끄는 것은 상당량의 영어로 쓰여진 성경 구절이다. 그는 화면 한 구석에 신약성경 로마서 8장 28절의 내용을 깨알처럼 옮겨 놓았다. 요약하자면, “모든 것이 협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내용이다. 로마서에 담겨 있는 공동체에 대한 강조와, 관심이 나광호에게는 인생과 작업에 있어 중요한 모티프로 작용하고 있다. 그는 이 구절을 화면에 정성들여 써내려가고 그것을 시각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세상에는 독불장군이 없음을 재차 확인한다. 이러한 화합, 통합, 공존, 평화 등의 개념으로 조율한 나광호의 그림은 일종의 회화적, 조형적 잠언처럼 보인다.

그에게 있어 예술은 사랑의 실천이다. 따라서 그의 작업에서는 종교적인 태도도 감지된다. 전지구화(全地球化)된 세상을 살아나가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변화에 대한 적응도 그러하지만, 그것은 아마도 일종의 이른바, 관계에 대한 어려움일 수도 있다. 그래서 나광호는 하나되게 만드는 일이야 말로 지금의 시대에 필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화가로서, 선생으로서 자신의 역할도 그 지점에 위치시키고 이해하고 있어 보인다. 다른 사람들이 가치가 없다고 포기하거나 버린 것을 가치가 있는 것으로 바꾸어 놓는 나광호의 그림은 타인의 부족함과 다양함을 수용하려는 열린 자세와 긍정적인 태도, 차이와 다름을 포용하려는 마음가짐이 담겨 있는 평화로운 열린 세상이다.

나광호는 길을 잃고 헤맸던 경험이 있다. 당시 그를 바로잡아준 것은 이정표도 아니요, 직감도 아니었다. 골목길에 접어들 때 들었던, 주변 건물의 노래 교실에서 흘러나왔던 노래 소리에 이끌리고 의지하여 왼쪽, 오른쪽 방향을 걷잡고 길을 되돌아 나왔다고 한다. 이후 그는 자주 노래 소리와 눈으로 보았던 길을 함께 떠올리게 되었으며, 그림에 대한 생각도 시각과 함께 촉각 등 다른 기관들과의 상보적인 것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그림의 표면질감을 시각적인 이미지와 함께 동시에 강조한다면 그림이 말하려는 바를 더 잘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이번 전시 역시 시각적인 특징과 촉각적인 특징을 결합하려 했다. 드리핑, 흘러내리기, 칠하기 등의 작업을 반복하면서 시각적으로 결합하고 촉각적으로 통합하고자 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나광호는 자신의 일방적인 그리는 행위와 그 결과로서의 회화를 강조하기 보다는 자신의 행위를 받아준 지지체의 화답을 기다리고 존중한다. 그린다는 스스로의 회화 행위를 애써 스트레스로 만들지 않았다. 그림의 표면에 형성된 물리적 지형과 이미지에 잠복되어 있는 심리적 표정을 하나로 통합하고자 할 따름이다.

시각이미지의 과잉, 범람, 폭발 속에 자칫 문화적 미아가 되기 쉬운 때이다. 이러한 새로운 시대에 있어 젊은 작가들에게 던져진 숙제는 시각매체의 문화적 장악이라는 상황 속에 젊은 작가들의 비판적 정신과 반성적 사유를 시각화할 수 있는 지성적 노력이다. 시각매체시대에 살고 있는 젊은 작가 나광호가 보여주는 화합과 통합의 체험 방식은 청년작가로서 새로운 세대 특유의 자신감과 위상을 획득하는 생산적인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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