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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제프 쿤스, ‘미술관 날라리’에서 ‘예술의 신’으로?

심은록

“포르노 예술가”, “키치의 제왕”, “미술관의 날라리”, “미국 팝 문화의 대장 악동”, “베르사유 전통 파괴자” 등의 표현은 2008년 제프 쿤스(Jeff Koons, 1955- )가 베르사유궁에서 전시할 때 프랑스 대중매체가 인용한 평가다. 6년이 지난 오늘, 제프 쿤스는 파리에서는 처음으로 퐁피두센터의 국립미술관에서 회고전(2014.11.26-4.27)을 개최하고 있다. 프랑스 대중매체는 앞다투어 특집 기사를 내보내는데 그 기사들의 타이틀은 대략 다음과 같다.


“제프 쿤스, 자본주의 예술의 화신”,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가”, “대중문화에 대한 찬사”, “ 만인의 행복?”, “살아있는 예술의 신?”, “올해 놓쳐서는 안 될 전시” 등. 기사 타이틀의 끝에 간혹 의문부호가 붙기는 하지만, 베르사유 때와는 상반된 반응이다. 6년이라는 시간이 짧지는 않았지만, 베르사유 전시를 잊을 정도로 그렇게 긴 기간도 아니었다. 제프 쿤스의 실력이 그만큼 월등해진 것일까? 아니면 프랑스인들의 현대 예술을 보는 안목의 폭이 그만큼 넓어진 것일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제프 쿤스는 지난 6년 동안에도 꾸준히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가(1945년 이후 출생 작가들 가운데) 명단의 포디엄에 올랐으며, 그의 작품은 경매에서 최고가를 경신해 왔다. 


좌) 베르나르 블리스텐(Bernard Blistène) 퐁피두센터 국립미술관 관장, photoⓒsimeunlog

우) 전시 풍경, Exhibition view <Jeff Koons, la rétrospective>, Centre Pompidou, 2014.11.26-4.27, photoⓒsimeunlog


“올해 놓쳐서는 안 될 전시” 중의 하나인 제프 쿤스의 회고전은 회화, 설치, 조각 등 100여 점의 작품이 연대기 순으로 배치되었다. 전시는 1980년대 레디메이드 작품인 <진공청소기> 연작부터 시작해서 <완전평형탱크>, <천상에서 만들어진>, <풍선>, <하트> 연작들 등으로 이어지고, <응시하는 공> 연작으로 끝난다. 퐁피두센터의 미술관 관장이자 이번 전시의 총감독이며, 제프 쿤스의 오랜 친구인 베르나르 블리스텐(Bernard Blistène)은 프레스 오프닝에서 직접 전시장을 돌며 설명한다.


“제프 쿤스는 무엇보다 미국(적인) 작가이다. <후버(Hoover, 진공청소기)> 연작은 여성들을 가사일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서 발명된 제품이다. 쿤스에게 진공청소기는 일상의 한 오브제이며, 그의 대부분의 작품은 대중문화와 연결된 일상적인 것의 표상이다. 미국인들의 상상력은 대중문화의 스타나 영웅들에 대한 환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당신이 지금 보고 있는 <마이클 잭슨>이나 <뽀빠이> 연작도 그 전형적인 예다. 쿤스는 이러한 대중문화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팝아트의 계승자이며, 마르셀 뒤샹의 장남이라 할 수 있겠다. … 쿤스는 예술을 통해 양극적인 것을 조화시키고자 한다. 예를 들어, 예술가와 장인, 컬렉터들과 일반 관람객들, 엘리트적인 것과 대중적인 것 등 이러한 양극적인 것들의 조화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는지는 이제 관람객들이 판단할 차례다.”


제프 쿤스, 미술경매 역사에 한 획

세계의 명망 있는 미술관들의 회고전이 본래의 성격을 잊고, 점점 더 미술시장의 슈퍼스타 작가들을 초대하고 있다. 루브르박물관도 2015년 초에 쿤스의 대표적인 작품 중의 하나인 <풍선>을 전시하려다가 결국은 포기했다. “자본주의 예술의 화신”인 제프 쿤스를 모든 프랑스 예술계가 두 팔 벌려 받아들인 것은 아님을 보여주며 자존심을 지킨 셈이다. 퐁피두센터에서 제프 쿤스를 전시하면서 “현대미술의 신(?)”을 모셨고, 반대로 루브르박물관은 제프 쿤스를 거부함으로써 “미술관의 날라리(?)”를 멀리했다. 프랑스다운 양의적인 방식으로 형평성을 맞추었다. 제프 쿤스는 확실히 미술경매역사에 커다란 한 획을 그었지만, 그의 이름이 미술사에도 큰 획을 그었는지는 아직은 모른다. 예전에는 현대미술사 또는 미술관이 미술경매 역사에 영향을 끼쳤는데, 이제는 그 반대로 가는 것 같다. 이대로 가면 미술경매 역사가 현대미술사가 될 것 같은 우려는 필자의 지나친 노파심이기를 바란다.



심은록(1962- ) 파리고등사회과학원 철학 및 인문과학 박사. 현 감신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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