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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방문기전:Art Through 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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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문화, 질서와 무질서, 선과 악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심리적ㆍ문화적 차원에서 영향을 미쳐 온 정원의 의미들을 현대미술로 담아내고, 모순과 불명확성의 장소인 정원의 복잡한 매트리스를 통해 인간의 본성과 현 문화의 일면을 들여다보는 전시
Art Through Nature- 정원 방문기


배명지 | 스페이스C 큐레이터



정원은 인간이 자연과 교감하고 기쁨과 위안을 느끼며 고갈된 영혼을 충전시키는 특별한 장소이다. 인간이 자연을 울타리 안으로 끌어와 굳이 인위적인 자연인 정원을 가꾸는 이유도 자연과의 교감이 주는 행복을 가까이에서 보호하고 싶기 때문이다. 정원의 어원이 ‘보호하고 막는다’의 gan과 ‘즐거움’의 eden에서 유래하듯 정원은 즐거움이 완벽히 보장되는 이상향을 가리킨다. 정원을 만든다는 것은 에덴과도 같은 잃어버린 낙원을 되찾기 위한 시도이며 자연에 행복의 개념을 각인하고자 한 하나의 수단이다.




에덴이 유혹과 타락의 개념을 동반하듯 정원은 파라다이스이면서도 유혹과 욕망의 장소이다. 또한 대지와 연관된 자연이면서 동시에 유사 자연으로서의 인공의 사이트이고, 휴식과 치유의 장소이면서 권력과 연계되어 있다. 안과 밖의 경계이며 도시와 전원의 접점의 장소이고 외부세계가 보여지고 관조되는 문지방threshold이다. 정원의 이러한 이중성과 모호함은 오랜 기간 시인, 철학자, 미술가들에게 풍부하면서도 지속적인 메타포를 제공해 왔다. ‘Art Through Nature-정원 방문기’는 자연과 문화, 질서와 무질서, 선과 악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심리적ㆍ문화적 차원에서 영향을 미쳐 온 정원의 의미들을 현대미술로 담아내고자 한 것이다. 또한 모순과 불명확성의 장소인 정원의 복잡한 매트리스를 통해 인간의 본성과 현 문화의 일면을 들여다보고자 한 것이다.




동시에 이번 전시는 코리아나 화장품 창립 20주년, 코리아나미술관 개관 5주년을 기념하여 기업 이념인 ‘자연을 통한 아름다움의 예술창조 Art Through Nature' 정신을 자연과 예술이 함께하는 정원 개념으로 재창조하기 위한 것이다. 정원은 색채와 향기가 넘쳐날 뿐 아니라 긴장을 풀어주고 휴식을 제공하며 수천년간 여성성과 연관되어 왔다는 점에서 화장과 동일한 지향점을 가진다.

정원은 산책을 요구한다. ‘Art Through Nature-정원 방문기’전은 여덟 명의 작가가 회화 설치 영상으로 해석한 각각의 정원을 산책하는 일종의 ‘방문기’의 형식을 띤다. 이번 전시작품에서 정원은 유토피아의 표상으로, 내밀한 사적 이야기를 담은 삶의 인덱스로, 사회적 권력의 은유로, 생멸의 존재론적 공간으로, 무의식을 언급하는 지대 등으로 의미화 된다.



베이컨(Francis Bacon)이 『정원에 대하여 Of Gardens』에서 ‘신은 에덴의 동쪽 끝에 최초로 정원을 만들었다. 인간은 거기서 기쁨을 얻고 영혼을 회복하였다’라고 쓰고 있듯이 정원을 가꾸는 것은 잃어버린 그러나 약속된 지상낙원에 대한 환상을 떠올리며 자신의 신체와 영혼을 맑게 치유하는 것이다.
에덴이 유혹과 타락의 개념을 동반하듯 정원은 안전한 천상의 파라다이스이면서 유혹과 욕망의 장소인 쾌락의 정원garden of delight, 고립되고 밀폐된 장소로서의 비밀의 정원secret garden이다. 세속 낙원의 유혹에 직면한 아담과 이브의 성적 열정이 증거 하듯이 서구 유럽 문학과 미술에서 정원은 사랑과 성적 욕망, 인간의 고뇌와 연관된 내러티브로 종종 사용되었다. 19세기 유럽미술에서 정원은 사랑의 내러티브였으며, 밀턴John Miltorn의 『실낙원Paradise Lost』이나 테니슨Alfred Tennyson의 시 『모드Maud』등의 문학에서 정원은 에로틱하고 위험한, 마음의 어두운 층위에 존재하는 것으로 기술되었다. 정원이 등장하는 현대 소설이나 영화에서 유독 유혹, 쾌락, 살인 등이 등장하는 것은 바로 정원의 어두운 면dark side를 의미화 한 것이기도 하다. 성과 속, 행복과 불길, 낮의 기쁨과 밤의 섬뜩함, 안전함과 일탈을 넘나드는 정원의 모호함과 이중성은 미셀 푸코가 언급한 헤테로피아를 연상시킨다. 헤테로피아는 고정되지 않고 모호한 신비한 아우라를 지니는 장소들로 ‘다름의 장소’에 대한 그리스어이다. 정원은 하나의 고정된 장소에서 일탈한 불명확한 이질성의 장소이며, 잃어버린 낙원, 즉 부재를 상기시키는 장소이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정원의 모호성과 이중성, 은유적 연관성을 자각한다. 작가들은 정원을 잃어버린 비밀스러운 영역을 바라보는 메타포로서, 에로틱하고 심리적인 잠재성을 가진 장소, 문학적 연관성이 풍부한 지대로서 간주한다.




