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2010-06-30 ~ 2010-07-13
남 지, 육종석, 전경선, 홍상식, 홍순환 ,강민수
02-733-6469
이번 김승호 미술연구소에서 기획한 전시<(명: 또 다른 나로서의 자아)>는 국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6명의 작가들이 참여한 기획전시이다. 회화, 조각, 설치분야에서 작가들이 던지는 자아에 관한 이야기를 전시로 묶어보고자 기획 했다. 이번 전시는 다 매체와 다 장르가 미술 전시로 담아진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만, 참여 작가들의 작품들이 자아담론의 층위를 두텁게 하여 관객과 대화하는 방식이 다양하게 보여진다.
각기 제작하는 방식과 미적 가치평가의 기준이 다를 뿐만 아니라 그들이 걸어온 작가의 노정과 주관심사도 다채롭다. 1980-90년도 이미 작가로서 미술계에 발을 들여놓은 그들의 발자취를 현재적인 관점에서 역 추적하려는 의도는 없다. 왜냐하면 사업화 되어가는 전시문화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화 되어가는 한국 미술전시에 “또 다른 나로서의 자아” 라는 명제가 자리하기에는 터무니 없이 빈약해 보이기 때문일 뿐 아니라, 더더욱 소소하고 은은한 그리고 외관(상품)보다는 자기내면에 충실한 지역적 정체성이 중앙과 외곽이라는 사회자본주의 담론에 묻히기 때문이다. 2010년 여름에 기획한 이번 전시는 소시민으로서 급변하는 한국사회에서 자아의 문제를 시각미술에서 찾아 작가로서 정체성을 구현하였는지 그 가능성을 타진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참여 작가들의 자아담론이 관객과 어떻게 조우해야 하는지 성찰할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작지만(전시규모) 튼실한 기획내용을 살리고자 지역성과 서울 그리고 여성과 남성으로서 빚어진 자아담론의 전시현장을 마련했다. 작가로서의 정체성이 작품으로 가시화 되는 한 기획자의 희망은 지속되리라 믿는다.
자아담론과 기획전시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자아담론이 작품의 미적 평가가치를 측정하는 기준이 아니고, 오히려 전시의 기능과 역할이 지속되는 주제기획으로 규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동안 존재하지만 타자의 외적 논리로서 제외된 작가로서의 정체성이 다양한 방법과 매체로 가시화 되는 미술현장이 전시의 기능과 역할을 가늠하는 기준이다. 참여 작가들의 다양한 정체성의 이야기가 선사한 선물이자 전시의 기능과 역할을 규정하는 원인이다. 그것은 미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 작품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전환한 현대미술 전시와는 다분히 차이가 있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국내외에서 미술과 사회와의 관계 맺음을 작업의 노정에서 구조화 하고 있고, 작품들은 미술이 선사한 자유로움 속에서 개별성을 강조하면서 관객과 대화를 요청한다. 그들의 작품은 전체(작업)와 부분(작품)과의 이어 달리기를 하기도 하고 정거장과 정거장을 단절하기도 한다. 전시된 작품들은 “또 다른 나로서의 자아“에 초점을 맞추었다. 매체(물감, 나무, 빨대, 메탈 등)와 표현도구(회화, 조각, 설치 등) 그리고 표현방법(물질과 비물질, 기억과 일상, 상상과 현실이 인체, 변형, 기계, 만화적으로 전달된) 등은 전시장을 밝고 어두운, 가볍고 중후한, 개념적이자 즉각적인, 표피적이자 내면적인, 딱딱하고 부드러운, 기계적이자 인공적인 계류상태를 담보한다. 시각미술에 자리한 계류상태가 자아로서의 나(Ego)를 이해하고 분석하고 평가하는 기준이 아닌가 한다. 현실적이자 몽상적인, 비현실적이자 회상적인, 무의식적이자 내면적인, 희미하지만 부드러운, 형상적이자 대상적인, 부분적이자 단편적인 작품의 구조는 우리에게 미학적 정체성을 경험하게 한다. 반면에 회화적이자 조각적이자 만화적이자 설치적인 작품의 경향들은 미술에서 자아의 정체성이 어떻게 가시화 되는지 확인하게 한다. 작품이 자아에 대한 의식을 전달하고, 자아의식은 매체와 도구와 방법으로 관객과 조우하고, 전시는 다양한 층을 담론으로 묶는다. 다원주의시대에 자아담론의 다양성이 참여 작가와 기획전이 동참하여 가능해진 기획전시이다. 작가들의 참여는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전시장에서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지만, 기획자에겐 전시의 기능과 역할이 자아담론으로 새롭게 규정된다는 가능성을 확인하는 노정이 된다. 기획자와 작가들이 미술현장의 새로운 주소를 가능하게 하였다면, 이 가능성이 어디에 위치하는지는 관객의 과제가 될 것이다.
(글: 철학박사 김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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