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뉴욕에서 돌아와 보니 아파트 지하에 보관해놓았던 작품들이 습기와 물에 모조리 곰팡이가 피어 버려야했다. 그래서 구이 허허벌판에 땅을 파고 작업실과 살림집을 지었다(1987년). 논과 밭 사이에 덜렁 세 그루, 감나무 팽나무 깨죽나무만 있던 이곳에 해마다 봄이면 나무와 꽃을 심었는데 지금 우리 마당에 있는 나무들이다.
10년 뒤 갤러리를 짓고 <문화공간 모악재>라 이름 지어 ‘유휴열 전’을 시작으로 일본과 국내 작가들의 작품전을 열었다(1996년). 미술뿐 아니라 문학, 음악 특히 판소리를 사랑하는 이들의 공간으로 사용되다가 <미술관 모악재>라 명칭을 바꾸어 지역의 젊은 작가들의 전시를 하기도 했다(2016년).
해를 거듭 할수록 작업실에는 작품이 쌓여가서 수장고를 짓게 되었다(2015년). 어느새 수장고에도 작품이 가득 차서 입체작품들을 위한 공간을 따로 만들고 작업실 위에 2층을 올려 일부 작품들을 옮겨 놓았다.
작업실과 수장고 안에 켜켜이 쌓인 작품들을 보면 평생을 오로지 작품에만 매달려 산 흔적이라 스스로는 흐뭇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나만의 즐거움이었고 욕심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만의 나무와 작품으로 국한시키기보다는 그림을 좋아하고 나무와 꽃과 바람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이곳을 오픈한다. 이 공간이 바쁘고 지친 이들에게 편안함을 주었으면 좋겠고 더불어 지역의 문화예술에 작은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것이 수 십 년 동안 작업실, 갤러리, 수장고 그리고 <유휴열 미술관>이 만들어 질 때까지 옆에서 지켜봐주고 도움주고 격려해준 수많은 분들에게 작은 기쁨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