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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보존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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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구기호
  • 저자명살바도르 무뇨스 비냐스 지음, 염혜정 옮김
  • 출판사열화당
  • 출판년도2024년 9월
  • ISBN9788930107891
  • 가격22,000원

상세정보

스페인 보존 이론가이자 종이 보존가인 저자가, 다양한 문화적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는 현대 이론을 구축했다. 고전 이론보다 개방적이고 유연한 방식을 추구했으며, 서구권 사례를 통해 인문학적으로 접근한 내용은 실제 수년 동안 유용하게 활용됐다. 고전 이론과 달리 현대 이론에서 보존은 단순히 대상의 진실 추구가 아닌, 주체와의 관련성에 중요도가 있다. 보존이란 무엇인지 다루는 1장에서 보전이나 복원과 무엇이 다른지부터 명확히 하고, 보존 대상과 보존의 형태, 지속가능성과 윤리적 원칙, 대상과 주체의 문제까지 쌓아나간다. 저자는 한국 독자를 향해 자신의 이론을 계단의 한 단계로 이해하고 밟고 올라서, 고찰을 통해 더 나은 곳으로 나아가길 바란다는 서문을 더했다.

책소개

보존이란 무엇인가

이 책의 저자인 살바도르 무뇨스 비냐스(Salvador Muñoz Viñas)는 스페인의 보존이론가이자 종이보존가로, 그는 보존에 관해 고전 이론보다 더 개방적이고 유연한, 따라서 다양한 문화적 환경에서 활용 가능한 현대 이론을 구축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서구권의 사례들을 다루면서 보존 윤리부터 보존 철학, 보존 사회학 등으로 일컬을 수 있는 인문학적 접근 방식을 택했다. 따라서 한국 독자들이 간편히 획득할 실무 지침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보존을 대하는 유연한 기준을 세우고 보존가의 실무 지식이 갖는 중요성을 이해하도록 하는 학술적 저술로서 의미가 깊다. 특히 아직 한국에는 심도있는 보존 학술서를 찾아보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이 책은 보존을 공부하는 전공자뿐 아니라 예술 작품이나 문화유산이 어떻게 생명을 존속해 왔는지, 그 역사에 관심있는 이들에게도 흥미로운 기회가 되어 줄 것이다.

보존은 화가나 목수, 조각가의 기술과는 달리 체계적인 훈련과 특수한 기술이 필요한 복합적인 활동이다. 쉽게 말해 손상된 그림을 처리하는 데 요구되는 관점이나 기술은 일반적인 농가의 벽을 수리하는 데 요구되는 그것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보존 개념은 이러한 차이를 깨닫는 데서 비롯되어 십구세기에 중요하게 다루어지기 시작했다. 물론 그전에도 우리가 유산(heritage)이라고 부르는 대상들을 관리하도록 장려되기도 했으나, 최대한 변경을 가하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오늘날의 관점과 동일시하기는 어렵다. 저자는 십팔세기 베네치아의 공공 회화 재정비 사업을 관리 감독했던 화가이자 복원가인 피에트로 에드워즈(Pietro Edwards)를 언급한다. 그는 오늘날에는 당연해 보이지만 1777년 당시로서는 혁신적이었던 원칙들을 세웠으며, 현재 ‘보존’이라고 불리는, 복잡한 사회적 요구로 발전된 행위의 첫번째 사례이자 선구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초의 진정한 보존 이론은, 조화되기 어려운 두 극단에 있었던 영국의 존 러스킨(John Ruskin)과 프랑스의 외젠 비올레 르 뒤크(Eugène Viollet-le-Duc)의 경우를 봐야 한다. 존 러스킨에 따르면, 과거 흔적은 대상의 가장 가치있는 특징이며 손상된 건축물을 재건하려는 사람들조차 역사적 완전성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반면 보존 대상의 가장 완벽한 상태(실제로는 존재한 적 없을지도 모르는 본래의 상태)를 최초의 상태로 간주했던 비올레 르 뒤크에게는, 보존가의 의무란 대상을 세월에 따라 발생된 손상에서부터 자유롭게 하는 데 있었다. 이들의 이론 이후, 둘 사이에서 균형을 찾고자 했던 후대의 이론가들 및 가역성, 최소 개입과 같은 개념들이 등장했다.

