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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멘토 디렉터 정의 10분이면 돼, 즐기며 배우는 미술이야기- 예술여행-나오시마 아트 프로젝트

정영숙

미술멘토 디렉터 정의 10분이면 돼, 즐기며 배우는 미술이야기


예술여행-나오시마 아트 프로젝트


 휴가는 여행이다. 방콕(!)으로떠나는 여행에서부터 먼 거리의 여행이 있는가 하면, 상상의 여행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와유(臥遊)를 즐겼던 조선 선비들은명승이나 고적을 그린 그림을 누워서 유람하는 풍류가 있었다. 한편으로 갤러리에서, 시원한 폭포소리를 들으면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바닷가에서 서핑을 하는 사람들을 작품으로 감상하는 것 즉 걸으며즐기는 사유()도 있을 법하다. 그렇다 하더라도여행의 기본은 떠나는 것, 예술과 여행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곳이라면 최적의 예술여행이 된다.

 큰 도시에서는 예술을 접할 기회가 많다. 서울이 그렇고, 뉴욕, 런던, 베를린등등.. 그런데 도시와 멀리 떨어진 농어촌, 오지, 그리고 섬에서 뜻밖의 예술여행을 경험하는 경우가 최근 확대되고 있다. 그중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나오시마 아트프로젝트가 있다. 나오시마는 일본 내해에 위치하며 세토나이 연안의크고 작은 27개의 군도로 이루어진 작은 섬이다. 섬으로서는최초로 친환경도시 조성계획인 '에코타운(Eco-Towm)으로승인 받았다. 출판, 교육사업 그룹인 '베네세'의 창업자인 후쿠타케 데쓰히코 회장이 첫 단계로 1989년 국제 어린이캠프장을 설치하였고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에게 의뢰하여 '베네세하우스', '베네세 미술관','지중미술관', 2010 '이우환미술관'에 이르기까지 나오시마에서만 볼 수 있는 미술관, 작품을 설치하였고, 베네세 그룹의 2대에 걸쳐 헌신이 이어지며, 비어 있던 복조 민가나 신사를 구입하여 '아트하우스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확장하여 섬 전체를 '아트 아일랜드(Art Island)로 구축해오고 있다. 이곳은 차량(렌터카)이용과 버스, 그리고자전거를 이용해서 섬 전체 돌아볼 수 있다.

 

베네세는 예술이다, 베네세 하우스에서 베네세 뮤지엄으로

 

 베네세 하우스는 호텔이 아니다. 예술이 숨쉬는 자연 미술관이다. 바닷가 방향으로만 룸이 있고 절제된 건축, 실내 인테리어,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통로의 빛이 호텔과 미술관의 경계를 넘나들게 한다. 조용한바닷가 방파제에는 야요이 쿠사마의 노란 호박 조형물이 랜드마크로 설치되어 있고, 기슭과 산책로에 설치된경쾌한 색상의 프랑스 조각가 니키 드 생팔의 조형물들, 네델란드 작가 카렐 아펠의 원색 동물형상 조각들, 잔잔한 분수앞에서 바람결로 흔들리는 모빌조형물이 있다. 파크 라운지에서스파, 아트 샵으로 이어지는 통로에도, 투숙객의 차를 마시는공간에도 예술작품이 공간과 조화롭게 설치되어 있다. 통 유리 너머로 바다가 보이는 레스토랑에서 아침식사를 할 때도 벽면에 채색한 작품과 테이블 위의 커피잔에서까지 예술을 느끼게 한다. 각 객실마다 다른작품이 설치되어 한 번의 숙박으로는 미술품을 다 볼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 다행히 베네세하우스 아트사이트나오시마 옥외 작품들을 해안가를 따라 산책하며 감상하는 즐거움도 있다. <George Rickey>,<Kazuo Katase>, < Walter De Maria> 등 우수한 작가의 작품이 적절하게 자연경관과 조화롭게설치되어 있다.

