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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효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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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 90주년 기념 ‘백남준 축제’
국립현대미술관,《백남준 효과》개최


 ◇ 백남준의 예술적 성취와 영향을 조명하는 대규모 기획전, 103점 출품
  - <나의 파우스트> 등 백남준의 80년대 말~90년대 초 대표작 43점
  - 구본창, 박이소, 이불, 전수천 등 한국 작가 25명의 90년대 대표작 60점 
  - 미술관과 백남준이 기획한 《백남준·비디오때·비디오땅》(1992), 《휘트니 비엔날레 
    서울》(1993)의 주요 주제와 1990년대 한국 미술계 가늠할 아카이브 자료
  - 11월 10일(목)부터 2023년 2월 26일(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은 백남준의 예술적 성취와 영향을 조명하는 대규모 기획전시 《백남준 효과》를 11월 10일(목)부터 2023년 2월 26일(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개최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백남준(1932-2006) 탄생 90주년을 기념해 ‘백남준 축제’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9월 15일 백남준의 최대 규모 비디오 아트 작품 <다다익선>을 성공적으로 재가동하였고, 아카이브 기획전 《다다익선: 즐거운 협연》을 선보였다. 《백남준 효과》에서는 백남준이 한국 현대미술 발전과 후대 작가들에 끼친 영향을 비추어 백남준의 예술적 성과를 드높인다.

《백남준 효과》는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인 백남준이 1984년 35년 만에 귀국한 후 1990년대 한국 현대미술의 발전에 직·간접적으로 끼친 영향을 조명한다. 또한 백남준이 국립현대미술관과 함께 기획하였던 역사적인 전시 《백남준·비디오때·비디오땅》(1992), 《휘트니 비엔날레 서울》(1993)의 주요 주제들을 통하여 1990년대 한국 미술의 상황을 새롭게 살펴볼 것이다. 당시 한국 미술계는 세계화와 정보사회 도래라는 급격한 정세변화 속에서 ‘한국의 정체성’을 새로이 발굴하고, 과학과 접목한 ‘예술매체의 확장’을 고민하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러한 고민이 담긴 1990년대 한국 시각 문화의 정체성을 백남준과 당시 활동한 한국 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들여다본다. 이를 통해 비디오 아트로 1990년대 국내 미술계의 흐름을 주도하여 동시대 미술에까지 큰 영향을 미친 백남준이 꿈꿨던 비전을 조명한다. 

이번 전시의 출품작은 총 103점으로, 백남준의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의 주요 작품 43점과 한국 동시대 미술사에서 중요한 작가 25명의 90년대 회화·설치·사진 대표작 60점을 포함한다. 특히 백남준의 주요 출품작으로 1992년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에 나왔던 대표작 <나의 파우스트> 시리즈(1989-1991) 총 13점 중 6점과 함께 세계화를 향한 열망을 담았던 작품 <칭기즈 칸의 복권>(1993), <리옹 비엔날레 세트>(1995), 그리고 백남준의 아시아성에 대한 탐구를 보여주는 <김유신>(1992), <장영실>(1990), 과학기술과 예술의 만남에 대한 백남준의 선구안을 보여주는 <인플럭스 하우스>(1993), <달은 가장 오래된 텔레비전이다-1965-67>(1996), 작가로서 백남준의 시작과 끝을 보여주는 작품 <비밀이 해제된 가족사진>(1984)과 <태내기 자서전>(1981)이 함께 출품된다. 이와 함께 장르와 매체의 확장성을 활발히 탐구하던 구본창, 김해민, 문주, 박이소, 석영기, 양주혜, 윤동천, 이동기, 이불, 전수천, 홍성도, 홍승혜 등 25인의 90년대 초반 실험작이 전시된다. 

전시는 4개의 섹션으로 나뉜다. 각 섹션의 서두에는 백남준이 꿈꾸었던 이상과 비전이 드러난 실제 인터뷰 및 칼럼 일부를 제시하여 각 섹션별 주제를 환기한다.

