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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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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휴머니티 > 
– 뜨거운 미디어

진화랑 기획실장 신 민 


“모든 미디어는 인간이 지닌 재능의 심리적 또는 물리적 확장이다. 바퀴는 (•••) 발의 
확장이다. 책은 눈의 확장이다. (•••) 옷은 피부의 확장이다. (•••) 전자회로는, 중추신경계의 
확장이다. 미디어는 환경을 변화시킴으로써 우리 내부에 있는 특정 부위를 자극하여 
지각하게 한다. 그야말로 감각의 확장은 우리의 사고와 행동 유형 –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법 – 을 변화시킨다. 이런 부분이 변화함에 따라, 인간도 변화한다.” 

(마샬 맥루언/피오르 퀀틴, The Medium is the Massage(1967), 
김진홍 역 , 『미디어는 맛사지다』(1988), 서울:심설당, P. 26-41)


정제되지 않은 감정의 자유로운 표출로 영혼의 에너지를 느끼게 하는 추상회화를 뜨거운 추상이라 부르고, 철저히 감정을 억제하고 순수 기하학적 조형 요소만으로 절제된 화면을 구사하는 추상회화를 차가운 추상이라 부른다. 디지털 기술을 재료로 하는 미디어 아트는 보통 그 과학적 성격 때문에 차가운 예술로 간주되곤 한다. 차가운 추상이 예술을 삶과 분리시켰듯이 디지털 아트의 차가운 이미지는 우리의 삶으로부터 동떨어진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디지털 환경이 우리의 일상을 둘러싸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아트가 가슴을 적시는 예술로서의 역할을 하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다.
진시영 작업의 의미 및 효과는 바로 이러한 난제를 넘어서는데에 있다. 물결 형상의 조각에서 일몰과 일출 장면이 LED 조명으로 발광하는 작품인 <Wave>(2008) 가 대표적이다. 이 작품의 출발은 작가 자신이 자연에서 치유를 얻었던 경험을 다수에게 예술로서 체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소망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살아 숨쉬는 자연의 감동을 최대한 생생하게 전하기 위해 허상적 이미지로 인식되는 영상을 실체적 형체 속에 담아내었을 뿐만 아니라, 인공의 빛 중 가장 밝은 발광 장치인 LED로 실제 자연의 빛이 지닌 찬란함을 표현해 내고자 했다. 
또 다른 하나는 나전칠기와 자개, LED 조명, 인간, 춤이라는 요소가 융합되어 이루는 스토리텔링이다. <Flow>시리즈(2011)는 한국 무용수의 몸에 LED 조명 칩을 달아서 그의 춤 동작에 의해 생겨나는 빛의 흐름으로 무한 반복적인 영상이 재생되는 작업이다. 여러 색채로 바뀌는 조명이 움직임에 따라 겹쳐지고 흩어지면서 화면은 끊임없이 생성되는 다채로운 선형의 그림으로 채워진다. 점과 선이 움직이며 만들어내는 추상적 이미지, 다양한 변화를 거듭하며 스케치하듯 그려지는 그림은 마치 회화적인 그림을 접하는 것과 같다. 
화면 외부에는 자개로 수놓아진 나전칠기로 프레임이 디자인 되어있다. 꽃 형상의 자개장식 나전칠기 조각이 모니터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형식의 작품도 있다. 이는 영상이 꺼진 후 그 이미지가 사라져 버렸을 때 작품이 공중분해되어 버리는 한계에 대한 대안으로서 항상 예술로서의 존재 의미를 지니도록 고안한 것이다. 




진시영의 작업은 인간이나 자연이 살아 움직이는 순간에 생성되는 에너지의 흐름을 가시화하려는 의도를 보여준다. 공기 속에 흐르는 에너지는 물리적으로 결코 잡을 수 없고 볼 수 없다. 작가는 비물질적 흐름의 속도와 잔상을 무한히 이어지는 빛으로 발현시킴으로써 결코 잡을 수 없는 감동의 순간, 흘러가 버리는 순간을 무한히 붙잡아 두고 싶은 불멸성, 영원성에 대한 욕망을 충족시킨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 움직임을 가만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관객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흐르는 듯한 상상의 시간을 즐길 수 있다. 나전칠기는 전통을 디지털은 미래적 이미지를 상징한다는 점에서도 과거와 미래의 흐름이 전해진다. 흐름을 붙잡아 두려는 작가적 의지는 회화작업으로 확장된다. 영상의 내용 중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선택하여 캔버스에 유화로 그려낸 Flow 시리즈의 평면작업들이 그것이다. 마치 영상 캡쳐 사진같이 보이지만 그려지는 동안 부분부분 빛의 묘사가 강조되어 있어 더욱 입체적이고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작가가 임의적으로 강조한 선과 색은 무용수의 즉흥적 동작으로 만들어지는 화면의 우연적 성격을 한층 더 부각시킨다.
형식적으로나 내용적인 면에서 모두 디지털 공간과 아날로그 공간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표현은 디지털 기술로 인간의 정서를 만족시키는 완전한 디지로그(digilog)의 구현이다. 가장 비인간적이고 허상적인 디지털 기술이 활용되고 있지만 가장 구체적이고 따뜻한 인간적 요소가 담겨 있다는 점, 치밀한 계획성과 즉흥적인 우연성이 공존한다는 점에서 진시영의 작업은 휴머니티를 전제로 하는 뜨거운 미디어 아트로 범주화 될 수 있을 것이다. 진시영은 백남준이 기술의 인간화를 통해 우리에게 새로운 자극과 자유로움,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듯이, 미래적 장치의 기교를 넘어서는 뜨거움과 서정성을 보여준다. 그의 미디어 아트가 첨단의 과학기술과 휴머니티를 결합시키는 의미 있는 진술로서의 예술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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