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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뮤지엄 상업화와 명암: 브랜딩과 라이선싱

KAAAI 이명선

뮤지엄*의 적자경영이 한계에 이르고 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은 2021년 760만 달러, 2022년 56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고 93명의 직원을 조기 퇴직시킨 데 이어 181명을 해고했다. 구겐하임뮤지엄도 직원의 11%를 구조조정 했으며, 피렌체 우피치는 인력 부족으로 공휴일에 문을 닫았다.


뮤지엄의 수익구조와 한계
뮤지엄은 갤러리와 달리 비영리기관이다. 다만 비영리기관이라고 해서 수익사업이 불가능한 것은 아닌데, 기관의 설립목적에 반하지 않으면서 시행사업에 드는 비용을 충당하는 수익활동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뮤지엄의 수익구조는 기본적으로 입장료, 출판물 판매, 교육체험비, 소장품 및 공간 대여, 부대시설 수익, 멤버십 및 스폰서십 운영, 재단예산, 정부지원금 등으로 구성된다.

입장료 인상(Ticketflation)은 기본 수익 구조에서 뮤지엄이 꺼낼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카드다. 난관에 처한 기관들은 일제히 입장료를 올렸다. 공적 기관이라는 점과 SNS 마케팅, 극장 티켓 가격과의 가성비 경쟁 등으로 인해 장기간 동결했지만 더 이상의 현상유지가 불가능했던 탓이다. 우피치는 2018년, 2023년 두 차례 입장료 인상을 단행했고, 로마 판테온은 무료 정책을 폐지하고 5유로의 입장료를 부과했다. 2022년 7월 메트로폴리탄뮤지엄의 입장료 인상을 선두로 뉴욕과 인근 뮤지엄의 평균 입장료는 25달러에서 30달러로 20%가 상승했다. 그러나 입장료 인상만으로는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 뮤지엄들은 최근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뮤지엄 상업화의 심화 - 브랜딩과 라이선싱
브랜딩은 뮤지엄의 정체성 확립과 관련된 일련의 행위를, 라이선싱은 뮤지엄의 상표권 또는 저작권 등에 대한 사용 허가를 뜻한다. 브랜딩(Branding)과 라이선싱(Licensing)을 동시에 할 수도 있다.

대표적으로 세계 각지에 분관을 설립해 브랜드 로열티를 받는 구겐하임, 루브르, 퐁피두는 뮤지엄의 이름을 프랜차이징하는 것과 동시에 소장품을 대여하거나 과거 전시를 수출하여 영역을 확장하는 브랜딩 전략을 취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라이선싱의 케이스는 패션업계와 파트너를 맺어 제휴상품을 출시하거나 뮤지엄 이름으로 패션 브랜드를 런칭한 메트로폴리탄뮤지엄과 브루클린뮤지엄이 있다.

상기한 전략에는 확실한 장점이 있다. 대형 박물관이나 정체성이 확실한 미술관은 이를 적절히 활용하여 최근의 재정적 어려움을 타개할 수단으로 사용할 만하다. 성공적인 브랜딩, 라이선싱은 재정을 충당해 뮤지엄이 추구하는 경영철학과 전시 방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이 전략은 양날의 검이기도 한데, 브랜드 프랜차이징은 어느 뮤지엄에 가더라도 그 철학이 유지되어야 효과가 있지만, 실제로 루브르 파리와 루브르 아부다비는 서로 다르게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파트너십의 경우 패션 산업의 특성상 유행에 주기가 있어 성장기를 거쳐 절정에 이르면 사라지는 특성이 있는 데 반해, 예술의 진정한 의미는 시간이 얼마나 흐르든 간에 인류사적 가치를 잃지 않는 데 있기 때문에 이 둘의 결합은 상호 위험부담을 안고 있다.


극복 방안: 뮤지엄의 본질을 지키는 변화
뮤지엄은 국가별 정부의 간섭의 차이와 상관없이 ICOM의 정의에 따라 기본적으로 공공성을 띠는 기관이다. 이로 인해 일반 기업과 달리 영리활동에 제약이 따르고 흑자운영이 쉽지 않기에, 위기에 봉착한 각국의 뮤지엄은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새롭게 떠오르는 마케팅 방식은 이전과는 다른 뮤지엄의 행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뮤지엄의 운영 방식에 혁신을 꾀하는 것이 뮤지엄의 본질을 해치지 않도록 주의하며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미술시장이 일반 시장과 다른 이유 중 하나가 작품에 상품과 다른 가치를 부여한다는 점임에도 불구하고, 상품과 같은 가치를 부여하는 순간 작품의 가격과 가치는 상품의 기준과 다를 바 없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현대미술이 자본과 결탁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현실에서도 예술가들이 진정한 가치를 모색하듯이, 뮤지엄의 상업화는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전시를 보는 나’를 인증하는 샷이 유행하고 어떤 작품이 고급사치품이 된다고 해서 ‘뮤지엄’이 ‘팝업스토어’가 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워낙 모든 가치가 돈으로 결정되는 시대라 하지만 말이다.


* 박물관과 미술관을 아울러 표기하는 용어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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