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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국외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찾는 작가 <여기가 나의 세상이다>

현수정

<여기가 나의 세상이다(This is My Map)>는 빨강, 노랑, 파랑, 초록, 보라, 각각 다른 색의 동그라미들이 지구 상의 다섯 대륙을 상징하는 한순자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전시되는 작품이 아니라 사람의 손목에서 시간을 알려주는 기능을 하는 시계이다. 30년 넘게 순수미술 작가로 매진해온 작가의 경력에서 보면 자신의 작품을 기능성을 갖춘 일상품으로 내놓는 것은 작가에게 있어 파격적인 외도라고 할 수 있다. 이 외도는 특별한 초대에서 비롯되었다. 어린이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대중적으로 많이 사랑받는 세계적인 시계 브랜드 스와치(Swatch)가 한 작가에게 러브콜을 한 것이다. 한 작가는 2013년 뉴욕 디북갤러리(Debuck Gallery, New York) 개인전에서 스와치 마케팅 감독에게 주목되어 스와치 클럽 설립 25주년을 기념하는 2,525개의 한정판 시계의 디자인을 의뢰받았다. 이번 한정품 출시는 1년에 한 차례씩 전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 중 한 명 혹은 두 명을 선정하여 작가의 작품을 스와치의 디자인과 접목하는 의미 있는 행사로 한국 작가로서 최초로 한순자가 선정된 것이다.


스와치 파리 이벤트, 파리 디자인 주간, 파리 스와치 매장, 2015, 사진: 한순자 작가


한순자가 디자인한 <여기가 나의 세상이다>의 런칭 이벤트는 9월 10일 파리를 시작으로 9월 16일 뉴욕, 10월 16일 도쿄, 그리고 11월 5일 홍콩으로 이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시행되었다. 작가는 말한다. “시계를 보며 세상 다른 지역으로 가는 꿈을 꾸게 된다. 그것은 세상에 있는 공간일 수도 있고 자기 상상하는 자신만의 세상일 수도 있다.” 이번 시계 디자인은 세계지도 위에 다른 대륙 위에 색색의 동그라미를 콜라주한 2007년 작품 <무제>와 일맥되어 있다. 시계 위에 번안된 지도의 이미지는 시간성을 통해 공간성을 전달한다. 시간과 공간의 역설적 조우는 한 작가 작품의 중심에 있는 동그라미, 원의 이미지가 평면과 입체, 영상을 자유스럽게 넘나들었던 배경을 생각하면 결코 우연한 결과가 아니다. 


<여기가 나의 세상이다(This is My Map)>, 2015


매년 세계적인 유명 작가를 자동차 디자이너로 초대하여 자사의 이미지를 순수미술을 통해 돋보이게 하듯이, 유명 작가를 스와치 디자이너로의 초대하는 행사는 디자인의 차별화, 세인의 관심을 확장하는 스와치의 판매 전략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한순자 작가의 스와치 한정판 시계 디자인에 참여를 통해 한국인으로서 해외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세계 미술계의 치열한 현장에서 어떻게 작가로서 자신의 작품 세계를 세우고 세계적인 작가로 입지를 만들어가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한순자는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1983년 파리로 이주하여 국립장식미술학교에서 수학한 후, 그곳에서 거주하는 재외 한인작가이다. 그녀는 파리, 리옹 등 프랑스뿐만 아니라 밀라노 비스마라갤러리(Vismara Gallery), 나폴리 등 유럽의 갤러리와 미술관에서 동양적이면서도 실험적인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2007년 맨하탄 플랫대학미술관에서 있었던 ‘The Optical Edge’전(로버트 모건 교수 기획)에서는 한 작가의 작품이 전시 카탈로그의 표지 작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한, 한 작가의 작품은 한국의 조현화랑, 부산비엔날레, 소마미술관, 대구미술관에서 전시되었듯이, 국내에도 활동 무대를 넓히고 있다. 국가와 문화의 울타리를 넘나들면서 주목받는 작가로 입지를 만들어가는 한 작가의 전략은 무엇일까? 90년대 초부터 유럽의 갤러리에 초대되어 아트바젤에 나가면서 미술 세계의 글로벌, 예술시장의 변화에 대해 빨리 읽었고 작가로서 두각을 나타내는 자신의 센스를 찾았다고 한다. 경쾌한 색감으로 연출된 공간의 내부와 외부, 시간을 혼합하는 능력은 다문화와 섞이면서 한국인으로 정체성을 국제적인 언어로 풀어냈다고 할 수 있다. 스와치 시계로 표현된 <여기가 나의 세상이다> 처럼 작가는 자신의 영역을 만들고 그것을 사람들과 공유한다. 



현수정(1960- ) 조선대 대학원 박사. 미주 한인 아카이브 프로젝트 책임 연구원. 팜비치 아트페어 한국특별전 큐레이션. 현 동화문화재단 프로그램 기획·큐레이터, 이탈리아 피렌체 일폰테갤러리 객원 큐레이터, 맨해튼빌대에서 아시안 미술사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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