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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균 조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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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소개

 

'존재함'을 기념하는 소소한 모뉴멘트

 

  현대의 회색 도시 풍경을 시멘트로 제작해온 김상균의 근작은 기존과는 다른 시각으로 우리 사회의 일면을 풍경화하고 있다. 전작에서 그는 육중한 시멘트가 전달하는 건축물의 물성과 파사드 뒤의 텅 빈 구조를 통해 현대사회의 공허하면서도 황폐화된 심상을 비판적으로 전달하였다. 이렇게 도시 풍경을 통해 사회를 바라보는 건조하고 냉소적인 작가의 시선은 근작에서 변화되어 보인다. 반복배열 되는 파사드에 있던 수많은 창을 꿰뚫고 응시하듯이, 현재 작가는 텅 빈 창의 내부에 담긴 존재들을 들여다보는 중이다. 도시의 속과 겉, 이전의 작업이 ‘겉’, 즉 껍데기를 통해 ‘속’의 소외와 공허에 접근했다면, 근작은 ‘겉’으로부터 가리어진 ‘속’의 이야기들을 투영하고 반영하는 것이다. 

 

  사회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겉에서부터 안으로 이동한 데에는, 2009년부터 그가 참여한 공공적 성향의 프로젝트들이 영향을 미치게 된다. 조각가로서 도시의 미관을 위해 제작되는 환경조형물에 회의감을 갖던 중, 직접 공공미술을 의뢰 받아 예술의 사회적 활동에 질문을 던지고 고민해온 것들이 근작의 변화와 맞물리게 된 것이다. 변화의 시작점에는 강원도 사북/고환의 폐광촌을 방문하여 사망한 301명의 광부들의 혼을 기리는 트로피를 제작한 것이 계기로 작용한다. 현재는 존재하지 않으나 사회를 지탱하게 했던 소소한 존재들의 의미를 되새기는 본 작업을 통해, 작가는 도시의 이면에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나 존재했었던 흔적을 기리는 일종의 모뉴멘트 작업을 개진시키게 된다. 그리하며 작가의 이번 개인전에는 사회 참여적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했던 작업과 이를 바탕으로 하여 개인적 관찰과 해석이 교환된 작업이 함께 전시된다. 전시작을 살펴보면, 크게는 역사적 사실(fact)을 바탕으로 하여 부재하는 풍경을 복원하고 있는 ‘잃어버린 풍경’, ‘자연이 된 풍경’과 이웃들의 삶을 통해 일상의 소소한 삶의 가치를 되새기고 있는 ‘The Stars 2010’, ‘Thanks to you’로 구분할 수 있다. 

 

  더 이상 현존하지 않는 근대 건축물의 파사드를 복원하고 있는 ‘잃어버린 풍경’은 조선 총독부(구 중앙청사), 영은문, 손탁호텔, 반도호텔의 입면을 각각 되살려 보여준다. 12mm두께의 아크릴을 직접 깎아내어 조각하는 과정은 실존하지 않는 건축물에 대한 기억을 차분히 되새겨가는 과정과 같다. 라이트 패널로 마감이 되어 조각난 아크릴 면이 빛의 음영으로 드러나게 된 본 작업은 실재하지 않는 물성을 빛으로 되살리며 존재했던 역사적 사실들과 기억들을 조우하게 한다. ‘잃어버린 풍경’에서 복원된 근대의 건축물들은 ‘자연이 된 풍경’에서 또 다시 마모되며 영속적이지 않은 것, 소멸의 과정에 대한 작가적 해석이 심화된다. 잃어버린 근대의 풍경을 캐스팅 하듯이 주물로 마감한 본 작업은, 돌의 형태를 빌려와 마치 화석과 같이 건축물의 흔적을 본뜸으로써 자연적 소멸과 인공적 생성 사이의 간극을 매개시키고 있다. 

 

  대도시의 표면화된 파사드 뒤로 가려진 삶에 접근하고 있는 ‘Thanks to you’는 도시개발의 폭력적 풍경 뒤로 소외된 공간을 방문하여 이후 기념패를 제작한 작품이다. 소공동 뒷골목에 남겨진 오래된 양복집, 근대의 양식을 간직한 낡은 파출소들, 보이지 않는 길을 안내하는 맹인안내견, 그리고 작가 자신의 일상 속에 존재하는 식물 벤자민의 ‘존재함(Beingness)’에 감사해하는 작가의 작은 시멘트 기념패는 삶의 소소한 장면을 향한 예술가의 온기 어린 응답이다. ‘The Stars 2010’은 사회의 그늘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돕는 이들의 시각이 반영된 작품으로, 복지재단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공간의 풍경’이 담긴 사진을 받아, 이를 콘크리트 재료로 제작한 것이다. 14개의 풍경은 각기 복지재단에 설치되었으며, 본 작업은 이를 FRP로 제작한 다음 회색조로 페인팅 하여, 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풍경들을 차분히 음미할 수 있게 하였다. 근작에서 진행된 사회적 컨텍스트는 위에서 살펴본 각각의 작품들에게 있어 물질적, 기법적 변화 또한 다양한 방식으로 이끌어 내었다. 아크릴 조각, 시멘트 위에 시도한 실크 스크린, 회화와 기존의 시멘트 조각의 형식을 결합시킨 부조 등 재료적 실험은 조각가로서 형식적 측면에 대한 확장을 시도하고 있는 부분이다.

 

  도시의 건축물로부터 공간과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소외된 일상적 삶을 응시하고 있는 작가의 시선에서는 전과 다르게 온기가 느껴진다. 이번 전시의 제목인 ‘Gift’는 ‘내가 미술을 통해 세상에 주고자 했던 선물이 오히려 나의 예술적 영감을 자극하여 나에게 큰 선물로 되돌아오는’(작가노트 中) 작가의 생각을 반영하며, 예술가와 사회가 각기 내용과 결과물로 서로에게 교환할 때의 생성되는 의미작용을 '선물'이라 지칭하고 있다. 사회 구조에 대한 작가의 시선은 사회와의 교환을 통해 적극적으로 그 내용을 반영하고 있으며, 그 이야기를 탐색하는 것으로 의미들을 발견하고 되새길 수 있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그리하여 그의 조각은 공간, 구조, 사람에 이어 보이지 않는 공간과 사라진 기억들까지도 반영하며 비가시적인 것들을 가시적인 풍경으로서 모뉴멘트화 하고 있는 것이다. 

 

심소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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