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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올해 대호황 미술계, 키워드로 살펴보면…

관리자


[why] 올해 대호황 미술계, 키워드로 살펴보면…
아트페어·전시공간 급증… 대중과 더 가까워져
김달진· 김달진미술연구소장

- 조선일보 2007. 12.29

2007년 미술계에는 유난히 큰 사건이 많았다. 미술이 언론에 가장 많이 이슈로 올랐던 한 해였다. 미술 시장은 단군 이래 최대의 호황을 누렸다. 미술이 대중에게 가까워졌지만 가짜 학력, 위작, 미술대전 심사 비리 등은 미술계의 치부를 드러냈다. 전시장에서는 어땠는지 올 한 해 미술 전시장 풍경을 3개의 키워드로 정리했다.

1. 투자

‘투자’ 개념이 전시장을 점령했다. 미술작품이 감상의 대상에 그치는 게 아니라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확산되면서, 일반 미술 전시까지 ‘아트페어’화했다.

인사동의 대표적 갤러리인 노화랑이 4월에 연 ‘작은 그림 큰 마음’ 전시는 유명 작가들의 소품을 100만원 균일가에 판 전시로, 전시장 문을 열기도 전에 작품이 미리 팔리는 등 대박이 났다. 경기도 양평군의 마나스아트센터에서는 9월에 ‘관객을 찾아가는 조각전’이라는 이름으로 일반인들이 조각 작품을 살 수 있는 전시를 했다. 12월 서울 인데코갤러리에서 연 ‘팀프리뷰아트쇼’도 100만, 200만원대 작품을 표방해 판매에 큰 성과를 이루었다. 이러다 보니 올해 나온 미술 작품들은 대작보다 소품으로, 성향은 팝아트적이거나 극사실주의 작품으로 흘렀다. 편한 그림, 꽃 그림, 화려한 색의 그림, 작가의 손재주가 많이 들어간 그림들이 주종을 이뤘다.

실제 아트페어도 연이어 고객을 끌며 미술 시장 호황을 입증했다. 3월 한국현대미술제(KCAF), 4월 한국구상대제전&아트서울전, 5월에 서울국제아트페어(KIAF), 7월 아트스타100인축전, 9월 아트옥션쇼와 대한민국미술제(KPAM), 10월 서울국제판화사진아트페어(SIAF), 화랑미술제, 마니프서울국제아트페어, 11월 한국미술현장과 검증(AFAS), 12월 서울오픈아트페어, 아트대구 등 각종 아트페어가 연중 끊이지 않고 줄을 이었다.

‘김과장 전시장 가는 날’이라는 어느 아트페어의 캐치프레이즈처럼 미술이 이제는 대중을 향하여 손짓하는 점은 좋았다. 하지만 미술계 뉴스가 시장 소식으로 주류를 이루니, 기획전이나 개인전은 소멸되는 느낌이 든 것은 아쉬웠다. 언론은 시장 동향에는 경쟁적으로 관심을 보였지만, 정작 조명되어야 할 전시에는 무관심한 듯했다. 이러다가는 잘 팔리는 작가가 무조건 좋은 작가로 오인될 수 있으니, 이제는 시대의 상황이나 고민을 담는 작품에도 주목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 오르세미술관전(4~9월)에 나온 빈센트 반 고흐의 '아를의 고흐의 방.' /예술의전당 제공

2. 블록버스터 전시 강국

블록버스터 전시가 어느 해보다 많았다. 서울시립미술관의 르네 마그리트(2006년 12월~2007년 4월), 클로드 모네(6~9월), 반 고흐(11월~2008년 3월),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의 반 고흐에서 피카소까지(2006년 12월~2007년 3월), 오르세미술관 한국전(4~9월), 칸딘스키와 러시아 거장(11월~2008년 2월), 덕수궁미술관의 비엔나미술사박물관 소장품전(6~9월), 국립중앙박물관의 루브르박물관(2006년 10월~2007년 3월), 삼성미술관 리움의 앤디 워홀 팩토리(3~6월) 전시는 관람객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이런 전시들은 교과서에 나오는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고 앞세워 홍보했다. 하지만 일부 전시는 제목에서 표방하는 대표작가의 작품이 극히 일부 포함되거나 그 작가의 대표작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태작 들이 다수 포함돼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런 블록버스터 전시는 해외 유수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대표작들을 일부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긴 하다. 하지만 전시 기획 의도, 전시 주제의 부실함, 공공미술관이나 박물관이 이런 블록버스터 전시의 대관 공간으로 전락, 비싼 보험료와 높은 관람료 등이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 공공미술관들이 아직 수십억원의 초기비용을 투입할 수 없기에 기획사나 언론사의 진행 계획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로 인해 미술관의 공익적 성격이 지나치게 상업화되고 미술관 내부의 학예 인력이 외부 기획사의 지휘를 받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3. 전시 공간 급증

미술 시장에 대한 유례 없던 폭발적 관심으로 전시공간들이 급증했다. 2007년에 새로 생겨난 전시 공간은 전국에 107개, 서울에만 74개였다. 성격별로 보면 미술관이 13개, 화랑이 75개, 기타 대안 공간, 카페 갤러리가 19개 새로 생겼다. 특이한 현상은 서울에서 최근 3년간 신설 전시 공간의 50%는 종로구에 생겼는데 올해 신설 공간은 강남구가 28개로 종로구(26개)를 앞섰다는 사실이다. 특히 청담동이 새로운 갤러리촌으로 부상했다. 청담동 네이처포엠 건물은 박여숙화랑, 미화랑, 마이클슐츠갤러리, GALLERY 2, C파인아트갤러리, 오페라갤러리, 조현화랑 서울점 등 총 7개의 전시 공간이 들어서 강남의 화랑 빌딩이 되었다. 서초구에도 새 갤러리가 8개나 생겼다. 또 기업들이 건물 전체를 설치미술로 꾸미거나 로비에 작은 갤러리를 꾸미는 경우가 늘어났다.

올해 새로 생긴 곳 중 박물관·미술관은 불교중앙박물관, 대전광역시 이응노미술관, 이천시립 월전미술관, 경기 고양시 아람미술관, 제주 현대미술관, 광주 무등현대미술관, 전남 담양 명지미술관, 경남 산청 이갑열현대미술관, 부산 고은사진미술관 등이다. 또 가나아트갤러리 부산, 박여숙화랑 제주, 갤러리 눈 창덕궁점, 본화랑 관훈동점, 조현화랑 서울점 등 주요 갤러리가 다른 지역에 분점을 낸 경우도 많았다. 한편 국내 화랑의 해외 진출이 활성화되었는데 중국 베이징에 갤러리현대, 아트사이드, 금산갤러리, 물파스페이스, 홍콩에 카이스갤러리, 상하이에 샘터화랑, 뉴욕에 아라리오갤러리가 문을 열었고, 금산갤러리가 일본에 ‘스페이스 355’라는 전시 공간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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