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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몸을 말하는 오를랑과 피스톨레토_FIAC2013

심은록

세계 주요 미술시장 중 하나인 FIAC (Foire Internationale d’Art Contemprain, 파리 10.24-27)은 올해 긍정적·부정적 두 측면에서 FIAC답지 않았다. 먼저 부정적인 측면으로, FIAC의 중심인 그랑팔레 전시에서는 미술시장의 특징인 톡톡 튀며 진부함을 거부하는 날카로운 작품들이 적어서, 새로운 상품을 맛보는 첨단시장의 느낌이 들지 않았다. 유명도가 확실한 안정적인 현대미술 작품들이 대부분이었으며, 설치와 비디오 작품도 현격히 줄었다. 


긍정적인 측면은, FIAC 기간 내내 세계적인 작가들이 강연에 직접 참여해 예술을 통한 현시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진지한 학문적 모색을 보여주어, 미술시장의 상업적 특색을 보완한 점이다. 강연 후에는 작가들과의 문답과 대화도 가능했다. 특히 인상적인 두 작가는 인간의 신체를 문제화하는 오를랑(ORLAN, 1947-, 프랑스)과, 좀더 확장된 의미에서 우리 모두의 신체인 지구를 예술·생태학적으로 접근한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Michelangelo Pistoletto, 1933-, 이탈리아)였다.


작품 <액자에서 나오려는 시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오를랑Dans le cadre de Table-ronde, <Interview la performance : regards sur la France depuis les années 1960> à l’Auditorium du Grand Palais (le 25 oct.): ORLAN, Tentative pour sortir du cadre, 1965, ⓒphoto : simeunlog


오를랑은 여성행위 예술가로 프랑스 퍼포먼스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성형수술을 예술적 도구로 사용한 최초의 예술가이기도 하다. 사회제도의 선입견과 규격에 묶여있는 우리를 끊임없이 해방시키고자 애쓰는 작가 오를랑은 그의 예술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액자에서 나오려는 시도>라는 작품은, 제목 그대로 금칠이 된 액자에서 나체의 여성-오를랑 본인-이 나오려고 애쓰는 모습을 재현했다. 우리는 모두 이러한 규격에서 나오려고 항상 시도한다. 이 액자는 자기동일성적인 진선미, 사회규정, 관습, 선입견, 등 모든 것을 포함한다. … 몸은 정치적이라는 것을 나는 상당히 빨리 이해하여, 몸에 관련된 퍼포먼스를 하게 되었다. 나는 ‘살’을 좋아하며, 항상 내 건강에 주의하지만, 패션잡지에 나오는 해골 소녀들-모델들-을 닮고 싶은 의도는 전혀 없다.'


제3의 천국과 그 상징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피스톨레토Dans le cadre de conférence, <Art et Ecologie L’art et l’engagement, Créer une société pus écologique> à l’Auditorium de la Grande Galerie de l’Evolution (le 26 oct.), ⓒphoto : simeunlog


아르테 포베라(Arte Povera)의 주요작가 중의 한 명인 피스톨레토는 그가 창립한 예술재단인 시타델라르테(Cittadellarte)와 그의 예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1998년, 예술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목표로 비엘라(Biella) 공장부지에 시타델라르테를 세웠다. 이 재단은 가능한 모든 분야와의 대화를 통해, 사회참여적 예술을 시도하는 참된 실험장이다. 이 실험장의 이념이라고 할 수 있는 ‘제3의 천국’(le Troisième Paradis)은, ‘인간이 자연과 조화를 이룬 첫 번째 천국’과 ‘인위적인 것으로 가득 찬 두 번째 천국’의 조화를 말함이다. 특히 두 번째의 천국은 인위적 제품, 인위적 즐거움 등 인간에 의해 만들어지고 발전된 것으로, 지구를 위험 속에 빠트리고 있다. 세 번째 천국의 아이디어는 생태학적 윤리적 행동, 공동의 원칙 등을 세우고, 개개인이 책임성을 느끼고 이에 참여하면서 인간과 지구를 구하자는 새로운 신화적 바탕에서 나왔다. 나는 제3의 천국을 3개의 원으로 구성된 독특한 상징으로 재현했다. 양쪽 끝의 두 원은 ‘자연’과 ‘인위성’을 상징한다. 가운데 커다란 원은 이 둘을 연결하며 또한 제3의 천국의 ‘생성적인 자궁’을 의미한다. 이 원이 교접하는 점(대척점)은 반대되는 요소들이 재난을 피하기 위해 서로 손을 잡는 교류와, 변화를 위한 지렛대로서 행동지점, 집합지점이나 갱생지점을 의미한다.'


정보시대에 몸이 점차 사라지고 피폐해지는 예술계에, 이번 FIAC을 계기로 몸에 대해, 그리고 예술을 사회정치 및 환경문제와 적극적으로 관련 지으며 설명한 이 두 대가들의 진지한 모색은 미래의 미술시장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음에 틀림없다.



심은록(1962- ) 파리고등사회과학원 철학 및 인문과학 박사. 현 감신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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