합의된 기준 없이 다양한 방식의 보존이 이루어지는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표준화의 시도가 있었고, 이는 실무 보존가들과 전문가들의 합의하에 만들어진 규범 문서인 ‘헌장’의 선포로 이어졌다. 그 최초의 결과물인 아테네 헌장(1931)을 비롯해 베니스 헌장(1964), 버라 헌장(1979) 등이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보존 이론의 집대성에서 가장 의미있는 작업은 보존에서 미적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체사레 브란디(Cesare Brandi)의 사례이다.


고전 이론에서 현대 이론으로

고전 이론에서 보존은 진실을 추구하고 시행하는 작업으로, 여기서 보존의 목적은 대상의 진정한 본질이나 상태를 밝히고 보전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현대 이론에서 보존은 대상이 아닌 주체와의 관련성이 중요하다. 이 책은 ‘보존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물음에서 보존가가 내려야 하는 미세한 결정 같은 권한까지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어, 고전 이론과 현대 이론의 차이는 물론 각각의 본질부터 고찰할 수 있도록 한다. 과감한 복원이 이루어진 〈랜스다운 헤라클레스〉의 경우나 〈다비드〉를 둘러싼 클리닝 논쟁, 지진의 여파로 산산조각 난 치마부에(Cimabue)의 천장화 등,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역사적 사례들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은 총 아홉 개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 1장 「보존이란 무엇인가」는 그 제목처럼 보존(conservation)이란 무엇인지, 보전(preservation)이나 복원(restoration)과는 어떻게 다른지를 정의하고 논의하는 데 할애된다. 이 용어들은 보존 이론을 일관성있게 설명하는 요건이므로 책에서 언급되는 다양한 경우들을 명확히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한편, 관람객이 작품을 가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정보 보전(informational preservation)도 언급된다. 이는 원작을 손상 위험에 노출시키지 않으면서 작품의 일부 특징들을 기록하거나 재생산하는 활동으로, 직접적인 보전이 아니므로 원작을 만지지 않고도 연구할 수 있다. 하지만 작품에 포함된 정보의 일부만 다룬다는 점에서, 보존 직업의 한 분야라기보다는 보존 관련 활동에 가깝다.

보존을 정의하는 데 본질적인 역할은 무엇보다 보존 대상, 즉 보존 활동이 행해지는 ‘대상’에 있다. 2장 「보존 대상」에서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보존 대상의 범주에서부터 어떻게 일반적인 물건이 보존 대상으로 만들어지는지, 그 핵심적인 범주를 마련하는 근거들은 무엇인지를 풍부한 사례들과 함께 제시한다. 보존은 예술 작품이라는 제한된 범위에서부터 유산이라는 과도하게 확장된 개념으로 진화를 거듭해 왔다. 로마 성베드로대성당(Basilica di San Pietro in Vaticano), 포니족의 ‘신성한 꾸러미’, 페르메이르(J. Vermeer)의 그림들, 베이클라이트 전화기(bakelite telephone), 포드(Ford)사의 자동차 모델 티(Model T)까지, 다양한 사례들 속에서 저자가 내린 결론은 문화적이거나 예술적이거나 역사적이라고 해서 또는 오래되었다고 해서 보존 대상으로 간주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 대신 보존 대상이 가진 정보 전달이라는 특성에 주목한다. 중요한 것은, 예를 들어 박물관 소장품 그 자체가 아니라 소장품들이 전달하는 개념과 생각에 있다. 저자는 기본적인 정보 전달의 메커니즘인 상징주의 개념을 빌려와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3장 「진실, 객관성, 과학적 보존」에서부터 5장 「현실로의 짧은 여행」까지는 이십일세기 초 보존 활동에 필수적이었던 고전 원칙과 이론을 중점적으로 분석한다. 특히 과학적 보존의 등장은 이 분야에서 사실상 보존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으로 인정받았던 가장 중요한 사건이다. 하지만 저자는 상당 부분이 과학적 연구에서 비롯되었음을 인정하면서도, 그 이론적 실체가 부족하며 대부분의 서구화된 국가에서 우세한 보존 모델이라는 사실을 지적한다. 또한 객관성 및 진실 개념을 중심으로 과학적 보존이 의존하는 재료 이론이라는 절대적 원칙 등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진화하는 보존과 보존가의 일