 베네세 뮤지엄은 언덕 위의 미술품 별장이다. 입구의 자코메티 조각에서이곳에 소장된 작품 들이 예사롭지 않음을 예고 한다. 리차드 롱, 데이비드호크니, 앤디 워홀, 브루스 나우먼의 작품 등 컨템퍼터리아트의 진수가 펼쳐진다. 5m가 넘는 한 쪽 벽면에는 세계 각국의 국기를 색색 모래로 형상화한 평면작품이 있는데 중간에 설치된 몇 개의 모니터를 통해 각 국기를 연결하는 유리관으로 개미가 이동하며 조금씩 조금씩 작품이 변화는 과정을 확인하는재미도 있다. 건물 밖으로 일본 사진작가의 미니멀 한 작품이 걸려 있고 아트 샵 밖에는 조각 작품이전망 좋은 공간에서의 휴식을 부드럽게 연결한다. 미술관 테라스에서 바라 본 바다는 넓고 잔잔하다. 가장 가까운 해안가에 노란 배 한 척이 놓여 있다. 아차, 미술관 안에서 감상한 작품의 연장인가? Jennifer Bartlett의바닷가 그림 앞에 놓여진 배 한 척과 동일한 형상이다. 평면과 조각을 넘나드는 작가의 작품세계는 베네세뮤지엄, 저 아래의 해안가까지 확장되어 있다.     

 

땅속으로 들어가는 길, 지중미술관의 감동은 시작된다 

 

 안도 다다오 건축 특성이 유감없이 발휘된 세계에서 유일한 땅속에 있는 미술관,이곳은 자연과 작품이 하나이며 관람객도 하나가 되는 지중(地中)미술관이다. 입장권을 구입하고 미술관 입구까지 도보로 10여분을 걷는 길 숲에는작은 웅덩이를 연못으로 꾸며 수련이 피어나고 주변에는 다양한 종류의 꽃과 식물이 꾸민 듯 그렇지 안은 듯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소담한 꽃 길을 따라 걸으며 땅 속의 미술관이 더욱 궁금해진다. 언덕길을걷다가 숲길의 작은 통로에 진입하는 첫 걸음이 미술관의 시작이다. 노출 콘크리트의 매끄러운 벽면이 이어지는길은 나선형으로 연결되어 2층 높이의 공간으로 들어간다. 첫번째 공간은 2cm 크기의 하얀 대리석 70만개가 촘촘히밝힌 바닥과 벽면, 그리고 천정으로 이어진 곳에 클로드 모네 (Claude Monet), 의대형 수련 그림이 중앙에 걸려 있다. 파스텔 톤으로 흐트러지게 핀 수련의 움직임을 표현하여 아름답고몽환적이다. 5점의 작품으로 걸린 모네 컬렉션은 밀도 있는 공간의 섬세함을 드러낸다. 관람객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곳에는 빛과 어둠의 세계적인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openField’가 설치된 공간이며 한 번 입장객이 15명 미만으로 제한된다. 영화관에 들어갈 때처럼 어두운 공간에서 서서히 빛을 통해 작품을 인식하게 된다. 정면에 사각의 형광색 파란 빛이 보일 뿐, 특별하게 조형물이나 평면이설치되어 있지 않고, 커다란 벽면과 면과 면 사이의 구조물에 빛이 투사된다. 바닥은 조금 경사지게 내려가는 느낌을 받고 몇 발 자국 걸은 다음 어느 지점에 멈춰야 한다. 눈 앞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거리감도 없어 막막할 따름이다. 작은빛으로만 인식하는 공간에서 묘한 기분을 경험하는 것, 이처럼 낯 선 작품으로만 체험할 수 있는 매력이다. 월터 드 마리 (Walter De Maria)‘TIME timeless notime’등 최적의 공간으로 작품이 놓이거나 혹은 설치되어 때로는 숙연하게, 때로는 아름답게보여진다. 카페테리아에서 샌드위치와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안테나의 설치 불량으로 세상 밖의 소식이끊어진 듯한 고요한 즐거움에 빠져든다. 절제된 건축물과 최소한의 형상 그리고 자연과 연결되는 작품들은잡다한 생각을 내려놓게 한다. 소낙비가 내린 후의 청량감이 발걸음까지 가볍게 한다.

