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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미술, 어디에 담을 것인가

전윤수

콘텐츠 제공 | 전윤수 더프리포트 대표 thefreeport.com





더프리포트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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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누군가 내 근황을 물으면 나는 “수장고다운 수장고를 만들고 있습니다.”라고 답한다. 그러면 미술품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것은 나의 꿈이기도 했습니다.”라며 함께 기뻐해 준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그만큼 미술 업계에는 홍콩이나 유럽의 미술 선진국처럼 우리도 제대로 된 수장고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는 우리나라 미술산업 종사자 모두의 숙원과도 같은 것이었다. 특히 고(故) 이건희 회장의 미술품 23,000점이 세상에 나온 세기의 기증 이후 미술품의 가치를 보존하는 수장고와 핸들링 역량이 미술시장을 넘어 대중적으로 공감하는 화두로 떠올랐다. 선구자의 컬렉션과 유족들의 대승적인 결단이 미술시장을 밝히는 건강한 불씨로 후대에 전해진 셈이다.

내가 수장고를 만들기로 결심한 것도 그 즈음이었다. 나는 위태로운 미술품을 섬세하게 만지고 지켜내는 일에 온 신경을 집중하며 살아왔다. 30년. 내가 아시아 고미술품의 발굴과 연구에 쏟은 이 세월은 한 인간의 삶에서 결코 짧다고 할 수 없는 시간이지만 그럼에도 나는 미술품 앞에서 겸손한 태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오랜 과거로부터 가치를 지켜온 미술품에 비하면 나의 세월은 찰나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높은 산을 오를수록 산에 대한 경외감이 커지듯 나 역시 미술품에 대해 알면 알수록 존경심은 깊어지고 나아가 예술적 가치를 지켜내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끼곤 했다.

귀한 것에는 귀한 과정이 담겨 있다. 위대한 작품 하나하나에 작가의 고뇌, 희로애락 그리고 고결한 가치관이 담겨 있는 것처럼 오랜 시간 잘 보존된 작품에는 전문가의 열정과 현실적인 어려움에 타협하지 않는 고집이 담겨 있다. 그리고 나는 미술품을 보존하는 수장고와 미술품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아트 핸들링의 기준을 새롭게 쓰는 것이 내가 후대에 전해줄 수 있는 가치 있는 예술이자 기술이라 믿었다. 기쁘게도 최근 몇 년 동안 한국 대중의 미술에 대한 이해와 수준이 크게 향상되었고, 미술품을 감상하고 전시하는 것뿐만 아니라 보존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점차 자리 잡고 있다. 덕분에 아주 큰 응원과 지지를 받으며 수장고를 만들 수 있었다.

미술, 어디에 담을 것인가? 이제 나 그리고 나와 함께하는 구성원들이 수장고를 환영하는 수많은 이들의 호응에 보답할 차례다. 우리가 수장고다운 수장고를 만들고 모범이자 기준이 되리라. 그로 인해 대한민국의 갤러리와 기업, 개인 컬렉터까지 모두 망설임 없이 미술품을 위해서는 최고의 조건과 환경이 필요하다고 답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미술품이란 그 가치를 존중하고 지키고자 하는 이들이 있을 때 영원할 수 있으므로. 그리하여 미술품은 그 가치에 걸맞게 보관하고 다루어야 한다는 강력한 공감을 보편타당한 기준으로 만들고 싶다. 나와 함께 수장고를 만들어가는 모든 구성원의 사명은 오직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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