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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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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삶의 전투를 천송이 꽃으로 말하다



강 철 | 시각이미지전달자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담은 김혜연의 그림 내용은 알고 보면 무척 쉽다. 하지만 이국적인 표정과 복잡한 질감은 그 단순한 내용과 상반되는데, 이는 작가의 화법이자 작품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한편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은 주로 일하는 여성을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작가의 성장 과정과 무관하지 않다.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부산하게 일하는 모습을 어렸을 때부터 유심히 지켜본 작가에게 이러한 시선은 붓을 손에 쥐기 한참 이전에 정해진 세계관이다. 한(恨)없는 인생을 나열한 소설이 따분하듯, 온실에서 자란 아티스트의 그림 또한 밋밋하다. 이에 반해 치열한 삶의 전투를 일찌감치 맛본 작가에게 과거란 감사하게도 평생의 그림 밑천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세상은 공평하다는 말이 아직 소멸되지 않는 것일까?



김혜연이 그림 그리는 것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고 싶다면 하루에 몇 시간씩 작업하는지 보다, 그리는 즐거움 말고 무슨 다른 즐거움이 있냐고 물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다방면에 취미가 많은 여느 작가들과 달리 그리는 것 말고 도대체 할 게 없다는 농담 아닌 습관이 작품의 순도(純度)를 더욱 높이고 있다. 그런데 이제 그 순도가 빛을 내기 시작하고 있다. 작품이 팔리고 큐레이터로부터 온 전화가 울리기 시작한 것이다. 미술대학을 다니던 시절 누구나 해봄직한 소망……. 끼니 걱정하지 않고 평생 그림만 그릴 수 있다는 것이 예술가의 초심(初心) 아니었던가. 대박을 터뜨려 황제 예술가로 등극하는 것은 바라지도 않고, 연이은 소박으로 소박하게 작업하는 꿈 말이다. 대다수의 동료들이 자의반타의반 붓을 꺾는 것에 비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모든 아티스트는 헛된 노력을 하고 싶어 하지 않고, 스스로 운이 좋기를 언제나 기도한다. 밑지지 않는 장사를 하려는 것은 예술가 이전에 인간의 피에 흐르는 본능이다. 아직까지도 ‘예술가의 순수성을 잃었다’는 표현으로 주위를 혼란스럽게 하는 난센스는 이제 술자리 정도에서만 그쳐야 하지 않을까. 작가 김혜연은 비로소 이러한 아티스트의 진화 과정에 첫발을 내딛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이 역시 대가 없는 순리가 있을까?



전시장 중심에서 꾸준히 노출되는 김혜연의 작품을 보는 관객은 의례 기성품과 비교하게 된다. 아티스트의 초창기 작품이 모방에 크게 휘말리지 않는 것은 관객의 뚜렷한 고발이나 가시적 소비 행태가 없기 때문이다. 하긴 우리가 알고 있는 거장들도 이러한 전철을 적지 않게 밟지 않았는가. 인생의 순리대로만 그림을 그려온 작가에게 다소 억울한 상황일 수도 있지만, 누구의 작품을 닮았다는 꼬리표는 어쩌면 평생 따라다닐 수도 있다. 그런데 작품의 오리지널 영감이 어디서 왔건 간에 그림이란 궁극적으로 작가 자신의 무의식에서 훔쳐다 쓰는 것이 아닌가? 이제 누구와 누구의 그림이 비슷한 것인가는 인터넷으로 비교하는 데 1분도 채 걸리지 않는 시대다. 그보다 누가 힘 있는 동네에서 힘주며 오래 작업하고 먼저 선점해 브랜드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니까 김혜연 작가에게 작품 스스로 바라보는 태도가 자신감이던 열등감이던 선택의 문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 눈앞에 보이는 시시콜콜한 장단점보다 작가에게서 발견해야할 가장 큰 가치는 앞으로의 엄청난 잠재력이다. 매번 비슷한 패턴으로 보이는 작품 하나하나가 결코 지루하지 않은 이유는 작품에서 나타난 내용과 형식의 응집력이다. 얼마든지 그려낼 수 있는 일하는 여성과 작가 자신이 언제나 한 몸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누구를 그리던 강력한 자화상이 되는 셈이다. 알라딘 램프를 살짝 만져본 작가에게 천일야화(千一夜話)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지만, 심장에 가득 담겨 있는 새빨간 스토리들이 언제라도 쏟아질 것 같아 김혜연의 작품은 언제나 가슴을 설레게 하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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