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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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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서문 :   

세 가지 거짓말_김은주展


김최은영(미학, 자하미술관 책임큐레이터)


그 무엇도 파악되지 않는 것은 없었다. 평범한 일상의 사물, 책이나 시계, 빈 병과 못. 이 객관적 사물들은 김은주식 주관적 내면화 과정을 거치며 새롭게 묘사된다. 카메라를 통한 묘사의 과정은 시간과 공간을 동시에 제어하며 표출된다. 장시간의 노출과 후반 작업을 통한 거리감은 약간의 불편함이 존재한다. 이 불편함은 사진이라는 사실의 기록을 전혀 다른 방식의 사유로 유도되게끔 만들어진 장치다. 몽환적인 동시에 회화적인 화면의 상황은 낯설게 하기의 또 다른 표현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시간성과 공간성을 잡아낸 기막힌 작가의 직감이다. 


카메라로 잡아낼 수 있는 대상은 무한하다. 그 무한의 대상은 반드시 작가의 선택이라는 과정을 통해 현실화된다. 그러나 현실화된 대상은 결국 부재하는 것에 불과하다. 카메라에 대상이 머무는 순간, 우리는 실존이 아닌 부재하는 것의 허상을 목격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사진의 부재성에 대해 김은주는 날카롭고 아름답게 진술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존재치 않는 거짓말이거나 일상의 허망한 농담이거나 인정하기 싫은 어떠한 사실의 파편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작가는 ‘세 가지 거짓말’이라 고백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Lighting Collage’. 이는 김은주가 수사로 사용하는 방식이며 스스로 조어한 단어다. “동일한 배경에서 상황을 연출 한 후 셔터 속도를 달리한 촬영기법이며, 장 노출을 통해 미처 보고 느끼지 못했던 사물 주체로써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순간 현실과 환상의 중간과정을 지켜본 듯한 느낌이었다. 또한 사물의 보편적인 형태를 명확히 들어낼 수 있는 각각 다른 라이팅 방법을 선택해 개별적으로 노출하였다. 그로 인해 한 프레임의 사진 안에서도 빛의 방향, 그림자의 길이, 농도, 방향이 달라보이도록 연출했다. 마지막으로 명확한 형태를 위해 사물 하나하나 부위 별로 나눠 세세하게 깊은 심도로 촬영한다. 이렇게 촬영 된 수십 장의 사진은 소프트웨어를 통해 콜라주처럼 선택된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사진으로 만들어진다.”-김은주.


이러한 記述(기술) 방식은 불연속적인 작업의 연속된 실행을 전재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작업의 전개 과정 속엔 연속과 단절이 동어반복되고 그것은 시간이나 공간의 행간을 읽도록 도와주는 요소가 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도달하는 최종 결론에는 반드시 작가적 직감 혹은 창조적 영감이 도입된다. 대상을 결정하는 지점과 그 대상을 드러내야 하는 순간과 숨겨야 하는 순간 모두에 해당하며 이 행위 속에 추상적 단계와 구상적 단계가 양립되는 것이다. 시간적 전개와 공간적 구성의 모든 면에 개입된 작가의 연속적 지각은 존재를 부재시킬 수도 부재를 존재시킬 수도 있게 하는 힘을 형성한다. 그 힘이 바로 김은주가 보유한 직감이다. 


이러한 힘은 ‘隙孔(극공)’과 ‘A Haze’의 연작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시간과 시간사이, 공간과 공간사이, 사람과 사람사이, 사물과 사물사이의 행간을 발견한 작가의 눈은 물성자체가 아닌 ‘사이’ 즉, 틈을 공략해 낸다. 그것은 조용한 응시에서 비롯되며 찰나의 순간에 포착되었다. 액자소설을 보는 듯한 두 시리즈는 작품마다 에피소드들이 연상되며 동시에 여러 작품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전혀 새로운 국면을 제시하게 된다. 개인적 상황과 흔적은 최소 단위로만 남겨지고 일종의 상징이나 알레고리의 태도를 갖춘다. 사진으로 찍힌 대상은 규정된 미적 가치가 아닌 우발적 직감으로 차용된 상징이다. 기호화다. 그러나 그들의 교집합은 ‘사이’나 ‘틈’과 같은 행간임을 작가는 놓치지 않고 있다. 행간을 통해 오히려 존재를 밝히고 부재를 통해 오히려 실존을 밝히는 눈이다.


때문에 김은주의 대상이 본인이던 사물이던 시공간이던 그런 종의 분류 따위는 중요치 않다. 오늘 중요한 것은 바로 우리가 김은주를 통해 목격할 수 있었던 새로운 목적의 대상들이며 새로운 가치들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가 설정한 빛 콜라주처럼 충만한 미감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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