서양의 정원들이 한정된 부지 안에 풀과 꽃, 나무와 돌을 인공적으로 배열하는데 반해 한국의 정원은 자연 경관 자체를 정원으로 삼는 자연 순응적 조원방식을 택하였다. 대자연의 풍광을 정원의 일부로 편입시키는 차경(借境)으로서의 정원에서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풍광은 광활한 정원으로 바뀌게 된다. 자연 속에 묻혀 있는 정자에 올라 주변의 풍광을 감상의 대상으로 삼을 때 산이나 바위 계곡은 정자 주인의 심정적 소유물이 되면서 자연은 정원의 성격을 갖게 되는 것이다. 정원을 둘러싼 초록 띠는 엷어지고 정원의 경계는 사라졌다. 이때 정원은 초록의 막이나 대나무 울타리로 경계 지워진 닫힌 소우주가 더 이상 아니라 멀리 보이는 경치를 향해 호흡하는 열린 공간이 되며 정교한 회화적 경치대신 시적 여운이 감도는 풍경, 詩境을 담게 된다. 시작(詩作)과 조원(造園)을 동일한 맥락으로 이해한 시경이라는 독특한 조경법의 결과 시경은 자연 구성물의 단순한 조화를 뛰어 넘어, 詩, 文, 樂, 舞 등이 어우러진 정원을 구성한다.

정원의 차경과 시경 개념은 참여 작가들의 작품에도 개입한다. 성장과 소멸을 반복하는 나무 한그루, 잎새에 이는 바람소리와 새소리는 정원을 구성하는 요소이자 작품의 소재가 되며 전시 공간을 정원으로 확장시킨다. 전시 작품 중 정원에 상응하는 시적 텍스트들과 음악은 전시공간을 시적 상상력과 노래가 흐르는 시경(詩境)으로 전환시켜, 정원에 시적인 분위기를 돋우고 정원의 회화적 아름다움을 일깨워 풍경을 살아 숨쉬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때 정원은 비로소 치유와 휴식의 공간이 된다. 원래 원시 정원은 마법과 약의 정원으로 고독, 죽음 등 인간을 무겁게 짓누르는 불행을 치유하기 위한 곳이었다. 정원을 돌보는 자인 정원사는 정원에서 나는 온갖 식물들로 병을 치료하고 상처를 아물게 하고 악령을 쫒아내는 주술사였다. 자연과의 시적 교감이 가능해진 휴식과 치유의 정원은 육체와 영혼의 상처를 돌보고 치유하는, 죽음보다 생의 기운이 넘쳐나는 곳으로 무와 폐허에서 삶을 소생시키는 노스탤지어적인 가치를 지닌다.



한편, 자연을 잘라내고 붙이고 꿰매는 정원의 조성 행위는 기본적으로 자연위에 군림하고자 하는 권력 행위이기도 하다. 원래의 맥락과 생태를 무시한 채 이식되고 다듬어진 정원은 대지의 존재를 열어주고 휴식과 치유를 제공하는 공간이기 보다는 권력의 사이트가 된다. 특히 고도로 형식적이고 기하학적으로 배열되고 통제된 정원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힘과 지배의 극단적 표상이다. 베르사유와 같은 엄격하고도 화려한 정원은 17세기 프랑스 사회에서 정치 사회 예술 전반에 절대 권력을 행사했던 군주가 자신의 신적권위와 왕국에 대한 지배를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에 다름 아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품들 중 일부 역시 이러한 정원을 둘러싼 power의 문제를 은유적 시각으로 표상한다.

문화와 자연, 질서와 무질서, 선과 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정원은 여전히 작가들에게 꿈과 잠재성의 공간이며 잃어버린 세계이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노스탤지어, 유혹, 불안, 고독, 권력 등 문학적 미학적 연관성이 풍부한 지대인 정원의 의미를 작품으로 표상한다. 이번 전시에서 정원은 자연을 새로운 질서로 구성한 장소적 의미를 넘어 인간의 본성과 시대의 문화를 읽어내는 문화적 코드로 사용된다. 정원에 대해 다시 읽기를 시도하는 이번 전시는 정원에 대한 기존의 의식을 확장시키고 감성적 심리적 효과를 발생시키며 정원의 세계를 새로이 바라보게 한다.





* 전시명 : Art Through Nature- 정원 방문기
* 전시기간 : 2008. 10. 16 - 12. 6
* 주최 : 코리아나미술관
* 후원 : (주) 코리아나화장품, 제니스웰
* 참여작가 및 작품 : * 오프닝 : 2008. 10. 16 (목) 오후 6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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