섹션1은 국가와 국민(의 정체성), 국제적인 행사들과 세계화의 꿈으로 세계화의 물결 속에 새로운 방식으로 등장한 정체성의 문제들을 다룬다. 백남준의 주요 작품으로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 수상작이자 한국 세계화의 꿈을 담은 <칭기즈 칸의 복권>(1993)을 비롯해, <장영실>(1990), <김유신>(1992) 등이 출품된다. 또한 외교·문화적 교류 등에 적용되는 국제사회의 힘의 논리를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본 윤동천 <동그라미 날뛰다>(1993)와 세계화의 바람 속에 변해가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혼합매체로 표현한 구본창 <아! 대한민국>시리즈(1992-1993) 등의 작품이 전시되어 세계화 속 대두된 문화적 이슈와 당시 미술계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섹션2는 근대화의 길, 과학과 기술의 발전, 미래를 향한 낙관 등을 다루며, 1990년대 말 본격적인 정보사회가 도래하기 직전 한국 미술계가 실험하였던 예술과 과학의 만남을 이야기한다. 주요 작품으로 동시대에 떠오르는 사회적 주제를 바라보는 백남준의 세계관을 첨탑에서 이미지와 과다한 정보 흐름이 쏟아지듯 표현한 <나의 파우스트>(1989-1991)가 있다. 한편으로 조각과 비디오를 합체한 파우스트 시리즈의 총체성은 섹션3의 혼합매체와 설치의 바람을 예견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양주혜 <그래도, 남아있는 것들...>(1994/2022), 홍성도 <시간 여행>(1995/2022), 전수천 <방황하는 혹성들 속의 토우-그 한국인의 정신>(1994-1995) 등 새로운 기술이 만들 신세계의 가능성에 대한 상상과 실험이 반영된 당대 한국미술 작품들을 선보인다. 

섹션3은 혼합매체와 설치, 혼성성, 제3의 공간과 대안적인 공간을 다룬다. 사회적인 변혁기에 접어든 신세대의 문화적 감수성과 새로운 기술매체 실험을 다양한 혼합매체 작업들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주요 작품으로 복사기를 이용해 기존 이미지를 왜곡, 변형하여 시각예술의 표현영역 확장을 꾀한 석영기 <앤디 워홀의 옷>(1992)을 비롯해, 대중문화 속 이미지를 회화로 옮겨 새로운 의미와 맥락을 부여한 이동기 <프로그램>(1992-1993), 달을 TV로, TV를 달로 은유하며 새로운 매체와 가장 오래된 매체를 넘나드는 백남준의 <달은 가장 오래된 텔레비전이다-1965-67>(1996) 등이 있다. 또한 홍승혜 <종이 풍경>(1994/2022), 이상현 <잊혀진 전사의 여행>(1988/2022) 등 현대의 기계 문명을 이용한 매체 실험을 넘어 주변부와 중심부, 고급과 대중의 경계를 흐트러트리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섹션4는 개인의 탐색, 소수(정체성), 다원성 등을 주제로 정체성의 고민이 곧 개인의 욕망과 자아의 탐색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주요 작품으로 백남준의 작가로서의 개인사의 출발을 보여주는 <비밀이 해제된 가족사진>(1984)을 비롯하여 백남준 <TV 알>(1994), 이불 <갈망>(1989), 문주 <이름 없는 원>(1997/2022), 김해민 <춘>(1994/2022), 이수경 <다중의 나>(1992) 등이 있다. 당대 문화의 주요 이슈였던 개인 욕망의 발현과 자기표현의 시도를 투영한 작품들을 통해 당시 한국 시각 문화의 정체성을 보다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아카이브 섹션에서는 1990년대 시대상을 보여주는 대중매체 자료 및 역사자료와 함께 《백남준·비디오때·비디오땅》(1992), 《휘트니 비엔날레 서울》(1993)기관자료,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 1995년 리옹 비엔날레를 비롯하여 백남준이 참여하였던 주요 전시들의 전경이 담긴 영상 등이 공개될 예정이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탄생 90주년 ‘백남준 축제’의 피날레를 장식할 이번 기획전을 통해 1990년대 한국 시각 문화 정체성에 큰 영향을 끼친 백남준의 예술적 성취를 재조명하고 드높이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 전시 개요

