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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자기분야 고집스럽게 걷는 김달진·김영나 부녀

관리자


김달진미술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월간 ‘서울아트가이드’는 한국 미술계에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잡지다. 국내 미술 전시에 대한 모든 정보가 들어 있거니와 해외미술 사조, 한국미술의 좌표 등 현장에서 뛰는 화가들과 평론가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가이드북이다.

이 중에서 특히 눈에 띄는 코너가 있다. ‘FANLUV’의 미술기행. 국내외 미술관을 만화로 소개하는 코너인데 숨가쁜 이미지들의 릴레이 속에 한숨을 돌릴 만한 페이지로 독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이 만화의 작가는 김영나씨(21). 청강문화산업대학 만화창작학과를 올해초 졸업한 만화가 지망생이다. 그리고 김달진 소장(51)의 딸이다.

김달진 소장은 국내 미술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유명하다. 일찍이 미술계로 나아가야겠다고 마음먹은 김소장은 중·고등학교 때부터 신문·잡지 등에서 모든 미술관련 자료를 수집했다. 1970년대만 해도 미술계에 제대로 된 자료수집가가 없었기에 김소장의 이런 노력은 빛을 발했다. 고교 졸업 후 국립현대미술관에 취직했고 가나아트센터를 거쳐 2001년초 연구소를 세워 독립했다. ‘걸어다니는 미술사전’으로 불릴 정도로 해박한 지식과 자료를 축적한 김씨는 한우물만 파서 성공한 대표적 사례이다.

딸 영나씨가 대학 진학을 앞두고 고민에 빠지자 김씨는 넌지시 미술사를 공부해 볼 것을 권했다. 하지만 영나씨는 아버지의 뜻을 거역(?)하고 자신의 길로 만화를 택했다. 어렸을 때부터 만화책에 푹 빠진 영나씨는 만화가로 자신의 꿈을 펼치길 원했기 때문이다. 영나씨에게도 아버지와 닮은 집념과 고집이 있었다. 우수한 성적임에도 2년제 대학에 가겠다는 딸의 선택에 김씨는 조금 상심했지만 그 고집을 존중해줬다.


지난해 초 영나씨는 프랑스 파리에 있는 EESA(3D 애니메이션 관련 특수학교)에 교환학생으로 갔다. 거기서 처음 접한 유럽의 미술관. 어마어마한 규모와 작품에 영나씨는 압도되었고 유럽 각지의 미술관을 안방 드나들 듯 관람했다. 자신의 전공인 만화로 이 미술관들을 소개해보면 어떨까 하고 욕심을 가지게 된 영나씨는 퐁피두센터를 시작으로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박물관 등 유럽의 유명 미술관을 소개해 보겠다고 아버지에게 제안했다. ‘소중한 지면을 낭비하는 것이 아닐까, 딸에게 특혜를 주는 건 아닐까.’ 김씨는 고민했지만 딸의 노력과 집념을 믿고 결국 연재를 시작했다. 반응은 의외로 좋았다. 깊이는 부족하지만 잔잔한 인상비평은 일반인들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었다. 올초 졸업을 했지만 영나씨는 계속 미술관 기행을 하고 있다.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하는 미술관이 많아 스케치북에 직접 그리는 경우가 많았죠. 미술과 만화가 접점을 찾을 수 있음을 알게 됐어요. 정보가 담긴 만화로 성공하는 게 목표였는데 일찍부터 좋은 경험을 하고 있는 셈이죠.”

부녀는 최근 인생의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김달진연구소는 지난달 평창동에 새로운 사무실을 열었다. 김씨가 가지고 있는 자료만 트럭 4대 분량이고 용인에 있는 창고에는 그 몇 배의 자료가 쌓여 있다. 김씨의 목표는 미술사도서관을 만드는 것. 1천만원짜리 도서관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도 최근 구입했다. 국내 미술전시를 총망라한 ‘전시회 총람’과 더불어 미술인명사전 편찬도 준비중이다. 한해에만 6,000건의 전시가 열리지만 대부분 기록조차 남지 않고 사라지는 현실이 안타까워서다.

콘텐츠가 담긴 만화를 그리겠다는 꿈을 가진 영나씨는 내년에 유럽으로 유학을 갈 계획이다. 유럽 만화를 보면서 배울 점이 많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한국 역사와 아름다운 한국 문화를 만화에 녹여 세계에 알리고 싶은 욕심이 가장 크다.


“미술을 해서 밥먹고 살겠냐”는 소리를 들으며 자란 김달진씨와 “만화가가 되면 굶기 십상”이란 조언을 들으며 성장한 영나씨. 가는 길은 달라도 욕심과 고집, 그리고 웃는 모습은 너무나 닮아 있었다.

〈글 김준일기자 anti@kyunghyang.com〉

〈사진 정지윤기자 color@kyunghyang.com〉

- 경향신문 2005.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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