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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후쿠다케 소이치로(베네세 홀딩스 회장) / 기업의 완성은 부의 축적, 그리고 부의 활용이다.

강철

일본의 국민배우 키키 키린(樹木希林)이 소개하는 세토우치(瀬戸内)트리엔날레2013이 한국에서 TV로 방영되었을 때 그 어떤 신문이나 잡지의 소개보다도 흥미진진했다. 방송을 촬영하기 전에 정작 이러한 축제가 일본에 있는지도 몰랐다는 그녀는 섬에 놀러 온 할머니의 심정으로 예술, 자연, 사람을 고루고루 즐긴다. 특산물을 맛보고 작가에게 서슴없이 물어보며 주민들과 허물없이 시간을 보내는데, 섬 속 작품을 만날 때마다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 대한다. 방송이 끝날 즈음 ‘예술은 역시 위대한 주인공이야’라는 뻔한 멘트는 찾아볼 수 없고, 자연 속에서 예술이 어떻게 조연 역할을 훌륭히 해내는지 배우답게 마무리한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만든 후쿠다케 소이치로(福武總一郞) 회장의 철학과 똑같다. 그러니까 최초 설계자의 의도와 최후 소비자의 감상이 놀랍도록 일치하는 것이다.


나오시마(直島)를 비롯한 세토우치의 바다가 일본의 다른 군도 또는 우리의 자연(제주도, 남도)보다 월등한 경쟁력이 있지 않다. 그런데 막상 비교해보면 다르긴 확실히 다르다. 날것 그대로에다가 약간의 아트 토핑(Art Topping)이랄까. 여성에 비유컨대, 아주 자연스러운 화장술, 한 듯 만 듯한 미세한 쌍꺼풀 수술 정도가 아닐까. 만신창이가 된 성형 얼굴이나 체념으로 긴 세월 방치된 민낯이 아니고. 세련된 예술 섬으로 점점 유명해진 나오시마를 보기 위해 유럽과 미국에서도 찾아온다. 올해는 트리엔날레가 있어서 더 몰릴 것이다. 직접 만나본 후쿠다케 소이치로 회장은 허세도 겸손도 없어 보였다. 있는 것은 있는 대로, 없는 것은 없는 대로 말하는 자연스러움. 그의 말 속에 이미 그의 철학이 드러나 보인다.


후쿠다케 소이치로(福武總一郞) 

베네세 홀딩스(Benesse Holdings) 회장


Q. 선친 후쿠다케 테츠히고(福武哲彦) 대표가 1980년대 중반 어린이들을 위한 캠프장 건설 계획을 세운 것이, ‘레저’ 콘셉트에서 ‘아트’라는 콘셉트로 전환 또는 확장되었다. 계기가 있었는가?

A. 장기적 관점에서 예술이 가장 중요했다. 왜냐하면, 지금 현대사회는 거대도시 중심으로 돌아가는데, 도시는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완벽히 격리된 채 단지 자신들의 욕망을 부추기며 자극하는 공포스러운 장소가 되어버렸다. 쉽게 말해 미쳤다. 글로써 강한 비판을 하고 싶으나 이는 어렵고 시간이 걸리는데 그런데 시각현대 예술은 단번에 전달한다. 현대 사회의 모순과 과제를 한눈에 해결하는 수단이다. 그래서 나는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가장 좋아한다. 예술가의 힘을 빌려 비판적 메시지를 전달하고자한다. 현대사회를 비판할 수 있는 미디어는 현대미술이 적격이라 생각한다.


Q. 엔터테인먼트 콘셉트로 테마파크를 만들듯, 파인 아트 콘셉트로 테마파크를 만든 것이 아닌가. 수장고에 미술품을 모으는 기존 미술관 방식이 아닌, 섬 곳곳 야외에 미술현장을 누적시키는 방식은 확실히 차별성이 있다.

A. 테마파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주 유명한 관광지처럼 되고 싶지 않다. 너무 많은 사람이 오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지금이 적당하다(연간 약 100만 명). 그래서 지금도 입장제한을 하고 있다. 다른 부자들이나 다른 미술관들이 어떻게 컬렉션하는지 잘 모른다. 솔직히 나는 외국 사례를 전혀 참조하지 않는다. 나는 내 할일을 할 뿐이다.


Q. 세토우치 트리엔날레의 특징은 예술가와 주민의 공동 작업이 완성도가 높다. 이는 시각예술 창작이 소수의 특권이 아니라 인간의 보편언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인가.

A. 2,000회가 넘는 주민 설명회가 있었다. 긴 설득 과정이 있었다. 이곳은 처음 아무도 방문하지 않는 섬, 산업 폐해가 큰 섬이었기 때문에, 섬 주민과 외지인이 처음부터 기분 좋게 만나게 하고 싶었다. 주민과 예술가의 커뮤니케이션은 철저히 디렉터의 몫이다. 나는 방향성과 자본을 책임진다.


Q. 경제는 문화에 종속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공익자본주의’를 몸소 실천한다. 현재까지 1,000억 엔 정도 투자했고, 투자금을 회수했다는 보도가 사실인가.

A. 1,000억 엔까지는 아닐 것이다. 처음에 상장사가 아니어서 바로 시작할 수 있었다. 상장하고 나서 캐피탈사에 있었기 때문에 사비로 충당했다. 당연한 얘기인데, 기업의 활동 목적은 부의 축적 그리고 부의 활용이다. 기업 경영에는 당연히 ‘지역 진흥’, ‘문화 진흥’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지금 회사가 커지고 잘되어서 그런 게 아니라 나는 초창기부터 주식 일부를 재단에 꾸준히 기부했다. 이제는 나오시마 예술섬도 수익을 거두고 있다. 1995년 ‘후쿠다케 출판사’에서 ‘베네세(Benesse)’로 회사 이름을 바꾸었는데, 베네세는 라틴어로 잘(Bene) 산다(esse)라는 의미다.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 세토우치트리엔날레2016 setouchi-artfest.jp

나오시마, 데시마, 이누지마를 비롯한 세토우치의 여러 섬에서 전개되는 현대 미술 제전. 2016년도 일정은 봄(3.20-4.17), 여름(7.18-9.4), 가을(10.8-11.6) 총 108일.



강철(1972- ) 홍익대 예술학과 석사. 김달진미술연구소 편집연구원, 월간디자인 수석기자 역임. 현 서울포토 디렉터, 『사진연감』,『KREATIVE』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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