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동인 두렁에 가담했던 16인의 구술을 중심으로, 전•후 이야기까지 엮었다. 두렁이란 논•밭을 둘러싼 작은 둔덕이다. 농작물의 임시 보관처이며 휴식처•놀이판이다. 이름의 유래처럼 미술을 삶 복판에 두고자 했다. 두렁은 1983년 동인으로 창립 선언문을 발표, 창립 예행전을 가졌다. 84년 창립전이 다였으므로, 전시 공간이나 작품만으로 해설되지 않는다. 구술자들은 ‘두렁은 하나의 정신이고 태도였다’고 회고한다. 민중을 위하거나 현실 고발을 넘어, 민중과 삶에 자리한 미술, 현실을 바꾸는 미술을 꿈꿨다. 이른바 순수 미술에 관한 염증, 삶과의 분리, 서구에서 이식된 장르•개념에 의문을 품고, 우리 전통 안에서 스스로 답을 찾으려 했다. 장르를 넘어 질문은 현재도 유효하다.
책소개
2024년 12월 3일 대한민국에 비상 계엄이 선포되었다. 1979년 10월 26일 중앙정보부장 김재규가 박정희 대통령을 살해하여 비상 계엄이 선포된 이래 45년만의 일이었다. 1980년 5월 18일 광주가 있었고, 1986년 5월 3일 인천이 있었고, 1987년 6월 항쟁이 있었다. 죽은 자와 산 자가 있었다. 2024년 12월 수류산방에서 새로 발간한 『두렁, 앞뒤 - 한국 민중 미술사의 재구성』은 이 모든 역사를 자신의 예술로, 삶으로 끌어안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모은 책이다. 1982년 홍익대학교 학생들을 중심으로 미술 동인 두렁이 결성되었다. 1984년 창립전을 치른다. 미술 동인 두렁의 회원들은 이 2년의 활동을 끝으로 예술이 무엇이고 현실은 무엇인지 끝없이 스스로 질문하며 공장으로, 농촌으로, 노동 현장과 운동의 현장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부족한 설명이다. 이에 2014년 창립 30주년 두렁의 회원이었던 작가들을 모아 컬로퀴엄을 개최했다. 2016년 그 날 것 그대로의 자료들이 수류산방에 도착했다. 수류산방에서 자료를 정리하고, 구술을 글로 풀고 다듬고, 작품과 시대의 이야기를 모아 한 권을 책으로 묶었다. 808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은 10년에 걸친 두렁 작가 16명의 구술과 약 1,000장의 도판, 약 170개의 주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국 민중 미술사’가 아니다. 예술 사조로서 박제된 표면적 역사가 아닌, 현장을 누비는 역동적인 역사를 담았다. 동시대를 살아간 모든 이들의 인생이면서 동시에 그 어디에도 없었던 두렁만의 고유한 체험이다. 민중 미술의 진실과 이면을 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망설임 없이 권한다. 미술의 흐름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민주화 운동, 노동 운동의 역사도 한 권에 담았다. 쫓기고 잡히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16명 각자의 스토리가 마치 소설이나 극본 같이 읽기에도 손색이 없다. 작가 개개인의 역사와 예술 사조의 변화도 다양한 도판과 함께 한 눈에 볼 수 있다. 1970~1980년대 민주화 과정에 대학가와 예술인들 사이 어떤 일들이 숨죽여 일어났는지 궁금한 사람들, 현장에 뛰어든 개인의 삶이 어떻게 파괴되고 이어졌는지 궁금한 사람들에게도 권해 본다. 『두렁, 앞뒤』는 미술 동인 두렁과 마찬가지로 만들어진 미술사의 문법을 따르지 않는다. 면면이 탈피하고 파괴하고 새로 쌓아 올린다. 1982년 두렁이 던진 질문이 2024년 대한민국에서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미술 동인 두렁은 지금 이곳에서 이 시대를 살아내는 모든 사람의 곁에 있다.
