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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2014 나라국제현대미술전 -물질과 사유에 대한 글로컬(Glocal)적 상징과 의미의 세계

박남희

아시아의 고도(古都), 세계의 고도 중의 하나로 널리 알려진 나라는 그간 현대미술에 대한 활발한 활동과는 좀 거리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즉 일본의 전통적인 풍경을 재현하는 장소로서 의미가 강했던 나라에서 동시대 현대미술의 거장들이 모인 대규모 기획전 ‘2014 나라국제현대미술전: 미의 최전선 - 물질과 지혜의 마법(International Contemporary Art Exhibition Nara 2014 : Beauty on the Edge - Magic of materials and wisdom)’, (일본 나라현립미술관, 6.14-7.21)이 마련된 것은 뜻밖의 사건으로, 이는 현대미술에 대한 욕망과 관심이 강하게 확산되고 있음을 반증한다.


전시장면


추이치 후지(Chuichi Fujii)는 나무라는 물성의 강하고 오래된 힘을 보여준다. 나라현의 울창한 숲으로부터 온듯한 거대한 나무 형상은 잎도 뿌리도 없는 가운데 몸체만이 둥글게 말아지는 듯 한 포즈로 드러난다. 카이 타케마타(Kei Takemata)는 동양적 소재라 할 수 있는 종이와 오래된 대나무의 물성을 빛과의 조형적 구조를 드러낸 설치를 선보이는데, 개념적이면서 물성이 강하다. 유타카 모리구치(Yutaka Moriguchi)는 인간의 관계적 지평을 삶의 일상적 도구와 행위의 영상 설치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일종의 빛의 조각이라 말하는 작가는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각으로 존재와 관계의 의미를 일깨운다. 코타 키누타니(Kota Kinutani)는 자연의 일부처럼 유기적인 돌의 형상들로 고대의 세계관을 다시 재현하고 있다. 나츠노수케 미세(Natsunosuke Mise)는 동서의 회화에 대한 동일성과 차이를 한 화폭에 담는데, 커다란 크기의 병풍 형태 안에서 이루어진다. 다카시 키쿠치(Takashi Kikuchi)는 한국의 박동기, 고바이시와 공동으로 작품을 선보여 눈길을 끄는데, 그는 문화와 미의 교류와 원형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져왔다. 예컨대 나라지역의 문화가 백제의 영향 아래 만들어져 왔고, 그것이 새로운 환경으로 나라에서 또 다른 형태로 역사화되고 있음을 부처상과 문명이 이동을 상징하는 배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치히로 시모타니(Chihiro Shimotani)는 돌, 나무, 문 등을 활용한 언어와 개념의 세계를 보여준다. 그는 언어의 정신성과 상징성을 물질을 통해 재차 보여줌으로써 사유와 논리의 세계를 열어 보인지 어언 50여 년을 지나고 있다.


다카시 기구치, <구제>, 2014


나라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현대미술가 7명이 함께 참여한 이 전시는 해외의 트렌드나 이슈보다는 자신들의 내적 고민과 사유를 전통과 세계사적 지평에서 꺼낸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갖는다. 즉 나라의 전통적인 고유한 장소성은 현재까지도 새로운 예술 창작의 강력한 요소로서 작용하고 있으며 지역의 로컬리티와 세계를 향하는 글로벌리즘의 혼융된 상황들을 각자의 조형언어를 통해 호소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의 예술적 태도와 표현의 중심에는 나라라는 고대 도시에 대한 오마주(Hommage)가 있다는 것이다.



박남희(1970- ) 홍익대 대학원 미술비평 박사. 홍익대 메타디자인센터 박사 후 연구원, 서울과학기술대 NID대학원 겸임교수, 2011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총괄 큐레이터, 2013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전시감독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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