 ○ 전 시 명: (국문) 《백남준 효과》
                (영문) Paik Nam June Effect
 ○ 전시기간: 2022. 11. 10.(목) ~ 2023. 2. 26.(일)  
 ○ 전시장소: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1, 2전시실 및 중앙홀  
 ○ 참여작가: 백남준 포함 한국 현대미술 주요 작가 26명
 ○ 출 품 작: 회화·설치·사진 등 총 103점
 ○ 주    최: 국립현대미술관 
 ○ 후    원: 신영증권, (사)현대미술관회

※ 상기 일정은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 
   세부 일정은 추후 국립현대미술관 누리집(www.mmca.go.kr)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전시 섹션 소개

섹션1: 국가와 국민(의 정체성), 국제적인 행사들과 세계화의 꿈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한국은 국제적인 규모의 이벤트를 연달아 개최하며 국제 사회 내에서의 입지를 넓혀 나갔다. 1993년 등장한 문민정부는 21세기를 준비하기 위한 종합적인 국가 개혁의 방향으로 국제화 및 세계화를 전면에 내세웠고, 국제 사회 내에서 위치의 변화에 따라 한국 사회에서는 “세계 속의 한국”이라는 상대적인 정체성의 문제가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되었다. 백남준은 귀국 후 동아시아의 역사와 전통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비디오 조각 작업들을 대거 제작으로 함으로써 한국적 정체성 논의에 자연스럽게 합류하였다. 또한 전지구적인 네트워크를 가동하여 베니스 비엔날레, 이스탄불 비엔날레, 리옹 비엔날레와 같은 다양한 국제 행사에 참여하고, 베니스 비엔날레 감독을 초청한 국제적인 학술행사를 개최하는 등 한국 미술계를 국제화하는 데에 힘을 쏟았다. 이와 같은 급격한 정세 변화 속에서 한국 미술계는 문화의 주요 이슈들을 삼키며 빠르게 진행되는 세계화에 대하여 기대와 불안감을 가지고 다양한 비판적인 실험을 진행하였다. 
“참다운 민족주의는 드러내지 않는데 있으며 참다운 민족주의가 생명을 갖기 위해서는 더욱 더 활발한 해외교류가 이루어져야 한다. 국수주의가 횡행하는 곳에는 문화와 삶의 다양성이 없고 진취적인 지식인들을 살인하게 된다.” (백남준 칼럼, 동아일보 1993.9.26.)

섹션2: 근대화의 길, 과학과 기술의 발전, 미래를 향한 낙관

1960년대부터 진행된 한국의 눈부신 경제개발을 견인하는 가장 큰 원동력 중 하나는 과학기술이었다. 1993년 세계 박람회(대전 엑스포)가 상징하는 국내과학기술의 빠른 발전은 선진국으로 가는 엔진이자 꿈꿔오던 미래로 갈 수 있는 긍정적인 상상력의 발판이었다. 얼마 남지 않은 새 밀레니엄 또한 눈앞으로 다가온 미래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작가들은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기계, 전기, 컴퓨터 등의 기술을 이용하여 작업을 만드는 한편, 새로운 기술이 만들 신세계의 가능성에 대하여 창조적인 상상을 펼쳐 나갔다. 공상 과학적인 주제와 이야기들이 미술 작품 속으로 흘러들어왔고, 때로는 현재 문명에 대한 날카로운 반성과 비평을 담은 작업이, 때로는 막연히 다가올 미래에 대한 동경과 두려움을 바탕으로 한 작업들이 생산되었다. 산업혁명 시기의 근대 유럽을 배경으로 한 SF 장르인 스팀펑크 문학을 연상시키는 이 시기의 작업에서 1990년대 말 본격적인 정보사회가 도래하기 직전 한국미술계가 상상하였던 미래적이면서도 복고적인 판타지들을 엿볼 수 있다.

