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뉴욕에서 열리고 있는 두 거장의 특별전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발튀스 : 고양이와 소녀들-회화와 도발(9.25-2014.1.12)’과 휘트니미술관의 ‘로버트 인디애나 : 사랑을 넘어서(9.26-2014.1.5)’는 두 위대한 화가의 유년시절 체험이 작품세계를 지배해왔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전시다. 발튀스(1908-2001)와 로버트 인디애나(1928- )의 작품은 대조적이지만, 작품 이면에는 유사한 점도 적지 않다.  

그들의 작품은 30년 가까이 뉴욕 미술관에서 도외시되어 왔다. ‘포르노성’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발튀스 전시는 1984년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회고전 이후 근 30년만에 열리는 뉴욕 전시다. <LOVE> 조각의 팝아티스트 로버트 인디애나의 미술관 전시는 30여 년만이며, 미국 회고전도 처음이다. 또한 발튀스와 인디애나, 둘 다 가명을 썼다. 파리에서 폴란드계 아티스트들 사이에서 태어난 발튀스의 본명은 발타자르 클로소프스키, 태어나자마자 입양된 로버트 인디애나의 본명은 로버트 클락이었다. 게다가 사생활도 남달랐다. 발튀스는 1967년 35세 연하의 화가 세츠코 이데다와 결혼했으며, 동성애자인 인디애나는 한때 화가 엘스워스 켈리와 연인 관계였다. 그리고 그들은 미술계에서 떠나 은둔해 살았다. 발튀스는 1985년 77세부터 스위스의 그랑 샬레에서 살다가 2001년 세상을 떠났다. 인디애나는 1978년부터 메인주의 외딴 섬 비날헤이븐에서 살고 있다.

발튀스는 왜 고양이와 소녀에 집착했을까?

메트미술관 전시에서 처음 공개된 <미추(Mitsou)> 시리즈는 발튀스가 11살 때 잃어버린 고양이 미추를 찾아나서는 모험을 그린 40컷의 잉크화다. 1920년 발튀스의 어머니와 연인 관계였던 독일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이 그림을 발견하고, 출판을 도와주었다. 어린 발튀스의 눈에 어머니와 릴케의 연애나 고양이의 실종은 커다란 사건이었을 것이다. 그의 전기에 따르면, ‘늘 어린이로 남고 싶었다’고 고백했다고 전해진다. 발튀스는 27세에 <고양이의 왕>이라는 자화상에 고양이와 자신을 그렸다. 잃어버린 고양이에 자신을 투사하고, 동화하며, 퇴행성향의 발튀스에 걸맞는 소녀들이 등장하는 것도 납득이 되는 부분이다. 결국 그는 35세 연하의 일본 화가와 여생을 보내다가 사망했다.

로버트 인디애나는 왜 LOVE, EAT와 바퀴에서 벗어나지 못했나?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클라에스 올덴버그 등 성공한 팝 아티스트들과는 달리 인디애나의 작품은 보다 자전적이다. 그에게 유명세를 주었지만, 그 때문에 그림자 속에 남게 된 <LOVE> 조각은 인디애나의 애정 결핍을 설명해주는 작품이다. 휘트니 회고전 입구에는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Bonnie and Clyde)>를 연상시키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걸려있다. 남자는 늘 떠나는 자동차 앞에 선 아버지, 여자는 상반신이 벗겨진 매춘부 같은 모습의 어머니다. 인디애나는 태어나자마자 생모에게서 버려진 후 인디애나주의 부부에게 입양됐다. 그러나, 가족은 인디애나가 17살 때까지 21번이나 집을 옮겨 다녀야 했으며, 부모는 인디애나가 8살 때 이혼했다. 그의 작품에 표지판과 바퀴가 종종 등장하는 이유도 어릴 적 이사 다니면서 소년의 눈에 친숙했을 이미지들이 고속도로 표지판과 자동차였기 때문이 아닐까? 인디애나가 공군으로 복무 중 어느 날 어머니가 암으로 위독했다. 집에 돌아갔을 때 어머니는 “밥 먹었니?”라는 말을 남기고, 5분 후 사망했다. ‘먹다(EAT)’는 ‘사랑(LOVE)’만큼이나 죽고 사는 문제였을 것이다 

- 박숙희(1963- ) 한양대 영화과 석사. 대우비디오 카피라이터, KBS-2FM ‘영화음악실’, MBC-TV ‘출발 비디오여행’ 작가, 뉴욕 중앙일보 문화담당 기자 역임. 현 뉴욕컬쳐비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