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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베니스비엔날레를 통해 본 혼돈의 정원

구정원

올해로 120세 생일을 맞은 베니스비엔날레. 최초의 흑인 큐레이터라는 찬사와 함께 오쿠위 엔위저(Okwui Enwezor)는 ‘전 세계의 미래들(All the World’s Futures)’이라는 타이틀 안에서 비엔날레의 막을 올렸다. 올해에 두드러지는 점은 아프리카/디아스포라 작가들의 적극적인 참여도이다. 이에 대해 큐레이터의 정치적 플레이를 거론하는 목소리들도 있지만, 이는 그동안 상식 밖으로 저조했던 그들의 참여도를 반증한다고도 볼 수 있겠다. 엔위저는 파울 클레(Paul Klee)의 <새로운 천사(Angelus Novus)>를 해석한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의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을 차용하며, 이러한 시각은 지구의 역사상 최대의 몸살을 겪고 있는 지금의 전 세계와 이를 반영하는 동시대 현대미술이 다시 재고해야할 부분이며, 미래에 대한 다원적이고 창의적인 통찰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 하였다.


비엔날레의 본 전시에서 아랍 및 중동지역의 참여도는 그 여느 해보다 두드러진다. 총 열한 명의 아티스트 및 그룹이 참여하였으며 이는 지난 회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작가군을 살펴보면 이집트 근대미술의 선구자이자 마르크스주의 사회운동가 그리고 페미니스트였던 인지 에펠라토운(Inji Efflatoun,1924-89)에서부터, 요르단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기관인 다랏 알푸눈(Darat Al Funun)의 전 예술감독이며 아티스트로 활동 중인 알리아 유니스(Ala Younis), 올해의 비엔날레 상 최종 후보에 올랐던 시리아의 아티스트 아보우나다라 콜렉티브(Abounaddara Collective), 알제리 출신의 영국 디아스포라로 이미 국제무대에서 잘 알려진 아델 압데세메드(Adel Abdessemed) 그리고 최근들어 다양한 활동을 보이기 시작한 튀니지의 젊은 작가 니드할 차메크(Nidhal Chamekh)에 이르기까지 작가 선정에 있어서도 매우 폭넓고 밀도있는 연구가 반영되었음을 보여준다.


엔위저는 또한 올해에 참여한 여든아홉 개의 국가관을 ‘혼돈의 정원(Garden of Disorder)’이라는 섹션 안에서 조망하였다. 중동 및 아랍국가로는 이집트, 이란, 이라크, 이스라엘, 터키, 아랍에미리트연합국, 시리아 등이 참여하였으며, 여기에 이란과 문화적, 지리적으로 근접한 아제르바이잔까지 더하면 총 여덟 개 국이 된다. 또한 국가관 부분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여한 아르메니아관에서는 라이르 사르키시안(Hrair Sarkissian)과 같이 아르메니아 대학살 후에 이웃 중동 국가들과 유럽으로 망명한 후대의 아르메니아 디아스포라 작가들과 함께 그들의 정체성에 대한 이슈를 다루었다.


Emirates Fine Arts Society Exhibition, 1981, Image courtesy of the Emirates Fine Arts Society


각각의 국가관들은 각기 매우 다른 성향과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이중 주목할 만한 전시는 아랍에미리트 연합국의 ‘1980 to Today: Exhibitions in the United Arab Emirates’를 들고 싶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하는 본 국가관은 샤르자파운데이션의 회장인 후르 알 카시미(Sheikha Hoor Al Qasimi)가 최초의 자국인 큐레이터로 참여하여 UAE 현대미술의 어제와 오늘을 잇는 시도를 처음으로 보여주었다. “1980년은 에미레이트현대미술협회(Emirates Fine Arts Society)가 발족한 해이자 제가 태어난 해 입니다. 60년대부터 이미 작가활동들이 시작되었지만 80년에 비로소 미술인 협회를 발족하게 된 거죠. 이때부터 함께했던 작가분들은 UAE 현대미술역사의 산증인들이세요. 제가 어릴 적부터 이분들께 미술을 배우고 자랐기에 제게도 매우 중요한 분들이시죠”라며 후르 알 카시미는 수줍은 미소를 지으면서도 UAE의 미술의 역사를 다져나가겠다는 다부진 각오를 보여 주었다. 하산 샤리프(Hassan Sharif)를 비롯한 15인의 작품으로 구성된 본 전시는 1981년에 최대 개최되었던 에미레이트현대미술협회 전시의 디스플레이 형식을 재현하는참신한 시도도 보여주었다.


올해의 비엔날레는 그동안 지극히 비동시대적이었던 이 시대 현대미술의 메커니즘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눈으로 미래를 지향할수 있는, 아니 적어도 그래야 한다는 의식을 제시했다는 면에서 지극히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구정원(1975- ) 이화여대 서양화과 학사, 영국 시티대 문화예술정책대학원 미술관/박물관 큐레이팅 석사. 현 중국 상하이 두어룬 시립미술관 국제협력 큐레이터, UAE 마라야 아트센터 객원큐레이터. 베니스 아젠다15 (2015), ‘우리’-티나비 프라하현대미술페스티벌(2012-13), ‘나밧: 존재의 사유’ 상하이세계엑스포(2010)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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