현대 보존 이론에서의 관심은 더 이상 대상이 아니라 대상에서 전언을 이끌어내는 모든 주체, 즉 소유주를 비롯한 영향받는 사람들의 능력에 달려 있게 된다. “대상의 상징적인 가치는 대상에 내재된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특히 6장 「대상에서 주체로」에서는 대상의 중요성에 대한 기여 정도, 대상의 변경에 의해 받는 영향과 같은 요인에서 주체의 권한에 차이가 발생하며, 거기에서 수많은 판단과 논쟁들이 파생됨을 상기시킨다. 7장 「보존의 이유」에서는 보존 활동에 수반되는 여러 ‘이유’들을 논하면서 현대 보존 이론에서 중추적인 개념들인 의미, 가치, 기능에 대해 설명한다. 의미의 그물망 속에서 복잡하게 얽혀 있는 여러 관점들은 어떤 대상에 내려지는 결정이 협상과 대화의 결과여야 함을 이해하도록 해 준다.

보존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질문하는 8장 「지속 가능한 보존」과 마지막 9장은 식별 가능한 복원의 필요성, 현대 보존에서 보존가에 부여되는 역할까지, 윤리적 원칙에 관한 몇몇 주제들을 자세히 살펴본다. 보존에서의 지속 가능성은 지금 바로 영향받는 주체를 제외한 미래의 사용자들을 고려한다. 그들의 이익을 대비하기 위해 지속 가능성의 원칙은 발전해 왔다. 이는 단순해 보일지라도 현대 보존 윤리의 전부, 그리고 보존 활동에서 보존가에게 요구되는 방대한 종류의 지식과 기술의 복잡성을 요약한다. 현대의 윤리는 선동적 보존이 아닌 협상적 보존을 요구한다. 이는 진실이나 과학이 아니라, 사람들이 대상에 두는 용도, 가치, 의미에 달려 있으며, 이러한 지속 가능성은 증거에 의거한 보존, 독창적인 보존, 선동적 보존 등과 같은 과격한 극단을 불러오기도 한다.

보존에는 역사학자에서부터 소방관, 방사선 기사, 물리학자, 행정가 등 다종다양한 전문가들이 동반되지만, 대상과 물리적으로 가장 밀접하게 접촉하는 것은 보존가이다. 이들이 보유한 지식의 특수성은 상당히 중요한데, 다시 말해 보존 분야 밖에서는 적용할 수 없는 특수한 지식을 갖기 때문이다. 보존가들은 철학적인 기반을 확실히 하는 실무자여야 할 뿐만 아니라, 그들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왜 하는지를 알고, 미학이나 미술사 등 상대편 실무자들과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토론할 준비가 된 학자여야 한다. 어려운 점은 보존가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내세우지 말아야 할 때를 알 만큼 충분히 현명해야 한다는 데 있다. 보존은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을 위해 수행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하며 보존 전문가는 일반인의 요구, 취향 및 기대를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은 2005년 출간된 영문판 『현대 보존 이론』을 번역한 것으로, 번역자 역시 실제 현장에서 활동하는 종이 보존가이다. 그는 저자가 보존가로서 일한 경험이 없다면 이만큼 실무 지식의 특수성을 풀어낼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이 책만이 지닌 강점을 꼽았다. 좀더 자세한 이야기는 책끝 ‘옮긴이의 말’에 수록했다. 한편, 저자가 직접 한국 독자들에게 전하는 글도 책 첫머리에 실려 있다. 그는 무엇보다 보존가가 가져야 할 겸손한 태도를 강조한다. 거의 이십오 년 전에 씌어진 이 책의 한계를 시험해 보도록 독자들에게 요청한다는 그 말에서, 저자 역시 겸손하고 신중한 보존가라는 점과 그가 보존 분야에 갖고 있는 진심 어린 애정을 엿보게 된다.

