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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프람 기타가와 / “도시 같은 것은 망해도 좋아”

강철

후미오 난조(南條 史生), 유코 하세가와(長谷川 祐子)와 더불어 소위 일본의 3대 디렉터라 불리는 프람 기타가와(北川 FRAM)는 한국에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이유인즉 전자 2명은 도시에서 열리는 화려한 미술제로서 많은 노출이 되는 반면, 기타가와는 정반대로 산과 바다에서 그의 모든 에너지를 쏟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 같은 것은 망해도 좋아”라는 다소 과장된 선언을 통해 그의 전시 방향과 철학을 단적으로 알 수 있다. 그는 예술을 아이와 곧잘 비유하는데, 당장 그 자체로 생산성은 없지만 아이를 통해 굳어있는 정신세계가 열리고 무수한 인간의 연결 고리가 생긴다는 속성을 간파했다. 그리고 그것이 교훈과 아이디어 차원에서 머무르지 않고, 생명의 원초적 현장인 대자연 속으로 들어가 끝없는 실험과 도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시각예술이 콘크리트에 둘러싸인 도심에서 빛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이 대자연 속으로 들어가 잘 어울려 순응하면서도 동시에 자연과 동등하고 미묘한 경쟁력을 갖춘 인공미의 번뜩함도 겸비되어야 한다. 따라서 도시에서 하는 것보다 사실 훨씬 어려운 미술 프로젝트다. 자연을 거스르는 작위적 불편함이란 찾아볼 수 없는 이 대지예술제는 3년마다 성공적인 예술 작품을 차곡차곡 누적시켜, 매회 기대 이상의 참관객을 모으고 있다. ‘세토우치(瀬戸内) 트리엔날레 2016’ 총감독을 겸업하는 그를 만나봤다.


프람 기타가와(北川 FRAM, 1946- ), 에치고츠마리(越後妻有) 대지예술제 트리엔날레 2015(7.26 - 9.13) 총감독

동경예대 졸업. 다수 전시 기획. 아트프론트갤러리 대표, 세토우치 트리엔날레 2016 총감독.


Q. 에치고츠마리의 궁극적인 목적은 예술을 통해 지역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라 했다. 2015년까지의 행사를 통해 현저하게 나타난 지역활성화의 효과는 무엇인가요?

A. 2000년에 시작하여 15년간(준비기간 포함 20년간) 무엇보다도 지역의 노인이 건강해진 것이 가장 크다. 일본의 농업 정책에 희생되어 생업에 대한 자부심을 빼앗겨 온 사람들이 예술가의 참여로 대지의 매력을 재발견한 것이다. 예술가뿐 아니라 서포터 집단 등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 속에서 자신들의 토지와 삶에 자신감을 되찾고 협동의 기쁨을 얻어 갔다. 고령화로 축제도 할 수 없던 농촌 지역에 다시 축제가 돌아왔다. 빈집과 폐교 등 지금까지 지역의 부정적인 자원이라고 생각되어 온 것이 예술의 힘에 의해 갤러리, 미술관, 식당, 숙박시설 등 긍정적인 자원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있다. 현재 ‘에치고츠마리 대지예술제’마을에서는 200개 이상의 상설 작품이 있다. 이곳의 예술 작품과 시설은 3년마다 오는 예술제 기간뿐만 아니라 일년 내내 사람들을 불러들여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Q. NPO(Non-Profit Organization)법인 에치고츠마리토야마 협동기구가 현재 트리엔날레 실행위원회를 지원하고 있는데, 지역 이외의 회원과의 협업은 어떤 방법으로 이뤄지는 건가요?

A. 에치고츠마리 대지예술제를 지역 외부에서 지원하는 단체는 ‘작은뱀’이라고 하는 서포터 집단이다. 지역 · 세대 · 장르를 초월한 사람들의 모임으로 규칙도 없고, 리더도 없는 자주적인 조직으로 이 집단은 10대에서 최고 80대까지의 폭넓은 세대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모여 있다. 회원은 유동적인 등록을 받고 있지만, 예술제 때만 협력하는 사람도 있고, 연중에 걸쳐 관여하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자유로움이 작은뱀 서포터 집단의 강점이며, 기반이 되고 있다. 2006년부터는 홍콩 대학의 학생들이 매회 참가하고, 중국과 미국 등 다양하게 참가자가 늘고 있다. 또한, 다양한 기업과 단체의 지원도 많아졌다. 특히 이번에는 IT기업들이 공식 서포터로 참여, 모금 홍보 네트워크의 확대 등에 협력해주고 있다.


Q. 운영 예산이 정부, 시정부 마을의 예산, 농림부, 건설부, 관광의 공공예산 이외에도 개인 출자금을 통해 도입된 사례가 있다. 다른 축제 예산운영과 차별화는 무엇인가요?

A. 에치고츠마리 대지예술제 예산은 3년 동안 세워져있다. 1/3은 지역자치단체(도카마치시, 쓰난정), 1/3은 국가·현의 보조금, 국내외 재단조성, 기업협찬, 개인기부, 1/3은 입장&판매 수입이다. 최초 3회, 10년간은 니가타 현과 지방자치단체와의 파트너십에 의해 운영되고 있으며 예산 대부분은 그곳에서 나왔다. 그러나 10년을 거치면서 경제적으로 자립한 운영이 요구되고, 지자체의 예산 비율은 훨씬줄었다. 앞으로 더욱 지속 가능한 운영이 요구될 것으로 생각한다. 다른 예술제와의 결정적인 차이는 입장 수입 비중이 큰 것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예술제에 오는 것이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셈이다. 일본에는 지금 1,000개 이상의 예술제가 있다고 한다. 그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나는 다른 것을 하는 것보다 예술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예술은 사람과 달리 칭찬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장르, 70억 개개인이 다르다는 것을 긍정하는 것이 예술, 그렇기 때문에 예술은 다양한 장면에서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협의의 예술에서 음식, 패션, 축제 등 생활 문화 전반에 걸친 것으로 광의의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강철(1972- ) 홍익대 예술학과 석사. 김달진미술연구소 편집연구원, 월간디자인 수석기자 역임. 현 서울포토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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