“비디오 아트는 텔레비전을 단순히 오락적 기능에 국한시키지 않고 형이상학 수준으로 끌어올린 예술이다. 20세기를 인류가 자연을 정복하는 시대라고 한다면 21세기는 자연과 인류가 전자매체를 매개로 공생하는 세기가 될 것이다.” (백남준 인터뷰, 한겨레, 1993.7.21, 대전 엑스포 《비디오 아트》전시 관련) 

섹션3: 혼합매체와 설치, 혼성성, 제3의 공간과 대안적인 공간

급격한 경제성장과 세계화, 민주화의 성공과 더불어 1990년대 초 한국에는 성공의 서사를 자신과 동일시하는 중산층이 사회를 이끄는 새로운 세력으로 등장하게 된다. 이들은 소비사회와 대중문화의 유행을 이끌며 정치적인 투쟁 대신 문화의 향유를 한국 사회의 주요 어젠다로 끌어올렸다. 헐리우드 영화사들은 영화를 직접 배급하고, 미국 팝의 강력한 영향을 받은 음악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으며, 1990년대 소비문화를 대표하던 압구정동에는 미국 유학을 갔다 오고, 고가의 서구 브랜드들을 즐기는 오렌지족이 등장하였다. 미술계 또한 새로운 한국의 정체성 찾기에 걸맞는 새로운 담론을 제시해야 하는 과제를 부여받았는데, 이미 80년대 말부터 진행되고 있던 신세대 미술의 움직임과 과학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기술매체의 사용 등의 흐름이 맞물려 폭발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시각예술이 등장하였다. 믹스드-미디어로 통칭되는 혼합매체 실험은 회화, 조각과 같은 전통적인 매체뿐 아니라 비디오, 설치와 같은 새로운 매체까지 조합하여 새로운 예술의 시간과 공간과 만들어내고자 하였다. 이 대안적인 시간과 공간은 매체적인 실험을 넘어서서 주변부와 중심부, 고급과 대중의 경계를 흐트러트리는 새로운 문화적 감수성을 자극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미술작품의 매력이란 게 본래 남이 안 갖는 것을 소유-독점할 수 있다는 허영심을 충족시키고 땅이나 주식과는 달리 유산과정에서 상속세를 사기 칠 수 있다는 것 아닙니까? TV(비디오)라는 것은 대중들이 모두 공유할 수 있고, 보기만 하고 소유할 필요가 없는 것이니 상품성이 적을 수밖에요. 그런데 80년대 들어 제 비디오 작품에도 손때를 묻히고 의도적으로 영원성을 불어넣으려 하니까 좀 팔리기 시작했습니다…자본주의 사회에서 예술가의 존재 양식이란 돈도 벌면서 장난도 치자는 것이지요.” (백남준 인터뷰, 조선일보 1992.1.28, 《백남준·비디오때·비디오땅》 전시 관련)

섹션4: 개인의 탐색, 소수(정체성), 다원성

혼합적인 매체와 영상-시각매체의 영향력이 커지고 대중음악, 패션, 라이프스타일과 같이 기존의 예술에 포섭되지 않았던 다양한 문화 생산물들이 시각예술의 제 3의 영역으로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가운데, 1990년대 초반의 신세대는 전에 볼 수 없는 방식으로 자기표현을 시도하며 개인 욕망의 발현을 당대 문화의 중요한 이슈로 끌어냈다. “바람이 부는 압구정 거리를 거니는 욕망”으로 함축되는 신세대의 욕망은 욕망의 주체인 개인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이끌어냈다. 이러한 가운데 1993년 백남준이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던 《휘트니 비엔날레 서울》은 다문화주의와 다원주의의 담론을 작품으로 소개하였고, 동성애와 여성, 인종의 문제와 같은 소수적 정체성을 표현한 작품이 전시의 전면에 등장하였다. 이러한 전시의 주제와 이미지는 신세대가 열어 놓았던 한국 미술계의 틈새의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유입되었다. 1990년대의 젊은 작가들은 작업은 작가적 정체성과 소수자 혹은 주변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욕망, 고민을 담은 작품들을 만들었다. 백남준이 1990년대 제작한 아시아적 역사와 전통을 담은 비디오 설치 조각 또한 국가 정체성을 보여주는 상징 이자 미국의 소수 이민자로서의 그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작업이었다. 1990년대 한국 사회에서 정체성의 고민이 여러 복잡한 층위에서 진행되었음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비디오 예술이란 예술이 고급화되던 당시의 정서에 반하여 만인이 즐겨보는 TV라는 대중매체를 예술형식으로 선택한 일종의 예술 깡패였다. 그 안에는 동양 사상이나 한국의 고유한 이야기 등도 내포되어 있었지만, 서양인에게는 독특한 것으로만 보일 뿐 눈치채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백남준 칼럼, 동아일보 1993.9.26)