 

그곳에서만 있었네, 이우환 작품이

 

 비워진 마음으로 찾아간 곳은 이우환미술관이다. 겉으로 보기엔 해안골짜기에 오벨리스트크처럼 생긴 아주 긴 기둥이 먼저 눈에 띄고 철판과 돌이 조응하는 작품이 놓여져 있을 뿐이다.외관상 미술관 건물은 가로로 긴 벽면만이 몇 겹 보일 뿐 철저하게 가려져 있다. 지중미술관처럼작은 통로로 들어가면 점점 숨겨진 공간이 드러난다. 나오시마에서 만 볼 수 있는 이우환 작품이 이곳에있다. 안도 다다오는 작가와 오랜 의견를 나누며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이우환 작품을 설치할 수 있는공간을 만들었다. 장년의 정원사가 야외 설치 작품 주변의 잔디를 다듬으면서 작품설명을 해주었다. 나오시마 주민으로서 은퇴 후 지역을 위해 봉사를 하는 분이다.  

 

주민밀착형 예술프로젝트, 골목길은 삶과 예술이 공존하고...

 

 나오시마의 정취를 즐기며 골목길을 걷는 길목에서 만나는 뜻밖의 작품들은 이에()프로젝트를통해 즐길 수 있다. 빈 가옥과 산사로 이어지며 섬 주변을 꼼꼼하게 들여다 보는 기회이다. 에도시대부터 제사를 지낸 온 산사에는 건축가 스기모토 히로시가 설계한 지하와 지상으로 연결된 얼름계단이 특징이다. 마치 얼음처럼 보여지는 계단은 에폭시라는 열경화성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 바다가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위치한 산사의 참배당에 설치된 작품으로 이웃동네 사람뿐만 아니라 외지 사람들까지도 관람하는 명소가 되어 가고 있다. 산사에서 5분 정도 내려가면 골목길 중간 중간에서 본격적으로 빈집의 아트하우스를 보게 된다. 하지만 벽화 그리고 몇 개의 조형물 설치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설치된 집 집마다 특성을 가미한 개념적인 작품들을 설치한 아트하우스는 각각의 미술관처럼 보여졌다. 놀라운 일이다. 그만큼 작가들 선정에서부터 설치과정 등등까지 전문성을강조하였다는 것이고 공간과의 최적의 설치를 고려하였다는 흔적이다. 흔하디 흔한 시골 섬 마을의 미술프로젝트로생각하면 오산이다. 일본에서도 인구 8000명 정도 불과한섬 마을에 세계적인 작가를 섭외하여 작품을 설치한 것이 인상적이다. 그 중 메이지 시대부터 제염업(소금)을 하며 생활을 해왔던 이시바시씨의 집에는 전통과 문화를 중시하여센쥬 히로시가 만든 담백한 먹으로만 그린 폭포 이미지의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고양이 카페에서 팥빙수로더위를 식히고 작은 식당에서 우동 한 그릇을 먹으며 몇 시간 동안 아트하우스와 소규모 갤러리, 입욕이가능한 공중목욕탕 안팎의 아이러브 유프로젝트 탐방도 색다른경험이 된다. 시원한 아사이 맥주로 갈증을 해소하며 골목길을 또 걷는다.       

 

 여행잡지 <Traveler>꼭 가보아야 하는 세계 7대 명소란에나오시마가 있다. 그곳에서 구석 구석을 탐방하며 예술품을 감상해보니 결코 단순한 여행잡지의 광고만은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에코타운의 힐링! 아트샤워를 즐겼다. 나오시마 주변의 6개 섬을 연결한 세토우치국제예술제가 내년 봄, 여름, 가을에 개최된다는 소식이다. 벌써부터 내년 휴가계획의 우선 순위로체크해본다. 산업 폐기물로 황폐한 섬이자 젊은 사람들이 떠나 버린 섬이 활기를 되찾은 것은 후쿠다케소이치로의 경제는 문화의 시녀다라는 신념을 바탕으로 지역주민의적극적인 동참이 이룩한 상생의 결과이다. 예술의 힘이다. 여행을통한 진정한 휴식, 그리고 문화적, 예술적 정취를 부드럽게섭취하고 싶다면 나오시마로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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