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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 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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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 IN은 2010년 살롱 드 에이치가 마련한 emerging artists 전시
은 2010년 살롱 드 에이치가 마련한 emerging artists 전시이다. 이번 전시명인 ZERO IN 은 사격 용어로서, 목표를 겨냥하면서 조준기를 조정하고 총구를 표적의 중심으로 맞춘다는 의미로, 젊은 아티스트들의 적극적 태도와 의지를 은유하는 기획전이다. 2010년을 시작으로 매년 연례적으로 기획되는 제로인은 그 첫 번째 주자로 6명의 젊은 작가, 김용관, 류정민, 박자현, 서상익, 이보람, 이윤희를 선정하였다. 작가라는 궤도에 이제 막 진입한 이들은 미술계에 본인들의 아이덴티티를 알리고, 기존 세대와는 다른 목소리로 차세대 미술의 단편을 쌓아가게 될 것이다.

안과 밖이 동시에 공존하는 뫼비우스의 띠를 바라보기 위해 선택된 관점은 필연적이거나 확정적일 수가 없다. 확정적인 논리 구조의 모순을 드러내기 위한 방법을 탐구하는 김용관은 올해부터 작가명을 ‘용관’에서 ‘김용관’으로 바꿔 이전 작업의 행위자인 본인과, 현재 작업의 본인을 분리하는 의도적 행위를 취하게 된다. (2005년 용관은 본명인 ‘김용관’으로 활동했었다.) 이러한 행위 또한 평면과 입체의 속성을 동시에 갖는 이율배반적인 기초 입자 QBICT (양자 컴퓨터의 연산 단위인 qubit와 cubic의 합성어로 등각투상도로 본 정육면체)의 속성과 맥락을 같이 한다. 작가 작업에서 QUBICT 의 개념적 동기가 되는 ‘세상은 불확정적’이라는 식의 확률론적 입장은 우리가 지금 굳게 믿고, 확정 짓는 것에 대해 반문하고 있다.



박자현은 수많은 점을 찍어 비정규 노동자와 일상인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화면 속, 20대 여성 비정규 노동자들은 사회에서 소외되고 약자로 여겨지는 모습 그대로, 완벽한 형상이 아닌 수많은 점들로 이루어진 불안정한 상태로 그려져 있다. 여기서 작가가 점을 찍어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치유’라기보다는 불안에 대한 방어기제로 실행되는 행위이다.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점 찍기 작업은 소외된 존재들에게 일상이 그렇듯 ‘시간을 견디는 방편’이 되어진다.

일상의 삶이 배제된 곳에서 ‘그 곳’에 존재하는 또 다른 정경을 프레임에 담는다. 류정민의 사진은 시간과 공간, 가상과 실재의 경계 속에서 하나의 이미지로 한정되어지지 않는다. 단편화되어 있는 이미지들을 콜라쥬 형식으로 이어 붙인 시리즈 속의 ‘길’은 곧게 뻗어있지 않고 마치 길을 잃고 방황하는 모습이다. 평범해 보이는 풍경 사진들은 작가의 기억을 거쳐 생경한 풍경으로 새롭게 재구성된다. 이를 통해 각각의 이미지들은 기존의 의미가 지워지고 작가가 만들어 낸 새로운 이야기로 채워진다.



‘나의 작업은 일상과 상상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연극의 공간이다.’ 서상익은 자신의 일상에 상상 속의 인물, 사건들을 배치함으로써 두 가지 공간이 경계 점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진정한 일상을 보여주고자 한다. 그의 신작 <사연 많은 도시>에서는 서로 무관해 보이는 인물들이 일상의 공간에 배치된다. 플랫폼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인물들을 하나의 화면으로 모아 상상의 공간을 만들어낸다. 이는 기존에 자신의 일상에서 대중매체 또는 영화 속 이야기를 끌어와 상상과 일상의 경계를 보여주었던 것과 달리, 개인적 이야기의 가능성만을 상상으로 만들어 또 다른 공존의 가능성을 제시해준다.



전쟁, 폭력이 남긴 혼란과 슬픔의 상흔들은 사진으로 기록된다. 하지만 그 이미지들은 미디어 매체를 통해, 익명의 대중들에게 비극적 감정이 배제된 일회용 사건들로 소비되고 있다. 전쟁과 테러로 처참해진 희생자들의 모습을 그리는 이보람은 수많은 미디어 매체로 인해 가벼워진 현대인들의 죄의식에 대해 짚어내고 있다. 작가는 폭력과 살생이 감행되는 전쟁 사진 속에서 배경을 제거하고 인물들만 따로 떼어 화면에 재배치한다. 이렇게 인물을 옮기는 과정에서 희생자들은 성상화 된 백색과 분홍빛의 인물로 변모한다. 구체적인 형상이 사라진 백색의 희생자와 따뜻한 핑크 빛 배경은 전쟁보도사진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무의미한 시선과 닮아있다.



이윤희의 조각은 동양에서 기원과 숭상의 대상으로 여겨졌던 탑의 형상을 끌어온다. 더불어 사람들의 바람과 기도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혼재된 욕망들이 기념비처럼 쌓아 올려진다. 사회적인 욕망인 사랑, 돈, 명예 등 복잡하고 혼합된 이미지가 중첩되어 나타나는 형상들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가짜, 허구이다. 이렇게 실존하지 않는 이미지는 잡히지 않는 욕망의 단면들을 더욱 확대시킨다. 또한 다층적이고 불안정한 탑의 구조와 깨지기 쉬운 도자기의 물성은 한번 더, 그 욕망들의 덧없음을 상기시켜주고 있다.



ZERO IN은 동시대 젊은 작가들의 일반화된 패턴과 양식을 드러내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가 바라는 것은 그들의 개념을 스스로 정의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잠재적인 에너지(총알)를 발포시킬 수 있는 기회(사격)를 만드는 것이다. 본 전시를 통해 젊은 작가들이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한 거침 없는 총성을 축복하고 다가올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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