■ 주요 출품작 소개

백남준의 <칭기즈 칸의 복권>(1993)은 백남준이 황금사자상을 수상하였던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 독일관에 출품한 작품이다. 칭기즈 칸은 잠수 헬멧을 쓰고 망토를 두른 채 여러 대의 텔레비전 모니터를 가득 싣고 말 대신 자전거를 탄 모습이다. 이 작업은 동서양을 잇는 실크로드가 광대역 전자 고속도로로 대체된 것을 표현한 작품으로, 네온으로 된 문자와 기호들은 전자 고속도로를 통해 정보들이 빠르게 압축되어 전달할 수 있는 기술적 가능성을 암시한다. 백남준은 유례없는 속도로 유럽을 휩쓸었던 칭기즈 칸이라는 상징을 통해 기마병의 빠른 속도를 이용하여 세계를 재패하였던 아시아의 과거와 미래의 전자 고속도로를 연결하였다. 인터넷이 가져올 새로운 패러다임의 미래를 보여주는 백남준의 이 비디오 조각은 베니스 비엔날레에서의 수상과 함께 한국관의 설립으로 이어지는 1990년대 뜨거웠던 한국 세계화의 꿈과 맞닿아있는 작품이다.



백남준, <칭기즈 칸의 복권>, 1993,
CRT TV 모니터 1대, 철제 TV 케이스 10대, 네온관, 자전거, 잠수 헬멧, 주유기, 플라스틱관, 
망토, 밧줄, 1-채널 비디오, 컬러, 무성, LD, 217×110×211cm. 백남준아트센터 소장.


백남준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한 대규모 회고전 《백남준·비디오때·비디오땅》(1992) 전시를 전후하여 한국 관람객들을 위하여 친숙한 역사적인 인물들을 로봇으로 재탄생시켰다. 선덕여왕, 바보온달, 김유신을 비롯한 한국 전통설화의 인물들과 위인들을 주제로 한 로봇 시리즈가 제작되었다. <장영실의 꿈>(1970년대)은 조선시대 과학자인 장영신의 발명 정신과 현대의 최첨단 과학 문명의 만남을 시도한 작품으로, 장영실을 의미하는 비디오 로봇과, 발명품으로 보이는 비디오 조각들로 구성되어 있다. <김유신>(1992)은 말을 타고 있는 김유신 장군의 모습을 구형 TV 모니터, 전화기, 라디오 등의 통신매체로 형상화 하고있는 작품으로, 기술과 인간, 문명의 조화를 상징한다. 백남준은 아직 비디오 조각에 익숙하지 않던 1990년대 한국의 관람객들이 자신의 작품 앞에서 오래 머무르며 즐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역사적인 인물들의 초상을 효과적으로 차용했다.



백남준, <김유신>, 1992, 나무, TV, 유채,
149x114x90cm. 부산시립미술관 소장.


