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기록으로 대신할 수 없는 실존의 모습들을 사진처럼 기록해 보여주는 풍속화, 그 중에도 비교적 풍부한 그림이 남아있는 조선 시대의 것을 다룬다. 행사 참여를 기록한 관인 풍속화, 만남의 인연을 기념한 사인 풍속화, 서민들의 모습을 들여다본 서민 풍속화까지 망라하여 그림과 내용 해설을 더해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을 풀었다.
책소개
삶의 역사와 이야기가 담긴 그림, 풍속화라면 일반적으로 조선후기에 유행한 김홍도와 신윤복의 그림을 떠올린다. 조선 후기의 풍속화가 그만큼 의미와 비중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풍속화는 어느 시대나 그릴 수 있었고, 그려진 그림이다. 예컨대 청동기시대의 암각화에도 생활하는 인물상이 새겨져 있고, 삼국시대의 고구려 고분벽화에도 현실과 내세를 넘나드는 생활의 이모저모를 엿볼 수 있다. 고려시대 이후로도 생활의 역사는 대부분 미술 작품으로 형상화되어 소중한 유산으로 오늘에 전하고 있다. 특히 신분제도가 엄격했던 조선사회는 신분에 따라 삶의 형태도 확연하게 달랐다. 따라서 ‘조선시대의 삶, 풍속화에서 만나다’에서 우리는 신분에 따른 다양한 조상들의 삶을 만나게 된다. ‘임금과 관료들의 삶을 그린 관인 풍속화,’ ‘선비들의 삶을 그린 사인 풍속화’ 서민들의 자유로운 삶을 그린 ‘서민 풍속화’를 만나게 된다.
1) 행사의 참여를 기록한 관인 풍속화
‘영조가 연(輦)을 타고 계단을 올라 수문 위에 자리를 했다. 1760년, 청계천의 토사를 걷어내고, 제방을 쌓아 물이 잘 흐르게 하는 준천사업 현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연인원 21만 여명, 소요비용 3만 5천 냥, 쌀 2,300석이 들어간 대규모 사업.......’ 관인 풍속화 중 한 장면이다. 문자로 된 기록이 전할 수 없는 삶의 현장들을 우리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 보여주는 그림이다.
관인 풍속화는 임금이나 고위 관직에 있었던 관료들의 특별한 행사나 사적인 모임을 그림으로 남긴 기록물이다. 왕이 내린 연회나 시회(詩會), 혹은 왕을 수행하는 일에 참여한 것은 관료로서 매우 영광스러운 일로 여겼기에 그 행사의 장면을 그린 기록화를 만들고 사연을 남겼다.
2) 만남의 인연을 기념한 사인 풍속화
‘숭례문을 화재로부터 보호했다는 남지(南池), 그 아름답던 남지는 지금 어디로 갔을까? 남지는 수 백 년 동안 관악산의 화기와 싸움을 하며 숭례문을 지켜왔는지 모른다. 그런데~ ’ 상인풍속화 가운데 한 장면이다. 인연을 중시한 선비들이 등장하는 사인 풍속화는 벼슬을 하지 않은 선비들의 생활상을 그린 그림이다. 관직에 있지 않은 양반이나 선비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들의 모습에서는 다채로운 장면을 마주하게 된다. 사인 풍속화는 조선 초기와 중기의 사례가 많다.
사인 풍속화는 주로 전문 화가에게 주문하여 그렸다. 따라서 그림의 수준과 격이 매우 높다. 다양한 사연들이 들어 있는 그림들이며 조선시대 풍속화의 또 다른 정수를 보여주는 그림들이다.
3) 서민들의 모습을 들여다 본 서민 풍속화
해학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장면 묘사로 풍속화의 전형을 이룬 김홍도와 신윤복의 풍속화로 대표되는 그림들이다. 조선시대의 서민은 사회적 특권이나 부(富)를 누리지 못한 평민들이다. 그러나 서민들의 생활상을 가장 먼저 화폭에 담은 화가는 의외로사대부 화가였다. 잘 알려진 윤두서(尹斗緖)가 조선후기 서민시대의 그림인 풍속화의 서막을 열었다. 이전까지 그려지던 관념 속의 인물들을 현실을 살아가는 서민의 모습으로 바꾸어 놓았다. 조선후기 풍속화의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서민들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나올 수 없는 그림들이다. 이런 전통은 조선 후기 김홍도를 비롯한 다음 세대의 화가들에게 전승되었다.
이 책에서는 조선 후기 서민 풍속화의 진수를 볼 수 있는 수준 높은 화격의 그림들이 소개되고 있다. 특히 같은 주제의 다른 그림들을 나란히 보면서 그림 감상의 즐거움을 더 한다.