“나의 현대 보존 이론은 계단의 한 단계로서 이해되어야 한다. 그것은 우리가 올라가고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해 준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지만, 이를 느끼기 위해서는 밟고 올라야 한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고찰 자체가 가치있다고 밝혀진다면 좋을 것이다.”(「한국어판 출간에 부쳐」 중에서)


지은이 | 살바도르 무뇨스 비냐스 (Salvador Munoz Vinas)

 

1963년 스페인 발렌시아 출생으로, 보존 이론과 종이 보존의 기술적 측면을 연구하는 종이 보존가이다. 미술 및 미술사로 학사학위를, 종이화학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소르본대학, 영국박물관, 국제문화유산보전복원연구센터(ICCROM) 등에서 강의했으며, 발렌시아대학 역사도서관 실무보존가 및 하버드대학 슈트라우스보존기술연구센터 방문연구원, 뉴욕대학 초빙교수를 지냈다. 현재 발렌시아폴리테크닉대학 문화유산보존복원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대학 부설 문화유산복원연구소에서 종이 보존 부서를 총괄하고 있다. 저서로 『종이의 복원(La Restauración del Papel)』(2010), 『문화유산 보존 윤리에 대하여(On the Ethics of Cultural Heritage Conservation)』(2020), 『문화유산 이론: 무형의 것 너머(A Theory of Cultural Heritage: Beyond the Intangible)』(2023) 등이 있다. 


옮긴이 | 염혜정

종이 보존가로, 영국 뉴캐슬의 노섬브리아대학에서 종이 미술품 보존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한국의 전통 제지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0년부터 육 년간 카타르 오리엔탈리스트박물관(현 루사일박물관)에서 보존부서 팀장으로 재직했으며, 귀국 후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종이미술품 보존연구소를 운영하면서 국립한글박물관, 서울시립미술관, 이응노미술관 등에서 보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디리야개발청에 속한 디리야재단에서 보존 전반에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편, 현지 전문 보존가의 육성을 위해 힘쓰고 있다.

목차

한국어판 출간에 부쳐

책머리에


보존이란 무엇인가

보존의 간략한 역사 / 보존의 정의를 둘러싼 문제점 / 보전과 복원 / 예방 보전과 정보 보전


보존 대상

무엇을 보존해야 하는가 / 전통적인 범주의 문제점 / 허무주의자로의 전환 / 정보 전달로의 전환 / 정보 전달로의 전환 개선하기 / 민족사적 증거 / 요약


진실, 객관성, 과학적 보존

고전 보존 이론에서의 진실 추구 / ‘과학적 보존’이란 무엇인가 / 과학적 보존의 원칙 / 요약


진실과 객관성의 쇠퇴

동어 반복 논증: 보존 대상의 진정성과 진실 / 부적합성 논쟁: 보존에서의 주관적 및 무형적 필요성


현실로의 짧은 여행

보존과 과학 / 의사소통의 부족 / 자연과학의 역량 부족 / 기술 지식의 부족


대상에서 주체로

급진적 주관주의 / 문제의 재검토: 상호주관주의 / 전문가의 구역: 객관주의와 권한 / 전문가의 구역에서 거래 구역으로: 주체의 등장 / 거래 구역 / 의미의 충돌: 보존에서의 문화 내 및 문화 간 문제들


보존의 이유

보존의 이유 / 표현하는 보존 / 기능적이고 가치주도적인 보존


지속 가능한 보존

가역성에 대한 비판 / 지속 가능성의 원칙


이론에서 실천으로: 상식의 혁명

식별 가능한 복원 / 적응적 윤리 / 협상적 보존의 위험 / 권한의 행사: 현대 보존에서 전문가의 역할 / 결론: 상식의 혁명


주註

참고문헌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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