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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회화의 자유와 즉흥성을 위해, 클로드 비알라

심은록

회화가 주는 신비와 환영보다는 ‘회화 그 자체’에 의미를 두는 ‘쉬포르/쉬르파스’(소재/표면)는 프랑스의 마지막 아방가르드 파라고 불린다.  이 그룹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 중의 한 명인 클로드 비알라(Claude Vaillant, 1936~)의 전시가 다니엘 텡플롱의 파리 갤러리에서 개최된다 (Galerie Daniel Templon, 2014. 3.1-4.9). 비알라가 작업하고 있는 님(Nîmes)을 방문했다. 님에는 로마시대의 원형극장이 있으며, 이 극장에는 남불의 열기보다 더 뜨거운 투우가 열리곤 한다. 그의 예술에는 파리의 회색 빛 정서를 말끔히 몰아내는 남불의 태양과 투우의 열정이 담겨있으며, 자유와 즉흥성이 넘실대고 있다. 


클로드 비알라, 님(Nîmes)의 아틀리에에서, photo: simeunlog.


Q. ‘쉬포르/쉬르파스’ 그룹은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나요 ?

A. 1960년대 말, 다니엘 드죄즈 (Daniel Dezeuze, 1942-)는 파리와 캐나다에서, 파트릭 세투르 (Patrick Saytour, 1935-)는 니스에서 그리고 나는 리모쥬에서 작업을 했지만, 여러 번 함께 전시하고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비록 우리 세 사람이 각각 다른 곳에서 서로의 작품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작품을 했는데도, 무언가 같은 한 목적을 가지고 한 방향으로 가는 그러한 동질감을 느꼈습니다. 쉬포르/쉬르파스는 이렇게 우리 세 사람이 주축이 돼서 시작된 거지요.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드죄즈의 작업은 캔버스 천 없이 틀만으로 하는 작업이었고, 내 작업은 반대로 틀 없이 천으로만 하는 작업이었습니다. 세투르는 캔버스를 접어 사용했는데, 이 캔버스에 틀의 이미지를 넣었습니다. 즉 틀의 이미지가 캔버스 위에 있는 것입니다. 


Q. 1972년 ‘쉬포르/쉬르파스’가 해체되었는데, 그 이유는요?

A. 고정관념과 선입견에서 벗어나고자 ‘회화의 해체’를 말하는 우리는 ‘텍스트의 해체’를 말하는 『텔 켈』(Tel Quel, 잡지) 사람들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텔 켈은 파리를 거점으로 삼으며 대장 노릇을 하려고 했어요. 우리의 원래 취지는 계급을 비롯한 모든 차이를 없애고자 한 것인데, 이론가들과 예술가들, 수도와 지방, 그리고 또 다른 정치사상적인 문제들로 점점 차이가 생겨 났습니다. 특히 파리에서  일하는 작가들과는 달리, 지방에서 일하는 작가들은 모임이 있을 때도 거리나 시간 제약으로 인해  점점 소외되었어요. 또  ‘쉬포르/쉬르파스’의 인원 수도 점점 많아지니 서로 합의를 이루기도 힘들었습니다. 그러니 해체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웠죠.


클로드 비알라의 아틀리에 정경, photo by simeunlog.


Q. 당신은 1966년부터 현재까지, 강낭콩 같기도 하고 팔레트 같기도 한 모티브를 계속 사용하고 계시는데요.

A. 같은 형태를 가지고 일하니까, 내가 사용하는 마티에르와 회화 자체에만 신경을 쓸 수 있은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모티브가 무수히 반복되지만, 반복되면서 차이를 갖도록 늘 노력하기에 같은 작품은 하나도 없습니다. 좀더 불균형하고,  부적절하고, 비협약적이고, 불편한 그림을 그리려고 합니다. 어떤 것을 그려야 하겠다고 미리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작업하는 당시의 환경에 의존하여 모든 것을 우연에 맞기며 온전히 즉흥적으로 작업에 임합니다. 


Q. 마티에르, 그러니까 사용하시는 티슈는 주로 어떤 것을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시나요?

A. 해변에 있었던 파라솔, 카페 입구에 걸렸던 차양, 버려진 텐트, 침대보, 식탁보, 거의 모든 티슈들이 사용가능 합니다. 나는 이 티슈들을 접착제를 이용하여 서로 연결시킬 뿐, 변형하는 것을 최대한 자제합니다[여러 티슈들을 이어서 하나의 커다란 화폭이 되게 함]. 그리고 티슈들의 특성이 가려지지 않도록, 물감을 여러 번 칠하는 것도 피합니다. 이 티슈들을 있는 그대로 사용하다 보니 매번 작업할 때마다 다른 마티에르, 다른 환경에 부딪치게 됩니다.


클로드 비알라의 아틀리에 정경, photo by simeunlog.


이처럼 비알라의 마티에르에는 남불의 태양(파라솔), 커피의 향기(카페 차양), 별들의 이야기 (텐트), 부부의 사랑(침대보), 가족의 대화(식탁보), 등이 그대로 담겨있다[쉬포르]. 그 위로 작가는 작품을 하는 그 순간의 시공간과 순수 감성을 즉흥 연주곡처럼 펼쳐낸다[쉬르파스]. 이렇게 탄생한 그의 작품은 또 다른 소재[쉬포르]가 되어, 관람객들에게 그들만의 또 다른 해석[쉬르파스]을 하도록 요청한다.  



심은록(1962- ) 파리고등사회과학원 철학 및 인문과학 박사. 현 감신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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