지은이 | 윤진영
고전의 바다 장서각에서 역사연구의 방법론과 미술사의 기초 역량을 혹독하게 익혔다. 한국 회화사의 분야로 미술사 석·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서울시 문화재 전문위원, 한국 민화학회 총무이사를 맡고 있으며, 한국학 중앙연구원 장서각의 책임연구원이다.
공저로 《권력과 은둔》, 《왕과 국가의 회화》, 《조선 궁궐의 그림》, 《왕의 화가들》이 있고, 계회도, 초상화 왕실회화 등 여러 편의 논문이 있다.
목차
서문_ 삶의 역사와 이야기가 담긴 그림, 풍속화 6
관인 풍속화_ 행사의 참여를 기록하다 10
〈중묘조서연관사연도〉 | 중종이 왕세자의 스승들에게 연회를 베풀다 12
〈효종어제희우시회도〉 | 효종과 신하들이 단비 내린 기쁨을 나누다 16
〈수문상친림관역도〉 | 영조가 청계천의 물길 트는 현장을 참관하다 20
〈영묘조구궐진작도〉 | 태조의 생신에 영조와 왕세손이 근정전의 옛터를 가다 26
〈사옹원 선온 사마도〉 | 영조가 사옹원에서 말을 내리며 과거를 추억하다 30
〈미원계회도〉 | 사간원 관리들이 관복차림으로 여가를 즐기다 34
〈호조낭관계회도〉 | 전·현직 호조낭관이 한 자리에 모이다 38
〈희경루방회도〉 | 과거합격 동기모임, 풍류인가 향락인가 42
〈기영회도〉 | 국가의 원로를 연회로 대접하다 46
〈임오사마방회도〉 | 사마시 동기생들 반백년을 함께 하다 50
〈선전관청계회도〉 | 선전관의 계회에서 무슨 일이 벌어 졌나 54
〈평안감사환영도〉 | 평안감사의 부임 축하 환영연을 그리다 58
사인 풍속화_ 만남의 인연을 기념하다 66
〈십로도상축〉 | 오백 년 전 노인들의 만남과 사연을 오늘에 전하다 68
〈남지기로회도〉이기룡 | 숭례문 앞 ‘남지’에서 연꽃을 감상하다 72
〈이원기로회도〉 | 궁중 악무의 요람, ‘이원’에서 기로회를 열다 76
〈석천한유〉 | 호걸스러운 무관, 풍류를 즐기다 80
〈독서여가〉정선 | 선비가 좋아한 그림 속의 그림 84
〈도국가첩〉 | 우아한 선비들의 멋과 운치, 화폭에 가득하다 88
〈연당야유〉신윤복 | 연꽃이 있는 연못가의 풍류를 그리다 92
〈쌍검대무〉 신윤복 | 칼춤의 맵시가 바람을 가르다 96
〈회혼례도첩〉 | 노부모님 회혼례로 온 집안이 분주하다 100
〈제재경수연도〉 | 늙으신 모친을 모시고 춤을 추는 관료들 104
〈평생도〉 | 일생의 소중한 순간들을 화폭에 남기다 108
〈소과응시〉 | 소과시험의 현장을 풍자하다 112
서민 풍속화_ 서민의 모습을 들여다 보다 116
윤두서 〈짚신삼기〉 | 서민의 일상을 화폭에 담다 | 김득신 〈짚신삼기〉 118
윤두서 〈석공〉 | 불안한 석공 표정으로 말하다 | 강희언 〈석공〉 122
윤두서 〈나물캐기〉 | 나물 캐던 아낙은 어디를 바라보나 | 윤용 〈나물 캐는 아낙〉 126
윤두서 〈목기깎기〉 | 흥미로운 공구의 작동원리를 보여 주다 | 조영석 〈목기깎기〉 130
조영석 〈말징박기〉 | 말을 묶어두고 말징을 박노라니 | 김홍도 〈말징박기〉 134
조영석 〈바느질〉 | 여성의 일상, 화첩 속에 감추다 138
조영석 〈점심〉 | 일손 멈추고 점심을 즐기다 | 김홍도 〈점심〉, 김득신 〈점심〉 142
김홍도 〈서당〉 | 천진난만한 서당아이들 붓끝에서 되살아나다 146
김홍도 〈씨름〉 | 예측할 수 없는 승부의 현장을 연출하다 150
김홍도 〈대장간〉 | 조선 후기 대장간의 모습을 그림으로 만나다 | 김득신 〈대장간〉 154
김홍도 〈빨래터〉 | 빨래터는 정겨운 만남의 공간이다 | 신윤복 〈빨래터〉 158
신윤복 〈단오풍정〉 | 은밀한 공간이 화폭 위에 펼쳐지다 162
유 숙 〈대쾌도〉 | 젊은이들의 힘겨루기에 군중으로 참여하다 166
〈석진단지〉 | 효자의 이야기, 풍속화로 재현되다 170
저자 후기 174
작품 목록 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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