비디오 설치 연작 ‹나의 파우스트›(1989–1991)는 1992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선보였던 개인전 «백남준·비디오때·비디오땅» 전시에 출품했던 백남준의 주요 작업이다. 전체 13점으로 이루어진 이 연작은 각각 환경, 농업, 경제학, 인구, 민족주의, 영혼성, 건강, 예술, 교육, 교통, 통신, 연구와 개발, 자서전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작가가 바라보는 세계관을 통합적으로 제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 가운데 ‹농업›, ‹인구›, ‹민족주의›, ‹예술›, ‹통신›, ‹교통›의 총 6점을 호출하여 보여준다. 뾰족한 고딕 성당을 연상시키는 구조물에 20여 대의 작은 TV 모니터들이 콜라주 되어 종교적 제단을 연상시키는 이 작품은 첨탑 부분에 각 주제를 상징하는 오브제들을 달고 있다. 모니터에는 백남준 특유의 폭포처럼 쏟아지는 빠른 이미지의 전환과 과다한 정보의 흐름이 영상으로 편집되어 송출된다. 전통적이고 엄숙한 종교 제단에 갖가지 일상적인 물건들이 콜라주 되고, 파편적인 영상 이미지가 결합된 이 작업은 예술이 동시대의 정치, 사회적인 주제들에 관해 무엇을 표현하고, 어떤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지 질문하고 있다. 



백남준, <나의 파우스트-민족주의>, 
1989-1991, 혼합 매체, 모니터 25개, LDP 
3대, LD 3장, 260×144×85cm. 리움미술관 소장.


전수천은 동서양의 전통적 모티프를 토대로 하여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는 실험적 작업을 통해 사회와 개인, 역사와 시간이라는 다양한 주제에 대한 폭넓은 작업을 선보인 작가이다. 전시된 ‹방황하는 혹성들 속의 토우–그 한국인의 정신›(1994–1995)은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1995) 수상 후 한국관이 처음 설치된 «제46회 베니스 비엔날레»(1995)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흙으로 빚은 신라시대의 토우와 함께 실크스크린 벽을 배경으로 산업 쓰레기, 네온, 비디오 모니터를 거대한 유리판 위에 설치했던 원작의 부분 설치이다. 작품의 주요한 모티프인 작은 토우는 거대한 그리스 로마신화의 신상들과 달리 한민족의 소박한 민족정신을 반영한 오브제로 네온, 유리, 철 등 과학 기술 발전으로 인해 생겨난 현대적 잔여물과 한데 어우러져 고대의 시간을 딛고 발전한 현대 문명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거대한 설치가 연출해낸 몽환적인 공간에서는 고대와 현대, 삶과 죽음, 꿈과 현실이 교차한다. 



전수천, <방황하는 혹성들 속의 토우-그 한국인의 정신>, 1994-1995, TV 모니터, VCR, 유리, 토우, 산업폐기물 등,
380x1800x80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백남준 ‹비밀이 해제된 가족사진›(1984)은 백남준이 가족사진에 직접 인물을 식별하여 쓴 매우 독특한 작업이다.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라고 불리며 파격적인 예술 실험을 거듭하였던 작가의 가족들의 자유롭고 개방적이었던 면모를 확인할 수 있으며, 작가가 이러한 유년시절을 바탕으로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작가로 성장하였음을 알 수 있다. 사진에 등장하는 백남준의 가족들은 모두 여성으로, 여성들끼리 모여 동네의 사진관에서 찍은 가족 단체 사진이다. 그중 남성의 복장으로 차려입은 인물들이 눈에 띄는데, 이는 백남준의 어머니가 낸 엉뚱한 제안으로 이루어졌으며, 백남준의 어머니 또한 남성 복장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진을 찍은 사진관의 주인이 이 독특하고 재미있는 사진을 진열장에 내 거는 바람에 이후 가족들은 남사스러워 한동안 문밖을 나서지 못했다고 한다. 50대에 접어든 작가는 가족들이 전한 일화를 담아 사진에 등장하는 10명의 여성들에 ‘나의 어머니(母)’, ‘누이 희덕(나의 첫 피아노 선생님)’, ‘큰어머니’, ‘큰 사춘 누이’ 등 주석을 달아 두었다. 유교적인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끼리, 그것도 남장을하고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백남준 집안의 멋스러운 가풍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작업이다. 



백남준, <비밀이 해제된 가족사진>,
1984, 종이에 에칭, 29.7×37.5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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