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터키의 아티스트 코켄 에르건(Köken Ergun, 1976-)은 현대미술의 구획나누기에서 굳이 일컫자면 비디오 아티스트라 할 수 있지만, 영상 및 영화 쪽에 가까울 정도로 밀도 있는 작품들을 생산해 낸다. 최근 63회 베를린 영화제에서 <야슈라(Ashura)>(2012)라는 작품으로 상을 받기도 한 에르건의 작품에서 매우 중요하게 등장하는 소재들은 소위 서브컬쳐(subculture)라 일컫는 우리 사회 비주류 그룹들의 독특한 패러다임들이다. 터키의 국경절에 펼쳐지는 군사 의식, 이스라엘에 사는 필리핀 이민자들의 미인대회 등 보통 디아스포라라 불리는 각국의 이민자 문화에서 보이는 종교적 의식들, 사회적 관습, 전통적인 관습에서 빚어져 나오는 의례들의 단순한 도큐멘터리적 기록이 아니라 그 안에서 보이는 비밀스러운 요소들과 독특한 의식들을 찾아 공통적인 아이덴티티와 퍼포머티브한 의식의 형태들로 작가의 영상 안에서 독특하게 해석되고 분석된다.

- 구정원 중동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