[편집부에서 보냅니다]
밤샘 마감으로 어수선한 사무실을 청소한 뒤 신간 보도자료를 쓰다 말고 늦게 저녁을 먹었습니다. 늙은 어머니와 멀리 사는 형제들의 문자 메시지가 쏟아집니다. “계엄” “광화문 괜찮으냐” 찾아 보니, 빨간 배경의 자막에 “언론 출판 통제”가 뜹니다. 에헤~이, 2024년에 계엄이 무슨, 먹던 소주를 한 잔 더 따르면서도, 머릿속에 두서없이 걱정들이 명멸합니다. ‘아… 어쩌면… 이 책 배포를 못할 수도 있겠네….’ 동료들은 다들 안전한 곳에 있을까? 내일 출근하지 말라고 알려야 하나? 이 전화기는 사용해도 되는 걸까? 돌아오는 제삿날에 지방의 어머니 댁에 갈 수 있는가? 살면서 한번도 상상해 보지 않았던 질문들이었습니다. | 그러나 2024년 12월 3일의 비상 계엄의 첫 작전이 술자리를 파하기도 전에 불발된 것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그만큼 성숙하고 단단하게, 깊은 곳까지 뿌리내렸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촛불 집회로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이 축제이고 놀이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세월호를 겪으며 집회가 우리 모두의 마음에 박힌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마음의 마당이 됨을 알았고, 진압 군경들과 충돌을 피하는 지혜를 익혔습니다. 연행을 피해 재빨리 적법한 국회를 소집하고, 그렇게 하도록 돕고, 그 상황을 디지털 매체로 공유할 수 있는 나라라는 믿음이 두텁고 넓기 때문에 우리는 정신을 차려 일상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공포를 질서로 누를 줄 알고, 분노를 혐오와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 믿음은 지난 반 세기, 또는 130년 전 동학 농민군들 때부터 이 땅의 홍익 인간들이 수없이 피흘리고 또 실패하며 쌓아 낸 두터운 성과일 것입니다. 이 어처구니 없는 혹한의 계엄에, 우리는 1979년 12월 서울로부터 45년의 어둠 속에서 피흘리고 더듬으며 씨뿌렸던 민주화가 이렇게나 훌륭하게 뿌리내리고 울창하게 자랐음을 역설적으로 확인합니다. 또한 우리는 청산되지 못한 역사의 과오가 독이 되어 우리의 현재, 우리의 미래, 우리의 사소한 일상을 망치려드는 현장을 똑똑히 확인하게 됩니다. 민주화 운동의 실패, 3.1 만세 운동의 실패, 동학 농민 혁명의 실패를 다음 세대가 마주칩니다. 이 모든 것이 수류산방의 새 책 미술 동인 두렁의 이야기, 『두렁, 앞뒤』의 이야기입니다.
“‘두렁’이란 말은 논이나 밭을 둘러싸고 있는 작은 둔덕을 뜻하지만 한편, 생각해 보면 그 곳은 농작물을 거두어 집으로 나르는 곳이고, 일하다 쉬는 휴식처이자 일에 지치지 않게 함께 노래도 부를 수 있고 춤도 추는 놀이판입니다. 이처럼 ‘두렁’은 함께 땀 흘려 일하고 노는 삶의 터입니다. 이런 이름을 미술 모임에 붙인 것은 미술품이 한낱 고급 소비품에 불과하지 않고 그림 한 장, 조각품 하나가 만들어지더라도 고생을 이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 복판에 같이 있고 싶어서입니다.”[『미술 동인 ‘두렁’ 판화 달력』, 실천문학, 1983. 12.]
[1980년대 민중 미술 ‘소’집단 두렁 : ‘대’집단은 누구입니까?]
