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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서울과 지방의 차이, 그 사이의 매개자

이생강

필자는 예술이 가장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이미지 하나가 그동안 살아왔던 나의 상식을 완벽히 깨트려 버리는 순간이 있다. 전쟁터의 탱크가 꽃마차가 되는 이용백 작가의 작품, 거짓말이 유구한 신화가 되어버리는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처럼 말이다. 내가 가장 재미있다고 생각한 예술을 왜 우리 가족들은, 내 친구들은 관심이 없을까? 내가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주변 사람, 관객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에 기획자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근 10년 꼬박 예술현장을 찾았다.



필자가 경기도 평택시 신장동 미군부대 앞에서 운영한
<협업공간_두치각> 할로윈아트마켓 운영사진 2021


처음 시작할 때와 비교하면 나라 전체적으로 문화적 소양이 성장한 것이 보인다. 국내 유수한 미술관이 곳곳에 생기고, 다양한 아트페어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주요 전시에는 사람들이 넘쳐나 가끔 전시 보기가 힘들 때도 있다. 작가들의 다양하고 활발한 시도도 눈에 띄지만, 행정적으로도 전문 인력, 전문 기획, 전문 홍보, 예산, 행정지원 등이 뒷받침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모든 자원이 밀집되어 있는 서울에서는 공공영역에서의 활동 이외에 다양한 공간들이 생기며, 지역과 작가들에게 활기를 띄는 모습을 목격하였다.

강남의 청담동을 중심으로 역사 깊은 갤러리들이 명맥을 이어오고, 이태원에는 외국인과 젊은이들이 만나는 재미있는 공간들이 활동 중이다. 강북에는 삼청동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중심으로 서촌에는 통의동 보안여관이, 을지로에는 다양한 콜렉티브 그룹이 운영하는 신생공간들이, 동대문에는 DDP를 중심으로 대학로까지 다양한 공간이 민, 관에서 확장 중이다. 이뿐 아니라 문래동에는 예술가 마을이 있고 홍대와 연남동에도 크고 작은 갤러리와 문화공간이 즐비하다. 서울의 도처에는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레지던시와 문화공간이 존재한다. 작은 지면에 모두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이 모든 것이 처음부터 이렇게 운영이 되었을까? 모든 공간마다 저마다의 사정으로 흥망성쇠를 반복하며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



협업공간_두치각, <신장동 아카이브> 프로젝트 모습.
김태형 사진작가의 작업 설명


지역, 지방에서는 이런 서울의 사정이 매우 부러운 현실이다. 필자도 처음에는 서울과 경기도가 얼마나 차이가 날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처음 경기도에서 문화공간을 시작하려고 했던 때가 떠오른다.
추운 겨울날, 거리에 나가 설문지를 돌렸다. 설문지에는 단 하나의 문장밖에 없었다. ‘당신은 태어나서 한번이라도 미술관을 가 본 적이 있는가?’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200명에게 답을 받았지만 놀랍게도 대답은 ‘0’이었다. 자신의 도시에, 자신의 마을에 미술관이 있다는 사실은 그만큼 중요하다. 이것은 한 사람의 인생 그리고 나아가서는 도시 전체의 분위기를 바꾸기 때문이다. 단 한 번도 미술관을 가본 적이 없는 사람과 스스럼없이 미술관을 다녀 본 사람의 인생이 당장에야 얼마나 차이가 날까만 은, 기획자의 입장에서 매우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당장에야 그 두 인생에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지금의 세대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또 아이를 낳으면, 누가 미술관에 데리고 갈 수 있을까? 평생 단 한 번도 미술관을 못 가본 사람은 자식도 그의 자식도 미술관에 가보기가 쉽지 않다. 미술관을 꼭 가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술 혹은 예술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거나 사유할 기회가 아예 주어지지도 않는 것은 인생의 큰 질 차이를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도시나 지역에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지어질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부터 만들어진다고 결정한다 하더라도 그 지역의 이야기, 사람의 이야기를 담아내기까지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사이의 공백을 이어줄 매개자 혹은 지역의 문화공간이 매우 필요한 현실이다.




- 이생강(1982- ) 경기도 시흥시 ‘시흥문화발전소 창공’ 기획팀장, 경기도미술관 경기천년 특별전, <경기 아카이브_지금,> 미디어, 설치 큐레이터, 반도문화재단 외부협력 큐레이터, 2020년 ‘협업공간_한치각’, ‘협업공간_두치각’(경기도 평택시) 대표, 현재 로컬익스프레스 대구 큐레이터로 대구문화재단 명작산실 전시 지원 <정례브리핑 14시, 27일> 전시 기획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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