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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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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이배에서는 2011년 4월 20일(수)부터 5월 29일(일)까지 절제된 색상과 표현을 바탕으로 진달래꽃을 통해 축복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김정수 작가의 신작 16점을 비롯하여 작가의 대표작 23점이 전시된다. 삼십여 년 만에 고향 부산을 찾은 작가는 어린 시절의 추억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고향에 대한 애틋한 향수, 이국생활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시켜 주던 상징이기도 했던 진달래꽃을 통해 귀향 인사를 드린다. 한 소쿠리 가득한 진달래꽃으로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축복이 연분홍으로 곱게 물든 갤러리를 찾는 모든 분들과 그들의 부모님과 아들딸들에게 그대로 전달되기를 바란다. 


인간이 지각하고 염원하는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은 자연으로부터 온다. 자연이야말로 미의 원형이자 보고이다. 봄기운이 완연하지 못한 서늘한 따뜻함의 풍경 속에서 연분홍 꽃을 피우는 진달래는 우리 땅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식물이지만, 사실 많은 식물의 이미지에서 진달래만큼 우리 민족의 정서와 밀접한 것도 없을 것이다. 김정수 작가에게 있어 진달래꽃 역시 작가의 유년시절의 추억을 넘어 한국적인 정서의 원형, 한국인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작가의 작업에서 진달래꽃은 예술가적 미적 감수성으로 포착해 낸 자연의 속살이자 지극히 감성적인 이미지로 표현되고 있다. 


진달래꽃이 갖는 의미의 시각적 표현은 평면적인 화면구성, 자연적 물성의 바탕질감, 극사실적인 묘사, 원근법을 배제한 환영적 느낌 등으로 작가에 의해 매우 독창적으로 나타내어진다. 그의 작품 속에서 진달래꽃은 스스로 기울이지 않고 비워낼 수 없듯 그림 속 자잘한 꽃들의 채워짐이 소란하지 않고 소박한 사랑과 축복으로 자연스럽게 연계된다. 또한 바람을 만나 흩날리고 낮은 곳으로 떨어짐으로써 비로소 자신이 마음을 두었던 그 자리에서 온전한 안락함과 그리움에 대한 안식을 느끼고 있음이 분명하다.


절제된 색상과 표현을 생명력으로 삼았던 문인화를 그리는 마음으로 작업하는 작가는 완성된 작품의 3, 4배나 되는 실패작이 있을 정도로 꿈결처럼 붙들고 싶은 아련하게 예쁜 진달래색을 찾는데 오랜 시간을 보냈다. 작가는 진달래꽃의 원색과 원형을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 보길도에서 설악산까지 진달래 길을 따라 걷기도 하였으며 불투명하지도 투명하지도 않은 진달래꽃잎의 아스라한 특성을 표현하기 위해 진달래 빛 물감을 구하려고 세계 곳곳의 화방을 뒤지기도 했다. 직접 꽃을 한 송이 씩 따서 대바구니에 소복이 담아보기를 반복하였으며 무념무상의 상태로 여덟아홉 번 정도 덧칠하면서 꽃잎을 생략하기도 하고 과장하는 과정을 거쳐 비로소 작업을 완성했다. 꽃을 딴 뒤 5분만 지나도 보랏빛으로 변하는 진달래꽃은 그의 캔버스 위에서 가장 절정의 상태로 영원히 살아 숨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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