〈두렁, 앞뒤〉는 미술 동인 두렁에 가담했던 열여섯 사람들의 구술을 모은 책입니다. 두렁은 미술에 조금 관심이 있다 해도 생소한 이름일 수 있습니다. | “미술 동인 두렁은 1982년에 홍익대학교 출신 작가들을 중심으로 민중 미술 이념을 표방하며 출범한 미술 단체이다.” 한국 미술 용어 사전에서 두렁을 소개하는 첫 문장입니다. 이것은 반쯤 맞습니다. 두렁은 그 출범 시점도 명확하지 않고, 학벌로 닫힌 모임이 아니었습니다. 개개인이 민중 미술의 대표 작가라고 할 만한 여정을 걸었던 것도 아니고, 미술 단체였다고 하자니 꾸준히 전시를 한 것도 아닙니다. 그럼 두렁이 무엇인데? 이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 이 책 『두렁, 앞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수류산방이 책 제목에 ‘앞뒤’를 붙인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두렁은 정확한 시점과 끝을 알 수도 없고, 완결될 수도 없습니다. | 두렁은 1983년에 동인으로서 창립 선언문을 발표하며 창립 예행전을 가지고, 1984년 경인미술관에서 창립전을 개최했습니다. 그것이 동인의 이름으로 연 모든 전시였습니다. 미술관과 전시장, 미술 작품으로는 두렁을 말할 수 없습니다. 그것이 모든 민중 미술을 표방하는 작가들과 두렁의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1995년 국립현대미술관의 《민중미술 15년전》을 거부했습니다. 『두렁, 앞뒤』는 두렁의 스펙트럼을 한데 모은 최초의 출판물입니다. | 지금 우리가 두렁의 이야기, 『두렁, 앞뒤』를 봐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1980년대 민중 미술 집단의 한 부분을 이루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것은 두렁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두렁은 처음부터 그 자리를 버린 데서 시작한 이름이었습니다. 현실과 발언의 뒤를 이었다느니, 광자협 서미공과 나란하다느니, 그런 말들은 조금도 두렁의 가치를 제대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아닙니다. | 두렁의 개개인들은 스스로 ‘이념 통일’을 이루지 못했다고 선언했지만, 모두 입을 맞춘 듯 ‘두렁은 하나의 정신이고 태도였다’고 회고합니다. 그 태도는 민중을 위한 예술이나 현실을 고발하기 위한 예술을 넘어서는 것으로, 민중 속의 예술, 삶 속의 미술, 현실을 바꾸어 가는 미술이었습니다. 두렁에 속한 이들은 이른바 순수 미술에 대한 염증, 삶과 유리된 예술에 대한 질문, 서구에서 이식된 장르와 개념에 대한 의문들을 가졌습니다. 우리 전통 안에서 스스로 답을 찾을 수는 없는가? 우리 삶 안에서 일어나는 창작일 수는 없는가? 이 질문은 지금도 유효하며, 예술이 아니라 그 자리에 다른 많은 말들을 대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질문을 품었던 분들이라면 꼭 이 『두렁, 앞뒤』를 보십시오.
