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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제주 미술계를 살펴보다: 제주 한 달 살기

김달진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 전시전경, 포도뮤지엄, 사진: 김달진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생활과 늘 긴장이 가득한 업무환경은 누구나 피곤하고 지치는 일이다. 2018년 10월 말부터 유튜브 방송을 시작했는데 최근 2년 사이에는 다양한 미술계 소식을 전하는데 마음이 앞서 일주일에 영상을 10건 가까이 업로드 하는 등 스스로의 업무를 조절하지 못하는 날을 보냈다. 경로 우대 교통카드를 발급받은 나이에 매일 9시 이후에 퇴근하는 일상은 피곤하고 지치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건강을 해치겠다는 위기의식을 느껴 지난 1월 9일 박물관미술관 발전 유공 대통령 표창을 받은 후 상금은 없었지만 호기롭게 수상소감에 밝힌 대로 제주도 한 달 살기를 떠났다. 사람을 바꿀 수 없다면 환경을 바꾸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항상 부럽게만 바라보았던 회복과 재충전의 시간을 얻고자 하는 나 자신을 위한 큰 결단이었다.
별도의 차량 렌탈 없이 숙소에서 1시간 간격으로 오가는 제주 시내버스를 이용하며 느리고 천천히 흘러가는 일상을 누리고자 했다.

아르브뤼미술관은 서귀포 고근산 자락에 있으며 정신장애인이 제작한 작품을 위한 전용 전시공간이다.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대학원장을 역임한 김통원 교수는 43,000㎡(13,000여 평)의 부지에 먼저 소규모 전시공간과 부속건물을 두고 미술관 신축을 서두르고 있다. 한라산 원시림을 그대로 살린 공간에서 정신장애인의 치유와 쉼은 물론 창작 의지를 북돋우고, 그들의 작품을 하나의 미술장르로 자리매김하는 길을 열어주고자 예술농장 형태로 운영된다. 서귀포 포도뮤지엄의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2022.7.5-2023.7.3)’전은 디아스포라와 다양한 층위의 소수자가 처한 소외와 어려움에 공감하고 진정한 공존과 포용의 의미를 모색한 전시로 그 가운데 스위스 작가 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 1964- )의 작품이 관람객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소암기념관에서 열린 ‘소정 변관식, 몽유강산’은 소암 현중화와 2인전으로 2월 4일 손철주의 인문학 강의 ‘행락의 풍속을 찾아서’는 청중의 갈채를 받았다. 개관 10년을 맞이한 왈종미술관은 미술작품도 생활 속에서 소비되어야 한다는 철학 아래 개발된 200여 종의 아트상품을 살펴볼 수 있었다.

제주 한림읍 월림리에 새로이 자리잡은 유동룡미술관은 개관전 ‘바람의 건축가, 이타미 준’을 사전예약제와 입장료 32,000원으로 차별화된 운영을 시도하고 있다. 저지예술인마을과 가까운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이 별도 조직에서 제주도립미술관 산하로 직제 개편되었고 지난해 연말에 김창호 씨가 관장으로 선임되었다. ‘시선’, ‘조우’ 두 전시회를 관람할 수 있었다. 또, 인근에 작년 5월에 개관한 월림공간-올드보이는 수십 년간 국내 만화가의 작품을 수집해 온 전 제주도청 건설과장이자, 제주현대미술관장을 역임한 김창우 씨가 퇴임 후 조성한 공간으로 멋진 게스트 하우스와 전시공간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해변의 둘레길, 제주오름, 한라산의 자연휴양림, 관광지를 돌아보았지만, 이번 기간에 제주의 전시공간과, 작가 아틀리에 방문으로 22개의 유튜브 영상을 올렸다. 미처 다 언급치 못한 김택화미술관, 아라리오뮤지엄, 이중섭미술관, 김영갑갤러리두모악, 서귀포천문과학문화관, 강요배아틀리에, 채기선 삼달갤러리, 정형준 담스튜디오갤러리, 백광익, 유종욱, 허윤희 작가도 만났다. 아트페스타제주를 참관하였고, 서울로 돌아오기 직전에는 뉴제주일보와 인터뷰(「무너진 서울과 거리적 제약 문화-관광 연계성 높여야」, 뉴제주일보, 2.20)를 하였다. 휴식을 위해 떠났지만 매일 오전에는 헬스장을 다니고, 주일에는 예배에 참석하는 평생을 반복해온 일상을 아주 끊어내기란 어려웠다. 1달을 채 못 채운 27일간, 서울보다 높은 기온, 밖에 나서면 이어지는 자연과 맑은 공기, 숲길에서 마주쳤던 토끼, 제주도민은 아니지만 짧은 기간이나마 제주에서 누린 다양한 미술 경험으로 즐겁고 행복했다. 서울에 올라와서도 3월 8일 인사동 제주갤러리에서 열린 ‘22 제주작가 레지던시 제2아뜰리에 결과보고전’(3.8-3.27)에 참석하여 축사를 남겼다. 이러한 경험이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제주와의 좋은 인연으로 오래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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