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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 예술가의 흔적, 터키· 태국· 한국의 현대도예가를 만나다

정영숙

갤러리세인 초대 

노마드 예술가의 흔적, 터키· 태국· 한국의 현대도예가를 만나다


정영숙(문화예술학박사, 경희대학교 겸임교수, 갤러리세인 대표)

 

갤러리세인에서 초대한 작가는 터키의 Veysel Özel 작가, Refa Emrali작가, 태국의 Thatree Muangkaew작가, 그리고 한국 출신으로 터키와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김용문 작가이다. 이들 작가들은 2014년 7월 세계막사발미술관 레지던시 워크숍에 참여하였고, 전시작품은 기존작품과 한 달간 워크숍에서 완성된 작품들이다. 국내 갤러리에서 초대받아 첫 발표된 터키와 태국작가의 현대도자 작품들은 조형 감각이 뛰어났다. 이번 전시는 국내 도예전문가와 작가들에게 해외의 작가를 소개하는 창구 역할을 하였고, 해외 작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국내작가들의 해외활동을 촉진하는 기회가 되었고, 관람객에게는 쉽게 감상하기 어려운 해외작가 작품들을 감상하는 시간이 되었다.     


Veysel Özel 

Veysel  Özel은 터키 Afyon에서 작업하고, Afyon Kocatepe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다. 그는 차문화에 집중하며 특히 터키에서 사용하는 단룩(çay danlık)에 주목한다. 국내에서는 다관(茶罐, 찻주전자)으로 명칭한다. 차의 기원은 고대 중국과 고대 인도에서 시작되었다는 유래가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신라시대, 일본은 8세기 후반, 티베트는 7세기경, 유럽에서는 17세기에 네델란드의 동인도회사를 통해 차가 전파되기 시작했다. 터키는 1970년대 이후에 차가 대량생산되기 시작하여 거의 국내용으로 소비된다. 터키식 홍차를 차이(çay)라고 하는데 터키인들은 잠시도 차이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 터키인들은 차이를 끓일 때 꼭 차이 단룩으로 끓인다. 


Veysel  Özel은 단룩으로 인류의 역사와 동시대의 문화를 표현한다. 단룩의 기본 형태인 손잡이, 수구, 뚜껑은 몸통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기능이상의 조형적 구성에 중요한 요소이다. 표면의 질감은 마치 고대토기를 보는 듯 색감이 배제된 태토를 드러내고 고대문자에서 현대문자에 이르기까지 형태에 따라 구성한다. 작품 크기는 일반적으로 사용 가능한 사이즈에서부터 야외에 설치하는 대형 조각품까지 실·외에 적합한 크기로 자유롭게 조형화한다. 워크샵에서 완성된 작품은 한글을 새겨놓았고, 코발트와 녹유로 유약을 처리하여 기존에 잘 사용하지 않은 색채도 사용하였다. 그는 찻주전자의 형태를 빌러 문화의 흐름과 동시대인의 차문화 정서를 제한된 형태에서 밀도있게 조형화하고 있다. 



Refa Emrali

Refa Emrali은 조각을 전공하였고, 현재는 터키 Hacettepe대학 조소과 교수로 재직하며 작품활동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본의 작품은 흙으로 작업한 것보다는 다른 물질로 작업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대부분의 작품은 흙과 유리를 결합한 조형작업을 하였고 이번 워크샵에서는 흙으로만 작업하였다. 그녀의 기존 작업은 설치조각에 가깝다. 신체에서 시작되는 물질들을 개념적으로 접근하여 표현한 것으로 다소 실험적이고 독창성이 돋보이는 작업을 펼치고 있다. 그녀와 같은 대학 Ayşe Sibel Kedik교수는 “그녀는 그녀 자신으로부터 도망치는 대신에, 그녀의 자아 내에, 그녀 자신의 목소리로, 그녀 자신의 언어로, 그녀 자신의 ‘vision of home’로 그녀의 집을 짓는 것이라는 개념으로 시작했다.”라고 비평하였다. 