[두렁과 『두렁, 앞뒤』 : 미술사가 아니다]
그들은 보자르식 서양 미술을 잘 습득해 대학까지 갔으면서 한국 전통 미술과 풍물을 연구합니다. 일부러 못 그리려, 일부러 서툴게 그리려 했습니다. 미술 작품이 아닌 걸개그림이나 현수막, 판화와 만화… 여러 시각 매체로, 여러 장르로 나아갔습니다. 아예 미술계가 아닌 현장으로 나아가 공장 근로자가 되고 농민이 되어 버렸습니다. 서울의 외곽, 자본주의의 언저리에서 노동자의 한 사람으로 살면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동네 아주머니들과 함께 살아가는 그 모든 삶이 두렁의 작업입니다. 두렁의 스승은 미술 밖에, 대학 밖에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이것은 미술이 아닙니다. 이것은 1980년대 미술사가 아닙니다. 미술을 버려도 좋다고 작가의 죽음을 선택한 이들이 두렁의 동인으로 남았습니다. 두렁의 동인들은 역사의 현장에 스스로 나아가 목숨을 걸고 검열을 피해 이름을 바꾸고 몸을 숨기고 감옥에 잡혀가고 고문을 당했습니다. | 우리가 『두렁, 앞뒤』를 보아야 하는 또하나의 이유는, 이것이 1970~1980년대 독재 치하 한국 민주화의 역사 그 자체를 보여 주기 때문입니다. 1970년대 전태일 이후 동일방직 노조 등 초창기 노조의 탄압으로부터 민주노총이 결성되기까지의 노동 운동의 역사와, 1970년대 유신과 민청학련 이후 1980년 5.18과 민청련이 펼쳐 나간 정치적 민주화 운동의 역사, 해방신학과 기독교 농민회로부터 전국농민회총연맹을 거쳐 FTA 반대 투쟁까지의 농민 운동의 역사가 어떻게 서로 얽히며 한국의 민주화를 이끌었는지, 그 속살을 이처럼 내밀하게 그리고 퍼즐처럼 증언하는 기록은 많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 현장 안에서 몸을 굴려 그 역사를 만들어 간 톱니들입니다. | 두렁의 동인들은 작가가 되기도 전에 훗날 한국 민주화 역사를 쓸 영웅들과 함께 있었으며 운동권의 붕괴와 그 욕망의 변절 또한 지켜보았습니다. 그 모든 트라우마를 각자의 삶으로써 신체로써 받아내고 삭혀 내는 방식 또한 두렁의 긴 사연이 되었습니다. 고대 신화, 동학, 영성, 환경, 돌봄, 여성. 두렁의 주제와 방법이 생명적 가치로, 홍익 인간으로 확장되는 것은 필연적입니다. 우리를 저 먼 고대와, 자연과, 우주와, 다른 생명과 이어 주는 모든 것이 예술이므로 그렇습니다. 두렁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생성 중입니다.
“미술은 새로운 인간 관계에서 출발해야 한다. 우리는 미술을 위한 미술이거나 생활에 미(美)를 심기 위한 미술이 아닌, ‘삶에 기여하는 미술’이 되기를 노력한다. […] 전문성을 경계하고 공동 작업을 지향한다. […] 우리는 미술이 인간 중심에 서서 삶의 공간에 개방적으로 확장되고 지속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미술 동인 두렁은 아직 동인으로서의 이념 통일도, 공동 작업 방식의 체계화도, 의식과 형식의 일치점도 제대로 갖추고 있지는 않지만 고뇌를 같이 하는 동시대의 미술인으로서 안주를 원치 않고 변화를 갈구하는 정열로 모인 것이다.”[미술 동인 두렁, 「산 그림을 위하여?미술 동인 두렁 창립 예행전을 하면서」, 1983.]
