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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알레한드로 카스테요테 / 1명에서 70만까지, 포토에스파냐의 나비효과

강철

여름에 마감한 제13회 포토에스파냐(6.9 - 7.25) 주최 측은 다녀간 관람객이 708,000명이라 공식 발표했다. 작년보다 15,000명이 늘었다고한다. 35개국의 977명의 취재진이 왔다갔으며 7,000여 명이 축제 기간 동안 워크숍, 컨퍼런스 등 공식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올해 최고의성과는 신진작가를 발굴하는 포트폴리오 리뷰에서 1,851명이 지원했다는 점이다. 이는 작년 숫자에 비해 60% 증가했을 뿐 아니라, 외국인 지원이 스페인 자국인을 처음 추월했다. 국제행사의 명분이 제대로 만들어진 셈이다. 보면 볼수록 거대하고 대단하게 보이는 이 행사는 알고 보면 큐레이터 한명의 열정과 인내로 시작되었다. 그는 얼마 전 대구사진비엔날레를 방문한 알레한드로 카스테요테(Alejandro Castellote)이다.



포토에스파냐가 한국에 덜 알려진 이유

2006년 스페인 마드리드 티센미술관의 한국 대표 작가 배병우 초청전을 계기로 포토에스파냐는 국내에 조금씩 알려지게 되었다. 하지만 국내에 소개되었던 포토에스파냐는 행사 자체보다 작가 개인에게, 심층 보도보다 단신 뉴스로 소개되어 국내에서 아직도 익숙하지 않다. 한국으로 전래되는 외래 문화는 주로 그 나라에서 체류했던 유학생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전파되는 편이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스페인의 예술 세계를 장기 유학 코스보다 단기 관광 코스로 선택하기 때문에 우리는 스페인을 제대로 알기 힘든 실정이다. 자라·망고·캠퍼·데시구알 등의 스페인 패션 돌풍이 말해주듯, 내전과 독재에 억눌렀던 ‘끼’가 꽃피는 것 같다. 포토에스파냐도 그러한 맥락 중 하나이지 않을까.


포토에스파냐를 창립한 알레한드로 카스테요테는 1982년에 큐레이터를 시작했다. 그는 프랑스의 아를사진축제와 같은 국제적인 행사가 필요함을 이미 인식했다고 한다. 바르셀로나에서 몇 번의 사진 페스티벌기획을 거쳐, 마드리드로 옮겨 1998년에 포토에스파냐를 시작한다. 지금은 거대한 주관사가 되어버린 라 파브리카(La Fabrica)출판사와 같이 시작했다. 큐레이터 한명과 출판사 직원 몇 명의 전화와 방문으로 ‘역사’는 시작된 것이다.


공공 미술관과 상업 갤러리의 팀플레이 

포토에스파냐의 구성은 크게 마드리드 시내의 미술관, 아트센터, 기업 재단의 전시장, 왕립 식물원 등이 참여하는 공식 전시(Official Section)와 마드리드 상업 갤러리들이 참여하는 비공식 전시(Off Festival)로 나뉜다. 전자의 특징은 주로 예술사적으로 검증된 작가의 회고전이나 오래된 다큐멘터리 사진전을 대규모로 여는 것이고, 후자의 특징은 한창 활동하는 컨템퍼러리 작가의 작품을 갤러리공간에서 전시와 판매를 병행한다는 데 있다. 축제의 주인공은 당연히 대규모인 공식 전시로 전 세계 언론의 이슈가 된다. 하지만 공식 전시는 큰 공간에 비해 작은 크기의 흑백 사진이 많은 반면, 갤러리가 주도하는 비공식 전시는 생존 작가의 초대형 작품이 많아 지도를 펴고 흥미로운 갤러리들을 찾아가는 재미도 만만치않다. 이 두 가지 섹션 외에도 각 대륙과 국가문화원 등이 참여하는 기타섹션이 있는데, 주로 자국작가를 소개한다.


포토에스파냐의 가장 큰 의의는 미술관의 역할인 ‘과거 중심의 비상업적 사진전’과 화랑의 역할인 ‘현재 중심의 상업적 사진전’을 멋지게 결합해 세련되게 구성했다는 것이다. 마드리드 시를 앞세워 가시적 통일감을 돋보이게 하고, 행사 전체가 유기적으로 느껴지는데, 이는 마드리드 시는 물론 기업체·미술관·갤러리·재단·왕실·각국문화원 등의 전방위적인 협업이 가능해서 일 것이다. 포토에스파냐는 마드리드에서 출발했지만 옛 스페인 왕국을 꿈꾸며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이미 포르투갈 리스본은 동시에 행사를 진행하고, 포트폴리오 리뷰는 인기가 있어 남미로 해마다 확장중이다. 이왕 마드리드를 방문할 계획이면 6-7월에 기회를 노려보는 것은 어떨까. 멋진 도시와 거장의 작품을 구경할 수도 있다(대부분 무료 관람). 더불어 마드리드에는 피카소의 <게르니카>와 벨라스케스의 <시녀들>도 있다. 50유로짜리 호텔과 할인항공권에 대한 각오가 되어있다면 포토에스파냐는 명품 추억이 될 것이다.



강철(1972- ) 홍익대 예술학과 석사. 김달진미술연구소 편집연구원, 월간디자인 수석기자 역임. 현 서울포토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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