Refa Emrali는 신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조형화한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오직 흙으로만 작업한 ‘Hands', 'Foots'시리즈도 출품하였고 관람객의 관심이 높았다. 뭉뚱한 손과 발 형태의 조형작품은 실제 작품에 관람객이 손과 발을 넣어보며 체험을 가능하게 했다. 이로써 작가의 의도에 대해 감상자는 신체를 통해 감각적으로 느끼게 되었다. 작가가 의도한 신체에서부터서 시작되는 물질, 개념적인 아닌 몸으로 받아들이는 계기가 된 것이다. 신체에서 비롯되는 형태는 우리가 몸에서 느끼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 건축으로까지 확장되며 변화되어 간다. 우리 삶의 변화에서 만들어지는 물질의 확장, 이로 인해 그녀의 개념은 지속적인 진화를 할 것이다.    



Thatree Muangkaew 

Thatree Muangkaew는 태국 Silpakorn대학에서 공부한 후 인도로 건너가 Visva-Bharati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Silpakorn대학에서 강의하고 작업 중이다. 그는 ‘Spirit carry on’이라는 잠을 잘 수 있는 자전거도 만드는 재주가 있는 예술가이며, 아티스트 네임은 Art로 활동한다. Art의 작품은 고양이 형태를 조형화한 도자조형작품과 형상이 뚜렷하지 않는 유기적인 형태를 결합하는 도자조형작품으로 전시되었다. 작가 노트에는 “모든 것은 때맞춰 변한다. 바람은 내 가슴으로부터 멀리 슬픔을 불어온다. 구름의 친절은 작은 나무에게 미소 짓게 한다. 어둠은 달의 가까운 친구다. 그것들은 침묵 속에서 아름답다. 어느 날, 나는 죽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내 손안의 점토가 너의 마음속에서 나의 꿈이 나타나도록 하기를 바란다.”라고 적혀있었다.


Art는 2014년 새해인사 연하장에 고양이 사진을 넣었다. 그만큼 각별한 관계이고 고양이를 조각하는데 애정과 사유로 작품은 이어진다. 이번 워크샵에서 만든 화기도 고양이 형태이다. 어떤 도자조형작업에 고양이 형태가 있다면 Art의 작품일꺼라는 생각이 미칠 정도로 그는 고양이 형태에 집중한다. 또 다른 것은 구름이나 달 모양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이는 유기적인 형태의 소형조각의 결합이다. 수십 개의 형태를 숫자에 따라 달리 배치하여 디스플레이의 효과를 살리고 유기적 유니트의 결합은 자연에서 교감하는 작가의 감성이 물질로 연결되는 것인 양 느껴진다.  

 

 

김용문

김용문작가는 홍익대에서 도예를 전공하고 1980년대 토우로 수장제 퍼포먼스등을 펼치며 도예가로는 유일하게 그 시대 행위미술 그룹과 활동해 주목 받았었다. 한편 지두문 접시도 꾸준히 발표하였다. 회화작가가 손가락에 물감을 발라 그림을 그리는 것이 지두화라며, 도자에 유약을 발라 손가락으로 단숨에 그림이나 글씨를 그려내는 기법이다. 유약은 물감과 달리 태토에 빠르게 스며들기 때문에 마르기 전 수 초 내에 작업을 마쳐야 한다. 그만큼 많은 경험과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 그 후 막사발을 그의 작품의 중심 키워드로 끌여들여 국내에서 1998년 오산에서 세계막사발페스티벌을 시작하여, 중국, 터키등 세계적으로 이어가며 막사발의 대가로 불리고 있다. 현재는 터키 Haacettepe대학 도예과 교수, 막사발 미술관 관장, 세계막사발장작가마축제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다.


작가는 30여 년 동안 막사발을 빚어온 막사발의 대표명사로 굳어지고 있다. 이번 전시 오프닝 멘트에서 작가는 `막사발 실크로드`를 주창하며 막사발의 정수를 세계 각국으로 전파하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펼쳐보였다. 그의 막사발은 대체로 투박하고 정겹다. 이번 전시된 막사발은 겉 표면에는 흑유, 안쪽에 결정유를 사용하여 검은 돌에 피어난 돌 꽃처럼, 칠흑 같은 밤하늘에 피어난 별빛처럼 깊고 고요하다. 터키에서 만들어온 막사발은 다르다. 터키 흙으로 빚은 형태에 터키 유약으로 채색된 작품은 단연 이국적이다. 그의 막사발을 소장한 컬렉터의 집에서 막사발로 말차를 마시고, 미숫가루를 타먹고, 샐러드를 넣어 먹으며 우리 실생활에서 쉽게 사용하는 막사발의 매력을 새롭게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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