[아무도 모르는 두렁의 이야기 : 수류산방의 편집 과정]
이 책은 두렁 동인 중 16명이 2014년부터 2022년까지 행한 여러 차례의 구술 또는 대화록을 바탕으로 만들었습니다. 구술을 이해하는 데에는 두렁 동인들이 산개해 뛰어들었던 현장, 즉 아직 공백이 많은 1970~1980년대 민주화 운동과 노동 운동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므로, 수류산방에서 편집하며 주석을 작성하고 도판을 찾고 사실 관계를 바로 잡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1970년대 이후 민중 문화와 노동 미술, 운동 현장의 다양한 면면이 풍성하게 담겨 있습니다. 또한 구술에 참여한 16명 동인들의 두렁 이후의 작업들, 미술품은 물론이고 출판물과 일러스트레이션, 디자인 등도 소개했습니다. 2014년 세월호와 2017년 탄핵 집회까지, 동인들은 각자의 현장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저항하고 소통을 이끌어내고 진혼하고 위로합니다. 마지막으로 2024년 개최된 미술 동인 두렁 40주년 기념 『두렁, 지금』의 전시 장면까지 수록했습니다. 16명 작가의 40년 활동, 수천 매의 구술을 바탕으로 808쪽의 책을 만들어 내는 일은 고통스러웠습니다. 수류산방에 정리되지 않은 구술문과 데이터들을 내려 놓은 연구자들은 원고를 집필하고 정리하고 편집하는 노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 아무도 살펴 주지 않는 공백 속을 더듬어 가는 동안, 그 밤샘의 시간 동안 수류산방은 두렁 작가들의 이야기 그 안에서 나아갈 힘을 얻었습니다. 구술 안에 수류산방의 바로 지금이 거울처럼 환했습니다. 16명 동인들의 이야기에서 나아갈 힘을 얻었습니다. 『두렁, 앞뒤』는 성공담이 아니라 실패담입니다. 두 번밖에 전시를 못하고 해체된 동인, 미술계에 순수 예술가로 이름을 남기지 못한 이들, 그들이 어떻게 실패를 향해서 날아갔는지, 어떻게 더 미술로부터 서울로부터 더 먼 언저리로 향해갔는지의 이야기입니다. 『두렁, 앞뒤』는 이 땅에 근대가 이식된 이후 한국에서 생산된 예술가 또는 창작자 집단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진실한 이야기입니다. 두렁의 동인들은 자신의 방법론을 가르치려 하지 않지만 2020년대 한국에서 길을 찾는 젊은 예술가들에게 가장 교훈과 빛을 주며, 남겨야 할 이야기입니다. 두렁은 한국 미술이 낳은 독특하고 독창적인 성과이며 가장 한국적인 현상입니다. 1980년대 한국 사회를 증언하고 기억하는 가장 뛰어난 미술입니다. 노동 미술, 여성 미술, 대안 미술, 생명 미술, 다원 예술, 출판 미술과 디자인이 모두 두렁과 이어집니다. 두렁은 우리 고대의 신화와 철학, 불화와 민화, 풍물과 탈춤의 미술 아닌 것들을 모두 포용해서 새로운 통로를 터 주었습니다. 두렁의 작품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조금도 빛을 잃지 않고 울림을 주며 우리를 1980년대 운동의 현장으로 데려다 줍니다. 『두렁, 앞뒤』는 미술계이든 아니든, 널리 읽혀야 할 이야기입니다. | 미술 동인 두렁은 단명했을지 모르지만 두렁의 정신과 태도는 살아 유동하며, 바로 지금 이 시대가 그 정신을 간절히 부르고 있습니다. 두렁은 소집단이 아닙니다. 두렁은 점처럼 흩어져 곤란 속을 허덕이는 개개인들을 순식간에 연결시켜 한바탕 뛰게 하는 거대한 에너지입니다. 두렁 동인들의 삶과 태도는 1980년대의 산 역사이며, 2024년 살아 춤추는 탄핵 촛불 집회라는 현재입니다.
“생활 현장의 사실성과 문화적 역량을 가장 귀중한 작업 기반으로 삼는다. 따라서 자신이 움직이지 않으면 대상도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 보는 데서 벗어나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일하고, 놀며, 생활하는 실상을 그린다.”[미술 동인 두렁, 「산 그림을 위하여 미술 동인 두렁 창립 예행전을 하면서」, 1983.]
『두렁, 앞뒤』 역시 두렁과 같은 질문에서 시작한다. 일반적인 ‘미술사’ 또는 ‘민중 미술’ 서적이 보이는 패턴에서 벗어난다. | 오른쪽 페이지에는 구술 본문이, 왼쪽 페이지에는 관련된 주석과 도판이 흐르며 서로가 서로를 설명하는 형식은 수류산방이 오랜 기간 연구, 발전시켜 온 특유의 방식으로 이 책에서 한층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미술사도, 구술사도, 작품집도 아닌, 어드메에서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여러 해에 걸친 고민이 반영되어 있다. | 표지는 흔히 그려지는 무겁고 엄중한, 또는 감정에 호소하는 형태와 달리 간결한 타이포그래피로 사실만을 전달하고 있다. 앞과 뒤를 연결하는 동시에 표지와 내지를 관통하는 그래픽이 눈에 띈다. 속지에는 상징적인 이미지를 두어 일종의 도입부 역할을 하도록 했다. 본문은 두렁의 옛 활동을 보여주는 화보로 시작한다. 16명의 인터뷰가 이어지고, 끝은 2019년과 2024년 열린 두렁 회고 전시 화보로 마무리해 책을 펼칠 때부터 덮을 때까지 과정을 섬세하게 설계했다. | 표지의 종이는 가죽 부산물과 리사이클 펄프에 100% 천연 에너지로 생산된 친환경 종이를 사용했다. 종이 자체의 색을 살렸다. 속지는 사탕수수 부산물을 이용한 비목재 비표백 친환경 종이이다. 두꺼운 평량대의 속지를 사용해 800페이지가 넘는 무거운 책을 표지와 속지가 함께 지탱하도록, 한층 견고하게 만들었다. 또한 PUR 제본을 택했기 때문에 독자들은 매 페이지 새로운 도판이 가득한 800페이지가량의 책을 큰 불편함 없이 읽을 수 있다. [두렁이 던진 질문에서 출발하다]
* 미술 동인 컬로퀴엄[2014년]
총괄 기획 김종길
기획 보조 조민우, 이정주
컬로퀴엄 녹취 양정애, 반서연, 조민우, 이정주
추가 인터뷰 보완 김종길, 양정애
장소 협조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교장 권혁수]
* 전시 '두렁, 지금'[미술 동인 두렁 창립 40주년 기념전] 2024.11.09.-11.29. 관훈갤러리, 서울
총괄 기획 강성은
큐레이터 이정주, 이슬비
디자인 디올림
자문 김종길
지은이(두렁 컬로퀴엄 참가 동인) | 라원식, 김노마, 김명심, 김봉준, 김주형, 김진수, 박홍규, 성효숙, 양은희, 이기연, 이억배, 이은홍, 이정임, 이춘호, 장진영, 정정엽
엮은 곳 | 미술 동인 두렁 컬로퀴엄 편찬 모임
엮은 곳 | 수류산방
목차
[00] 미술 동인 두렁 컬로퀴엄을 열다 [김종길] 023
[01] [라원식] 두렁의 기억, 그리고 역사 033
[02] [김노마] 삶의 태도를 바꾸는 혁명 101
[03] [김명심] 노동 해방의 예술로 129
[04] [김봉준] 우리가 함께 만났던 두렁이라는 숙제는, 헤어진 이후 온 삶으로 풀어야 했다 177
[05] [김주형] 역사의 낭만과 현장에의 복무 261
[06] [김진수] 운동의 생활에서 삶 속의 운동으로 305
[07] [박홍규] 물에서 건져 놓고 보니 다들 동학 농민군이었네 그려 349
[08] [성효숙] 노동의 건강한 아름다움 349
[09] [양은희] 흙으로 빚은 아이 얼굴처럼 461
[10] [이기연] 동그라미 아홉 개를 질기게 붙들었다 503
[11] [이억배] 거대한 블랙홀의 시대에 예술가로 뛰어들기 557
[12] [이은홍] 나의 삶과 두렁의 운동성 607
[13] [이정임] 교육 현장에서 펼쳐지는 두렁의 정신 657
[14] [이춘호] 생활 속의 미술이라는 꿈과 그 뒤안 679
[15] [장진영] 중심성을 벗어나 확산하려는 진행형의 태도 717
[16] [정정엽] 나의 작업실 변천사 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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